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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10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브리핑(2011.8.11)
등록 2013.09.25 13:07
조회 312
8월 9~10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세계경제 휘청하는데, ‘원인’도 ‘대책’도 없는 보도
- MB “복지확대 탓”, 받아쓰기 급급
 
 
 

■ 세계경제 휘청하는데, ‘원인’도 ‘대책’도 없는 보도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상황에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8일 아시아 금융시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연쇄 폭락했다.
10일 미국연방준비제도위원회(연준)는 “2013년 중반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면서 경기부양 의지를 밝혔지만 시장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앞서 9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10일에는 그리스의 국가채무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폭락 장세가 이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또 다시 세계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다.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로 초래한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기부양예산을 편성하고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재정투입으로 금융위기의 급한 불은 꺼졌지만 엄청난 지출을 지탱할 만큼의 세수는 확보하지 못했다. 경제활동이 위축된 데 따른 세수 감소에다 공화당은 ‘증세 없는 긴축재정’을 압박함으로써 결국 오마마 정부의 증세 정책은 좌초됐다. 미국의 막대한 국방비 지출도 재정적자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유럽은 유럽대로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금융위기에서 한국이 받는 충격은 더 크다. 한국 증시는 지난 6일간 시가총액 209조원이 증발했고, 코스닥은 8, 9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연기금의 증시 투입을 통해  간신히 1800선이 유지되는 형국이었으며, 미 연준의 ‘제로금리’ 발표로 10일 아시아 증시가 일시 반등하는 상황에서도 한국 증시는 4.89p 오르는데 그쳤다. 그나마 외국인들이 대거 순매도에 맞서 개인들이 순매수에 나선 덕분이다.
현재 한국 금융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1.0%(6월말 기준)로 아시아에서는 대만(32.0%)에 이어 2위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 한국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97%(1․4분기 기준)에 이르는 것도 위기에 취약한 구조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탄탄”하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3100억달러)이 세계 7위 수준이고 외화 채무구조의 건전성 개선 등으로 유동성 대비 능력이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발언만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달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사실상 흐지부지 되었고,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금융망 속에서 한 곳이 무너지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세계경제가 위험에 처해있고 한국경제가 그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의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합당한 장단기 대책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재정악화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만에 정부와 공기업 등 공적채무가 340조 이상 폭증했고 한국의 공적채무 총액은 1200조원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을 악화시킨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따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한국 경제가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연기금을 동원한 주가 방어 등 지금 정부의 대응과 대책이 합리적인지 등등 언론이 꼼꼼히 따져야 할 문제가 수없이 많다.
그러나 방송3사에서 위기의 근본 원인을 면밀하게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보도가 증시 상황이나 각국의 대책,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전하는데 그쳤다.
 
<미 폭락 부메랑…1800선 턱걸이>(KBS, 조현진/9일)
<공매도 3개월 금지>(KBS, 우한울/9일)
<집중진단/요동치는 세계 경제 금융충격 배경은?>(KBS, 김준호/9일)
<코스피 소폭 반등>(KBS, 윤상/10일)
<美․中의 선택>(KBS, 임장원, 김주영/10일)
<금융권 단기외채 문제없나?>(KBS, 박찬형/10일)
 
KBS는 9일과 10일 세계금융위기를 주요하게 전했다. 그러나 제목에서도 드러나 듯 대부분 보도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 상황, 미국의 대책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하는데 머물렀다.
앞서 6일 미국 재정위기의 원인을 다룬 KBS보도가 한 건 있었는데, “부시 정부 때 1조 5천억 달러를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쏟아 부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2조 달러 이상 빚을 냈다”, “재원이 모자라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하지만, 지난 2000년대 부유층 감세를 하면서 1조 2천억 달러의 세수가 줄었다”는 정도로 간단하게 다뤘다. 유럽 상황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과다한 국가부채”를 언급했을 뿐이다.
한국 경제가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 대한 원인 진단도 미흡했다. 9일 <집중진단/요동치는 세계 경제 금융충격 배경은?>(김준호 기자)에서 자본거래 자유화 조치와 높은 무역의존도 등으로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고 전한 게 전부였다.
 
<끝없는 추락 한때 1700선 붕괴>(MBC, 정승혜/9일)
<주식 왜 계속 추락하나?>(MBC, 이성일/9일)
<주식 공매도 3개월 금지>(MBC, 고은상/9일)
<연기금 “싸게 살 기회”>(MBC, 노경진/9일)
<펀드․퇴직연금 어떻게 됐나?>(MBC, 이성일/9일)
<3년 전 금융위기 상황 재연>(MBC, 도인태/9일)
<3차 ‘양적완화’ 카드 나오나?>(MBC, 왕종명/9일)
<7일만에 반등 외국인 ‘팔자’>(MBC, 고은상/10일)
<2년간 ‘제로금리’ 증시 급등>(MBC, 도인태/10일)
<돈 풀어도 경기부양 안된다>(MBC, 권순표/10일)
<‘제로 금리’ 우리 경제 영향은?>(MBC, 이성일/10일)
 
MBC도 다르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의 “천문학적인 국가부채”(5일)를 언급했지만 국가부채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한 보도는 없었다.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조치를 쓸 것인지를 전망하고(9일), 연준의 ‘제로금리’에 대한 평가와 영향(10일) 등을 주요하게 다뤘을 뿐이다.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9일 <연기금 “싸게 살 기회”>(노경진 기자)에서는 연기금을 동원한 주가 방어의 적절성을 따지기보다 “(연기금이)우량주를 저가로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하며 정부의 요청으로 연기금과 투자회사들이 적극 대처에 나섰다는 점을 부각했다.
 
<널뛰기 장세 1,800 턱걸이>(SBS, 정형택/9일)
<망연자실 한숨만>(SBS, 한정원/9일)
<폭락 또 폭락 공포의 도미노>(SBS, 이주상/9일)
<금값 폭등 연일 최고치>(SBS, 송욱/9일)
<뉴스inNEWS/해법 없나? 연준에 주목>(SBS, 이현식/9일)
<“2008 금융위기와 다르다”>(SBS, 정명원/9일)
<외국인 투매 속 힘겨운 반등>(SBS, 한정원/10일)
<“2년간 제로금리” 급반등>(SBS, 이현식/10일)
<비상국면..장기화 대비>(SBS, 편상욱/10일)
 
SBS도 대부분의 보도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상황과 미국의 조치, 한국 정부의 대응 등을 전하는 데 머물렀다. SBS는 지난 5일 증시폭락의 원인으로 유럽 재정위기를 들며 이탈리아의 빚이 자국 경제의 120%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하긴 했지만 이런 재정위기를 부른 근본적인 이유는 따지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세계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이유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SBS는 8일 <뉴스inNEWS / 금융위기 재연되나>(정호선 기자)에 이어 9일 <“2008 금융위기와 다르다”>(정명원 기자)에서 현재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상황과 다르다’는 정부 입장을 주요하게 다뤘을 뿐이다.
 
 
■ MB, “금융위기는 복지 확대 탓” … 방송3사 무비판 
 
한편 금융위기 상황을 ‘복지담론 좌초’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과 수구보수신문들을 중심으로 ‘복지=재정악화’라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10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융시장 위기관리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금융위기 사태에 대해 “그리스가 10년 전에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지금 고통을 받고 있다”, “오늘 기성세대가 편하자고 하면 10년 후 우리 젊은 세대에게 치명적”이라며 복지 확대가 미래의 불안을 초래하는 것처럼 언급했다. 또 회의 내내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선거를 치르는 사람은 오늘이 당장 급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도록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복지정책 확대 주장이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선거만 노리는 포퓰리즘인 양 몰았다. 
 
미국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도 복지 정책 때문에 재정위기가 왔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주로 남부유럽 쪽이며, 복지제도가 가장 발달한 북유럽 국가들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그리스의 재정악화에 대해서는 지하경제와 탈세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는 문제, 복지지출이 오히려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는 제도의 한계, 부정부패, 여기에 더해 ‘취약한 경제구조에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데 따른 유로존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증세와 복지 확대를 통해 서민들의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하지만 10일 방송3사는 재정악화의 원인을 둘러싼 비판적 접근은 외면한 채 그저 이 대통령 발언을 받아쓰기에 급급했다.
 
<“재정건전성 유지 중요”>(KBS, 최재현/10일)
<“10년 후엔 치명적”>(MBC, 박성준/10일)
<예산기조 전면 재검토>(SBS, 박진원/10일)
 
KBS <“재정건전성 유지 중요”>(최재현 기자)는 “구제역과 수해 등으로 재정 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정치권은 대학 등록금 지원 강화 등 내년 양대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을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눈앞의 선거를 의식한 정책을 만들면,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단순 전달했다.
 
MBC <“10년 후엔 치명적”>(박성준 기자)에서도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지켜내야 한다며, 특히 선심성 복지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을 겨냥했다”고 전했다.
 
SBS도 <예산기조 전면 재검토>(박진원 기자)에서 “무작정 복지를 확대했다가 재정위기로 고통받는 그리스와 정쟁으로 위기를 맞은 미국의 예를 들며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끝>
 
 
 
2011년 8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