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친일·독재 찬양 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위’ 공동모니터 보고서(2011.6.29)
등록 2013.09.25 12:38
조회 394
‘친일·독재 찬양 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모니터 보고서
 
 
 

KBS의 특별기획 2부작 <전쟁과 군인>은 예상대로 ‘백선엽 미화방송’이었다. 친일 인사 백선엽을 ‘전쟁영웅’으로 다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립유공자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가 반발하자 KBS는 “전쟁과 인간에 대한 조명이지 특정인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KBS의 이 같은 주장은 친일파 미화방송을 밀어붙이기 위한 억지 주장임이 드러났다.

<전쟁과 군인>은 형식부터 ‘백선엽을 위한 다큐’, ‘백선엽에 의한 다큐’였다.

방송은 어둠 속에서 문이 열리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는 백선엽의 모습(1부)으로 시작해 1․2부는 내내 백 씨의 ‘설명’으로 전개되었고, 그가 회상을 끝내고 스튜디오를 나오는(2부) 모습으로 끝났다. 또 1, 2부의 마지막 멘트는 “한 인치의 땅도 거져 얻은 것이 아니다. 피와 땀을 흘려 얻은 국토”라는 백 씨의 말이었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백 씨의 시각에서 ‘전쟁 회고담’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다보니 백 씨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은 물론 한국전쟁의 비극에 대한 조명조차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방송 내용에서는 ‘백선엽 미화’가 더 심각했다. 1, 2부를 통틀어 친일을 비롯한 백 씨의 치부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백 씨의 친일 경력에 대해서는 1부 초반 “이후 만주군관학교에 입학 일본군 장교가 된다. 이 전력으로 그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는 10초도 안 되는 언급이 전부였다. 그가 악명 높은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책임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다루지 않았다.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백 씨의 전공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백 씨가 한국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고 알려진 다부동 전투와 평양 입성, 금성전투 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또 1950년 10월 미군의 평양 입성 당시 한국군이 제외됐었지만 백 씨가 밀번 장군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설득해 평양 입성에 참여할 수 있었고, 평양 공격에서 주요한 역할도 했다는 등 그의 ‘업적’ 일색이었다.

2부에서는 미군 관계자들의 ‘백선엽 칭찬’을 자세하게 다루기도 했다. KBS는 벤플리트 장군(전 미8군 사령관)의 편지를 찾는다며 버지니아주에 있는 VMI사관학교의 마샬재단 박물관까지 찾아갔다. 그리고는 “백선엽의 1사단은 다부동 전투를 통해 미국 지휘관들의 신뢰와 작전지휘권을 얻었다”, “평양 진격시 미군과의 장갑차 보병 작전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는 등의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백 씨가 미군으로부터 얼마나 높이 평가 받았는가를 강조했다.

나아가 미국이 ‘이승만 이후로 백선엽을 주목했다’는 주장도 폈다. 전쟁 중인 1953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백 씨를 미국으로 불렀는데, CIA기밀문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이 한국에서 쿠데타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백 씨를 ‘차기’로 꼽았다는 것이다. 

한편 KBS는 <전쟁과 군인>에서 한림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가 입수했다는 미공개 한국전쟁 영상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는데, 영상의 상당부분이 한국전 당시의 ‘젊은 백선엽’이었다. 게다가 이 미공개영상이라고 강조했지만 이에 대한 새로운 사료적 가치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백선엽 ‘칭송’, ‘미화’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다큐멘터리로서의 완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1, 2부에서 똑같은 전투 내용과 회고담이 반복되는가 하면, 맥락에 잘 닿지 않는 해외 참전 군인들의 한국전쟁 회고담이 등장해 뜬금없다는 느낌도 주었다. 이 정도의 내용을 1억 6천만 원이 넘는 제작비를 책정해 ‘특별기획 2부작’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공영방송’ KBS가 친일반민족 행위자를 ‘전쟁영웅’으로 미화했다는 사실이다. KBS가 강변한 것처럼 ‘전쟁과 인간에 관한 조명’을 하려했다면 적어도 친일인사가 아닌 인물을 찾아야 마땅하다. 한국전쟁의 ‘영웅’이 어디 친일파 뿐이겠는가?

친일반민족 행위자를 미화한 것은 특정 정권을 홍보하고 찬양하는 일보다 더 추악한 일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친일파 미화 방송’ KBS는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했다. 그러고도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조르고 있으니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다.
 

2011년 6월 29일
친일ㆍ독재 찬양 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참여 단체(無順) :
사월혁명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박용만선생기념사업회, 윤봉길(월진회)의사기념사업회,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학산윤윤기선생기념사업회, 범재김규흥선생기념사업회, 유정조동호선생기념사업회, 보재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 김산기념사업회준비위원회, 차리석선생기념사업회, 우사김규식연구회, 단재김달호선생추모사업회, 우당최근우선생추모회, 독립유공자유족회, 안중근평화연구원, 민족문제연구소, 효창원을사랑하는사람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한국전쟁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연합회, 미군범죄진상규명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 4.9통일평화재단,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친일인사백선엽동상건립반대파주시민대책위원회, 새날희망연대, 평화재향군인회, 전국역사교사모임, 좋은 어버이들, 청명문화재단,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경기민언련, 광주전남민언련,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녹색연합, 대전충남민언련, 동아언론자유수호투쟁위원회, 문화연대, 미디어기독연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미디어연대, 민주개혁을위한인천시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바른지역언론연대, 방송기자연합회, 보건의료단체연합, 부산민언련, 불교언론대책위원회, 새언론포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신문판매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북민언련, 진보네트워크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언론을위한모임, 학술단체협의회, 한국기독교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사회정의소위원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청년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운동연합 (이상 84개 독립운동ㆍ시민ㆍ사회ㆍ언론단체로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