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공영방송’ KBS․MBC, 앞장서 “MB·이건희 덕분”
-방송3사 연일 ‘올인 보도’ 행태, 다른 현안 외면
■ 방송3사 연일 ‘평창 올인’, 다른 현안 외면
7일 오전 0시 20분경 강원도 평창이 2018년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평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게 돼, 강원도민의 기쁨은 클 수밖에 없다.
강원도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앞장선 이유는 ‘낙후된 강원 지역발전’에 의미가 컸다. 강원도와 평창겨울올림픽유치위원회가 산업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용역결과에 따르면 동계올림픽 유치로 인한 경제효과가 29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장밋빛 전망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8차례 동계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5곳이 적자를 기록한 했는데, 평창 역시 리조트 개발이나 관련 SOC 건설 등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면밀한 계획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적자올림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경기장 건설 등에 대해 제기되는 환경파괴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나선 데 대해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2009년 법원에서 조세포탈과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원판결 4개월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써 달라’는 이유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법치주의 훼손·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이 회장에 대한 ‘면죄부’인 양 다뤄져서는 곤란하다.
방송3사는 6일에 이어 7일에도 ‘평창’ 관련 ‘올인 보도’ 행태를 보였다. 방송3사는 메인뉴스의 대부분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으로 채워, 전체 보도 건수 중 60% 이상을 차지했다.
‘평창’ 관련 소식 외에 방송3사는 해병대 총기 난사사건(KBS 1건, MBC 2건, SBS 2건)과 테크노마트 건물 진동 문제(KBS 1건, MBC 2건, SBS 1건), 프로축구 승부조작(방송3사 각 1건), 장맛비 소식(방송3사 각 1건) 등을 다뤘다. 다른 현안들은 이날도 외면 받았다.
[표] 방송3사 메인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관련 보도 (단위 : 건)
KBS․MBC 낯 뜨거운 ‘MB 띄우기’에 앞장 서
방송3사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대통령의 ‘활약상’을 적극 보도했는데, KBS와 MBC는 낯 뜨거울 정도의 띄워주기 행태를 보였다.
KBS는 제목부터 “국가원수 효과 한몫했다”라고 달아 이 대통령이 역할을 부각했다. 보도에서도 이 대통령의 유치활동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적 행사라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KBS는 첫 꼭지 보도에서도 “특히 또 대통령이 오셔서 (힘을 보탰습니다)”는 이건희 회장 멘트를 전하기도 했다.
MBC도 이 대통령이 IOC 윤리규정 때문에 힘들게 유치 활동을 폈으며, 지난달부터 IOC 위원들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밤늦게 전화 통화를 했다며 ‘대통령의 활약상’을 부각했다.
SBS도 이 대통령이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폈다고 전했지만, 두 방송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평범한’ 보도로 보였다.
<‘2018 평창’ 12년만에 꿈 이뤘다>(KBS, 이유진)
<“국가원수 효과 한몫 했다”>(KBS, 최재현)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MBC, 박성준)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SBS, 최대식)
KBS는 첫 꼭지 <‘2018 평창’ 12년만에 꿈 이뤘다>(이유진 기자)에서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됐다고 전하며 “유치위원회 팀들이 많이 고생했다. 특히 또 대통령이 오셔서 (힘을 보탰습니다.)”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발언을 실으며 ‘대통령의 활약’을 부각했다.
<“국가원수 효과 한몫 했다”>(최재현 기자)에서는 더 노골적이었다.
보도는 이 대통령이 “하루 평균 10명씩 IOC 위원들을 개별 접촉 하는 등 유치 활동에 전념해 왔다”며 “이 대통령의 현지 유치 활동과 프레젠테이션은 평창 올림픽이 지역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적 행사라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이미 해외 순방 때마다 비공개로 IOC 위원들을 만나고, 한국에 오는 IOC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오래전부터 올림픽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는 참모들의 발언을 덧붙였다.
MBC도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박성준 기자)에서 “IOC 윤리규정 때문에 드러내놓고 활동 할 수 없는 상황인 이 대통령에게 남아공 더반에서의 닷새는 그야말로 피말리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며 “윤리규정 범위 내에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 IOC 위원들과의 비공식 면담에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됐다”고 전한 뒤, “정말 많이 만났고 아마 그분들도 무슨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돌아다니냐고 그랬을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덧붙였다. 또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고, “지난달에는 IOC 위원 개개인의 관심 사항을 파악해 친서를 전달했고, 시차를 고려해 밤늦게 IOC 위원들과 통화하는 일도 잦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SBS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최대식 기자)는 “평창의 성공이 있기까지 이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 IOC 위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펼쳤다”며 “특히 더반 현지에서 총회 직전까지 모두 10여 차례, 부동층 중심의 IOC 위원들을 만나 지지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장밋빛 전망’ 위주, ‘이건희 띄우기’도
그밖에 방송3사의 ‘평창’ 관련 보도는 개최지 확정 발표 상황, 압승 비결, 유치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들 소개, 국민들의 환영 열기, 평창의 동계올림픽 도전 역사, 외신반응, 평창에 들어설 올림픽 시설 소개, 동계올림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이 대부분이었다.
방송3사는 하계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유치해 “스포츠 강대국”, “스포츠 선진국”이 됐다고 강조하는 한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를 30조, 60조 등으로 계산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또 방송3사는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을 세운 기업인들을 다뤘는데, 그 중에서도 이건희 회장을 적극 띄웠다. 특히 MBC는 ‘이건희 회장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이 회장의 ‘활약상’을 부각했다.
반면 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한 제언 등 신중한 접근은 부족했다. MBC와 SBS는 경제효과를 다루며 보도 말미에 ‘적자 올림픽’으로 문제가 됐던 외국 사례를 언급한 정도였고, KBS는 적자 올림픽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낭비적 투자 억제’,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 등을 언급했다.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는 다루지 않았다.
<숨 가빴던 1년여 유치 주역들>(KBS, 심병일)
<경제효과 30조 한국 가치 높인다>(KBS, 박예원)
<과다 투자 경계 “적자 올림픽 막아라”>(KBS, 박찬형)
KBS <숨 가빴던 1년여 유치 주역들>(심병일 기자)은 “평창이 호명된 순간 이건희 IOC 위원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쳤다”며 “유치전 최선봉에 선 이 위원은 최근 1년 반 동안 무려 170일을 해외에서 보내며 소리없이 득표 활동을 펼쳤다”, “이 위원은 100여 명의 IOC 위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회장의 ‘활약상’을 전했다. 이어 조양호 회장과 박용성 회장의 활동을 전했다.
<경제효과 30조 한국 가치 높인다>(박예원 기자)에서는 동계올림픽 유치로 “산업연구원은 직접적인 경제 효과만 29조 3천억 원으로 분석”했고 “13개의 경기장과 교통망 건설로 20조 5천억 원”, “시설을 운영하면서 나오는 부가가치는 8조 7천억 원을 넘는다”고 전했다. 또 “국가 이미지가 올라가고 관광객이 늘어나는 간접적인 효과도 클 것”, “한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나마 <과다 투자 경계 “적자 올림픽 막아라”>(박찬형 기자)에서는 벤쿠버 올림픽과 나가노 올림픽의 경우 큰 적자를 봤다고 사례를 소개하며 적자 올림픽을 면하기 위해 “과다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며 “건설 과정에 낭비적 투자를 최대한 억제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지원을 적극 끌어들여서 투자효율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는 인터뷰를 실었다. 또 대회장 시설도 “관광자원이나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이건희 회장의 눈물>(MBC, 노경진)
<관광객 100만 명 는다>(MBC, 한동수)
MBC <이건희 회장의 눈물>(노경진 기자)에서는 시작부터 “남들처럼 환호성은 지르지 않았지만 상기된 표정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악수를 나눌 때에도 눈가는 젖어오고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물었다”며 이 회장의 모습을 상세하게 전했다. 이어 “2009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특별사면을 받은 지 1년 반. 이 회장은 모두 11차례, 170일 동안 해외출장을 다니며 전세계 IOC위원들을 만났다”고 이 회장의 활약상을 적극 보도했다. 그리고는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등의 활약상을 덧붙였다.
<관광객 100만 명 는다>(한동수 기자)에서는 “가장 큰 경제 효과는 관광”이라며 외국인 관광객이 “약 10%만 늘어나도 경제효과는 10년동안 32조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또 “교통망과 경기장 건설 등 직접적인 생산 유발 효과는 20조원, 신규 고용도 23만명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경기 부양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려되는 점은 보도 말미에 “올림픽 개최로 실제 흑자를 낸 적은 많지 않다”며 “과잉 투자로 후유증을 겪은 나가노와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은 사례는 염두에 둘 만 하다”는 언급에 그쳤다.
<평창 유치 경제효과는?>(SBS, 송욱)
SBS는 <평창 유치 경제효과는?>(송욱 기자)에서 88서울올림픽의 경제효과가 5조원이었다며 “꼭 30년 뒤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효과는 최소한 4배는 될 걸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장과 숙박시설 건설 등으로 생기는 경제효과를 상세하게 전한 뒤, “국가와 기업의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보태면 직·간접 경제효과는 최대 65조 원대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우려되는 점은 보도 말미에 “일본 나가노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재정난에서 허덕이고 있고, 캐나다 밴쿠버도 재정위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동계올림픽 개최가 곧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반면교사인 셈”이라고 덧붙이는데 그쳤다. <끝>
2011년 7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