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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악법강행 관련 조선·중앙일보 사설에 대한 논평(2008.12.29)
등록 2013.09.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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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 2004년과 2008년이 왜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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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한나라당의 ‘MB악법’ 강행을 두둔하고 물타기하기 위해 연일 안간힘이다. 29일에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추락하는 경제 속 멱살잡이하는 세계 최악의 국회>, <‘광우병 촛불’ 같은 혼란을 또 치를 셈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 사설은 “세계 최악의 국회” 따위의 격한 표현을 썼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국회’를 싸잡아 비난함으로써 ‘MB악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한나라당의 책임을 흐린 것이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28일 발표한 이른바 ‘연내 처리 법안 목록 85개’를 설명하고, “사회개혁 법안 13개는 야당이 협의에 응할 경우 연말까지 처리하지 않겠다”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현재로선 민주당이 홍 원내대표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여야는 오히려 사흘 남은 2008년의 마지막을 몸싸움으로 지새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 사설은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난장판을 벌이는 여야를 바라보는 국민 마음은 서럽기까지 하다. 정말로 세계 최악(最惡)의 국회”라며 알맹이 없고 표현만 거친 비난으로 끝난다.

한나라당 악법강행, 조선일보는 ‘물타기’ 중앙일보는 ‘편들기’
중앙일보는 조선일보보다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의 악법 강행을 두둔하고 나섰다.
사설은 “한국 사회가 혼란과 분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한탄으로 시작됐다. 그러면서 “여권이 추진하는 경제·미디어·사회질서 개혁법안들에 대해 야당이 극렬히 반대해 국회는 전쟁터로 변했다”, “언론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진보적 시민단체가 판에 뛰어들어 이념전쟁이 벌어질 조짐이 농후하다”, “지난여름 우리 사회의 이성(理性)과 도심을 마비시켰던 과격 촛불시위 사태가 재연될 우려마저 있다”고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과 시민단체들에게 떠넘겼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헌재의 쇠고기 고시 ‘합헌’ 판결을 두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우려가 ‘과장’과 ‘기우’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더니, 야당과 시민단체가 비이성적으로 ‘MB악법’에 반대해 국론을 분열시키는 양 몰았다.
사설은 “한나라당이 연내 처리하려는 법안들에 무리한 이념성은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금산분리 완화는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고, 미디어법 개혁은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반대 세력은 이를 무조건 ‘독재 악법’ 등으로 몰아가며 선동·점거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두둔하고 야당과 시민단체를 비난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회 파행의 책임은 명백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있다. 민생이 도탄에 빠져있는데도 재벌과 부자들의 이익 챙겨주기에 여념이 없고, 다수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겠다는 오만과 독선이 파행과 혼란을 불렀다. 한나라당의 악법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더더욱 기가 막힌다. 재벌에게 은행을 주고,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국정원을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만들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재벌과 조중동이 방송보도를 할 수 있게 하는 등등 모두 열거하기도 힘든 악법들이다.
이런 법안을 ‘경제살리기’니 ‘개혁’이니 하면서 밀어붙이니 국민 여론도 싸늘하다. 29일 국민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쟁점 법안’을 여야가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이 81.4%로 나타났다. 특히 방송법의 경우는 82.7%에 이르는 국민이 여야가 합의처리 해야 한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회 파행의 1차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다는 응답이 51.2%에 달해 민주당에 있다는 응답 20.1%의 두 배가 넘는다. 한나라당의 악법을 반대하는 여론도 압도적으로 높다. MBC가 28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은 61.1%, 금산분리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개정에 대한 반대 의견은 65.4%에 달했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MB개혁’에 동의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여당의 독단적인 국회 운영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어떻게 해서든 한나라당의 악법 강행에 힘을 실어주려고 여론호도에 앞장서고 있다.

2004년과 2008년, 조선·중앙의 다른 태도
우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과거 자신들이 한 말을 한 번쯤 돌이켜 보기 바란다. 특히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할 때 조선·중앙일보의 태도는 지금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당시 조선·중앙일보는 냉전시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큰일이라도 날듯이 호들갑을 떨면서 국민을 겁주고,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라고 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맹비난했다.

국보법 폐지안은 국가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앞날이 걸린 문제다. 국민적 차원의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절대 다수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고 난 후일지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이런 문제를 국민 다수의 반대와 야당의 결사 저지를 뚫고 오직 여당의 소신 하나만으로 기어이 쟁취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 솥단지를 내던지고 석유 대신 다시 연탄을 찾는 것이 2004년 연말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다. 여당이 여론을 무시하고 힘만으로 국보법 폐지를 밀어붙인다면 사회적 불안은 더욱 커지고 고달픈 민생은 지푸라기 하나 잡지 못한 채 떠내려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국민들이 이런 꼴을 당하자고 여당에 과반수 의석을 주었겠는가.
(조선일보 2004년 12월 6일 사설 <국가보안법을 힘으로 없애겠다는 여당>)

도대체 여당이 무엇 때문에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당이 보안법 폐지에 목을 매고 한나라당은 이에 결사 반대하는 와중에 국회가 아예 작동을 멈추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는가. … 보안법 문제는 대한민국의 체제와 관련된 상징적 사안이 된 지 오래다. 그렇기에 국회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했다고 해서 마음대로 폐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야당과도 타협하고 국민에 대해서도 시간을 갖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국민이 다수인 게 현실 아닌가. 이를 외면한 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안법만은 없애야겠다고 한다면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2004년 12월 7일 사설 <보안법 날치기 상정이 개혁이냐>)

지금 “세계 최악의 국회”, “난장판 국회” 운운하며 한나라당의 책임을 물타기 하는 조선일보가 지난 2004년 열리우리당이 악법을 폐지하려 할 때에는 “국민이 이 꼴을 보려고 여당에 과반수 의석을 주었겠냐”며 여당을 겨냥해 비난을 퍼부었다.
중앙일보는 어떤가? 2004년에는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악법 폐지에 나선 여당을 비난했다. 그러더니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고 거대 여당이 되어 온갖 악법을 밀어붙이자 이번에는 국회 파행의 원인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탓으로 돌리고 한나라당의 악법 강행을 연일 편들고 있다. 지난 20일과 23일에도 중앙일보는 ‘다수결의 원칙’ 운운하며 한나라당의 악법 강행에 힘을 실었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은 민의를 대표하며, 각 정당의 의석수는 곧 민심의 무게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172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다수당이다. 민주당은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83석이다. 양당이 끝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의회민주주의는 다수당의 손을 들어준다”
(중앙일보 2008년 12월 20일 사설 <합의가 안 될 경우 다수결이 원칙이다>)

의회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당의 인내와 소수당의 현실 수용이다. 양자는 인내의 끝까지 협상하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수결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한나라당의 협상 노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점거·봉쇄 정치’는 이 원칙에 맞지 않는다.
(중앙일보 2008년 12월 23일 사설 <여당은 협상하고 야당은 다수결을 수용해야)



국회에서 여야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분명 ‘비정상’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면서 온갖 악법을 “연내처리 하겠다”고 막무가내로 나서는 거대여당의 횡포가 이런 ‘비정상’을 만들었다. 국회 본회장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국민들이 국회 파행에 신물을 내지만, 다른 한편으로 야당이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거대여당의 독선과 악법강행을 막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국가보안법 같은 구시대적 악법을 폐지하는 일조차 ‘다수당 마음대로 밀어붙이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기본’ 있는 신문이라면 한나라당이 의석수만 믿고 ‘국민 기본권 침해법안’, ‘민주주의 후퇴법안’, ‘재벌 이익 챙겨주기 법안’, ‘남북관계 파탄법안’을 밀어붙이는 행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비판하고 국회파행의 책임을 추궁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수구보수신문에게는 이 정도의 ‘기본’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정권과 한나라당을 편들고 두둔해, ‘방송보도 진출’이라는 언론악법의 ‘떡고물’을 챙기겠다는 계산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구보수신문들의 이런 이중적 보도행태는 왜 조중동이 방송보도에 진출하면 안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저널리즘’은 없고 오직 ‘정략적 목적’, ‘정파적 이익’에 따라 기사를 쓰는 이런 신문들이 방송보도까지 한다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후퇴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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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