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강철원 보도국장 직무대행이 기자들의 ‘성향 분석’을 지시해 물의를 빚고 있다.
4일 YTN 노조는 보도국 부·팀장, 일부 기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와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강 국장대행은 지난 9월 사측이 낸 인사 명령에 불복하고 있는 기자들을 겨냥해 ‘성향 분석’을 부·팀장들에게 지시했으며, 기자들을 ‘성향’에 따라 ‘인사명령 거부자’와 ‘수용가능자’로 분류했다고 한다. 또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 투쟁, 피케팅 참여 등 기자들의 세세한 노조활동 내용까지 분류했다고 한다. 이런 ‘성향 분석’을 바탕으로 강 국장대행이 ‘인사 불복종 투쟁’을 벌이는 기자들을 ‘회유’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선임기자들의 ‘기사 승인권’ 박탈도 논란이 되고 있다.
YTN은 차장급 선임기자들이 모두 ‘기사 승인권’을 갖고 있었으나, 지난 달 25일 강 국장대행이 ‘보도국 운영지침’을 밝힌 후 부장을 제외한 일선 기자들의 ‘기사 승인권’은 선별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노조에 따르면 강 국장대행은 기자들의 ‘성향’에 따라 ‘승인권 부여 대상’을 선별하는가 하면, ‘기자 성향 파악’ 지시를 거부한 차장대우 이상 데스크급 조합원들에게 ‘기사 승인권을 박탈하겠다’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는 것이다.
‘기자 성향 파악’, ‘기사 승인권 박탈’ 등 일련의 조치들은 기자들을 회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또 ‘낙하산 사장’에 비판적인 기자들에게 ‘기사 승인권’을 주지 않음으로써 보도 내용을 통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든다.
보도국장을 대신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는 데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기자들의 ‘성향’이나 분석해 회유에 나서고, ‘낙하산 반대’ 투쟁을 위축시키려 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동안 강 국장대행은 보도국장을 선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도국장 직무대행’을 맡았으나, ‘낙하산 사장’ 구본홍 씨를 위한 행보를 보여 노조의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이번 일로 보도국장으로서의 자질을 거듭 의심받게 되었으니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깨끗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아울러 우리는 기자들에 대한 시대착오적 ‘성향 파악’이 과연 강 국장대행의 독자적인 행동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5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월 말 강 국장대행에게 ‘고생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지난 10월 31일 국정감사에서 이동관 씨가 “YTN 징계자 33명 중 2명이 (사측의) 인사명령을 따르기로 했다”는 등 YTN 내부 사정을 자세하게 발언한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YTN 노조가 강 국장대행에게 “청와대에 내부 사정을 보고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자 강 국장대행은 이를 ‘해명’ 한다면서 노조위원장에게 “청와대에 보고한 적은 전혀 없으며 이 대변인으로부터 ‘고생한다’는 문자를 한 통 받은 게 전부”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왜 YTN 보도국장 직무대행에게 ‘고생한다’는 문자를 보낸단 말인가? 이러니 청와대와의 ‘교감’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YTN 사측과 ‘교감’하면서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이를 통해 ‘낙하산 사장’을 안착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하루라도 빨리 몽상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이미 구본홍 씨는 YTN 안팎에서 ‘사장’으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했다.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YTN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국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YTN 문제의 해결책은 구본홍씨 사퇴밖에 없다.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낙하산 사장’을 밀어붙이려니 ‘기자 성향 분석’ 따위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정권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일을 자초하지 말고 ‘YTN 장악’의 꿈을 깨끗이 접기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