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SBS의 ‘한나라당 방송 악법’ 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2008.12.27)
KBS·SBS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나
|
................................................................................................................................................. |
KBS와 SBS가 한나라당의 언론 악법 강행을 두고 ‘강 건너 불구경’이다.
두 방송사는 한나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 관련 법안들의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왜 한나라당 법안을 ‘악법’으로 규정하는지, 언론노조는 왜 총파업까지 벌이며 저항하는지 KBS와 SBS 보도에서는 그 자세한 이유를 알 길이 없다. 특히 공영방송 KBS의 보도 행태는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KBS가 저녁 종합 뉴스에서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 법안을 다룬 것은 23일 <‘미디어법’ 첨예 대립>(박에스더 기자)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이 보도 역시 신문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 한나라당 법안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여야의 공방을 나열하더니, 한나라당의 법안을 두고 ‘경제법안이냐 이념법안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며 왜곡된 프레임을 들이댔다. 반면 자사의 ‘눈앞의 이익’이 걸린 디지털 전환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보도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디지털 전환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가 주파수 취소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논란”이라며 “모든 비용을 방송사에 전가해놓고, 정부의 압박 수단만 강화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의 총파업이 시작된 26일에도 KBS의 보도 행태는 다른 방송사들 보다 ‘튀었다’. 이날 다른 방송사들은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긴급하게 돌아가는 국회상황을 첫머리로 전했지만, KBS는 정부의 자동차 업계 지원 및 통신 분야 ‘7조 투자’, 대기업 구조조정과 방송법 처리 등을 언급한 대통령 발언을 뉴스 앞부분에서 비중있게 다뤘다. 언론노조 파업 소식은 19번째 꼭지 <언론노조 파업>(박주경 기자)에서 다뤘지만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앵커는 언론노조 파업으로 “일부 방송엔 차질이 빚어졌다”고 언급했으며, 보도에서도 MBC가 “이번 주말 정도까지는 큰 차질 없이 방송되겠지만 파업이 길어질 경우 추가 제작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방송차질’을 강조했다. SBS도 한나라당 언론 관련 법안의 내용을 다룬 보도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찬반양론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언론노조 총파업 역시 ‘방송차질’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25일 <언론관련법 극한 대치>(김정인 기자)에서는 “한나라당은 ‘미디어산업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한 규제완화’라면서 연내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은 ‘대기업과 보수신문사가 여론을 독과점하도록 해서 사실상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반드시 막겠다는 방침”이라고 여야 의견을 나열했다. 이어 “언론·시민단체와 학계도 찬반으로 갈려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며 찬반의견을 나란히 싣는데 그쳤다. 26일 <오늘부터 총파업>(유병수 기자)은 보도 시작부터 “전국언론 노동조합이 오늘 아침 6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가 일부 방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MBC의 앵커 2명이 오늘 아침뉴스부터 파업에 참여해 비노조원이 뉴스를 대신 진행했고, 오늘 밤 뉴스데스크와 자정뉴스 앵커 2명도 뉴스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언론노조 파업소식을 전하고 ‘불법파업’이라며 ‘엄정 대처하겠다’는 신재민 문화부 차관의 발언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언론노조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언론 관련 법안의 문제점은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입이 닳도록 지적해 왔다. 그 중에서도 재벌과 조중동이 지상파방송, 보도전문PP, 종합편성PP를 소유할 수 있게 만든 신문법, 방송법 개정안은 여론다양성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악법’이다.
재벌과 조중동이 방송보도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재벌방송’은 재벌과 한나라당을 비롯해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앞장서면서, 재벌에게 불리한 내용은 축소보도하거나 외면할 것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친한나라당 신문’ 조중동, 특히 ‘수구보수의 이데올로그’ 조선일보는 정략적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면을 통한 왜곡’을 넘어 ‘방송보도를 통한 왜곡’으로 여론 호도에 나설 것이다. ‘재벌방송’, ‘조중동방송’의 출현은 방송보도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감시·비판 기능을 포기하고 기득권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고, 나아가 수구보수의 이념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공영방송 KBS와 지상파 방송 SBS는 한나라당의 언론 악법 강행을 수수방관 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지상파방송으로서 최소한의 공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태다. 적어도 국민들에게 정부 여당이 무슨 법안을 밀어붙이려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정권의 눈 밖에만 나지 않으면 이명박 정권의 방송구조 개편 와중에서도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 정권이 무서워 입도 벙긋 못하게 된 것인가? 이런 KBS와 SBS의 보도 행태는 MBC와 비교되면서 시청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KBS와 SBS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능을 포기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특히,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정권 홍보’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는 ‘공영방송’ KBS에 대해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쌓아가고 있다. KBS와 SBS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의 언론 악법을 적극 보도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끝> |
2008년 12월 27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