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끝나지 않은 한진중 사태 … 방송3사 상황 전달에 그쳐
■ 끝나지 않은 한진중공업 사태 … 방송3사 상황 전달에 그쳐
27일 한진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노사합의서에 서명하며 파업을 철회했다. 노사 양측은 정리해고 한 170명에게 희망퇴직의 기회를 주고 파업과 관련한 민형사상 소송과 형사고발 등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회사는 농성을 벌인 노조원들을 징계하지 않기로 했고, 노조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퇴거를 책임지기로 했다. 노사합의 직후 법원은 300여명의 용역을 동원해 강제퇴거 결정을 집행했다. 농성중이던 노조원들이 강제로 끌려나갔고 일부 노조원들은 크레인계단에 밧줄로 몸을 묶고 저항하는 안타까운 광경이 빚어졌다.
한진중 노조의 갑작스러운 파업철회 결정을 법원의 강제퇴거 결정 집행을 앞두고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조 와해를 우려한 집행부가 파업을 철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국회에서 한진중 조남호 회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여야가 합의했고, 한진중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2차 ‘희망버스’가 조직되는 등 한진중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가고 있었다. 국회 출석을 피하기 위한 조 회장의 ‘도피성 외유’,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자신들은 ‘배당금 잔치’를 벌였던 점 등 사측의 부도덕성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가 파업 철회를 결정한 것을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무엇보다 190여일간 지속된 파업의 핵심요구사항이었던 ‘정리해고 철회’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영상의 이유’를 빌미로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하는 사측의 잘못된 관행도 바로잡지 못했다.
일부 노조원들은 이번 노사합의에 대해 반발하며 크레인과 생활관 등에 흩어져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174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 위원도 노조 지도부의 파업철회 결정에 참담해하며 “정리해고가 철회될 때까지 버티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노사합의의에 한진중의 상급 노조인 금속노조 대표자가 참석하거나 위임장이 있어야 하는데 빠져 법적 효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한진중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울러 한진중 사태를 비롯해 사측의 일방적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27일 방송3사는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한진중공업 노사의 합의 내용과 일부 노조원들의 반발 등 상황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노사합의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 ‘경영상의 이유’로 자행되는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 등 한진중 사태의 과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협상 타결했지만…>(KBS, 장성길)
<6개월 만에 파업철회>(MBC, 윤파란)
<190일 만에 파업철회>(SBS, 송성준)
KBS <협상 타결했지만…>(장성길 기자)은 한진중의 노사 합의사항을 전하며 “장기파업으로 인한 노조원들의 생활고가 노조엔 부담이었고, 정치권과 노동, 시민단체의 개입이 사측에겐 전격합의에 나선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핵심쟁점이었던 정리해고자 170명에 대해서는 희망퇴직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신규채용 시 우선 채용하기로 합의했다”며 “해고자는 4자 협의체를 통해 일자리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회사와 함께 생존력 확보하겠다”는 사장 인터뷰를 실었다.
그러면서 보도는 노사합의가 됐지만 “2년 가까이 선박 수주가 없고 곧 신규 수주를 한다해도 선박건조가 시작되기까지는 최소 10개월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당장 정상화는 힘들다고 전했다. 또 “백 명 안팎의 노조원들이 정리해고 철회 빠진 협상결과에 반발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어 파업 후유증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MBC <6개월 만에 파업 철회>(윤파란 기자)는 노사 “양측은 정리해고 대상자 중 원하는 사람에게 희망퇴직 처우를 해주고, 각종 민형사 고소 철회, 파업참가자 징계금지 등의 조항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노조 측은 오랜 투쟁에 지쳤고, 조선소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어 파업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고 전한 뒤, “노사 합의는 이뤄졌지만 강제 퇴거집행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집행부의 파업 철회 결정에 반발한 50여명의 조합원은 정문 밖으로 쫓겨 나온 뒤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는 “민주노총 조합원 등 20여명은 크레인 고공 농성에 합세해 파업은 철회됐지만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SBS도 <190일 만에 파업 철회>(송성준 기자)에서 노사의 합의 내용을 전하고 “최대 쟁점이었던 정리해고 문제는 계속 협의한다는 수준에서 절충됐다”며 “지난해 말 생산직 노동자 400명의 정리해고로 촉발된 한진중공업 사태는 해결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부 노조원들이 합의에 반발하면서 법원이 강제 퇴거에 나서 진통을 겪었다”, “특히 노조원 30여명은 고공크레인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어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끝>
2011년 6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