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교과서는 역사왜곡, <동아>는 사실왜곡
- 뉴라이트 교과서 발간한 교학사, 동아일보 종편에 8억투자 한 주주
지난달 30일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이 집필을 주도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최종 검정 심의를 통과해 우려를 낳고 있다. 최종 심의를 거치고 공개된 교과서는 △친일인사 미화 △식민지 근대화론 수용 △위안부 문제 축소 △이승만·박정희의 독재·쿠데타 미화 △5·18 광주민주화운동 신군부 발포 사실 미기재 등을 비롯해 역사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남북한 관계를 극단적인 냉전적 관점에서 서술하는가하면,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는 부분도 편향적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서는 사실 오류를 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학사 교과서는 “일제는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을 발표하고 12세에서 40세까지의 여성들을 침략전쟁에 동원하였다. 동원된 여성들은 일본과 한국의 군수공장에서 일하였다. 일부 여성들은 중국·동남아 일대·필리핀 등지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희생당하였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위안부 강제동원은 1930년대부터 이뤄졌으며, 군수공장에 다니던 일부 여성만을 대상으로 벌어진 사건도 아니다.
이 외에도 김구 선생이 남북협상을 위해 평양에 갔다가 돌아온 날짜 등 연도나 날짜가 틀린 서술이 곳곳에서 발견돼 ‘날림제작 교과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심지어 교학사 교과서가 동아일보 김성수 사주에 대한 기술과정에서 위키백과를 표절했다는 의혹까지 벌어졌다. 서술과 문장 순서, 단어 몇 개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 위키백과가 잘못 쓴 사진설명 글까지 똑같다는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교학사 교과서에 실린 자료사진 절반 이상이 네이버·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서 긁어 쓴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진 자료들이 버젓이 교과서에 사용된 것이다.
이렇듯 부실하고 편향된 교학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최종 검정을 통과하자 검증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예전에는 최종 검정 통과 이전에 일선교사들의 검증을 거치는 단계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한 채 최종 통과가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교과서 서술상의 문제 등이 공론화되는 과정없이 극소수의 검증심의위원의 합의로만 처리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사실 오류조차 발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되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심의위원이 학계 등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인물들로 선정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심의과정에서부터 교학사 교과서가 다른 교과서에 비해 사실 오류와 편향적 기술 등에 월등히 많은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합격 판정 자체가 ‘특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등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독재를 미화함으로써 헌법정신을 유린·부정한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승인을 즉각 취소”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한편 ‘친일·독재 미화 교학사 교과서 검정 무효화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조선><중앙>, 교학사 교과서 왜곡 논란 외면
뉴라이트 교과서가 최종 검정을 통과한 다음날(8월 31일)부터 9월 9일까지 주요일간지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모니터 기간동안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기사와 사설을 포함해 각각 19건, 25건을 다룬데 반해 조중동은 1-4건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중앙일보는 8월 31일자 신문 8면에 2단짜리 짧은 기사 한건을 내는데 그쳤다. 조선일보도 8월 31일 신문에 4건의 기사를 낸 후, 단 한 건의 기사도 내고 있지 않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역사왜곡 문제와 표절 시비 등에 대해서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도 9월 2일 사설을 통해 논란이 된 교학사 교과서 문제를 적극 감싸고 나섰을 뿐 관련 논란은 다루지 않았다. <표1 참조>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뉴라이트 교과서의 내용적 편향성과 역사왜곡 등을 지적하는가 하면, 국사편찬위원회의 밀실·부실 검증 문제를 지적했다. 또 경향신문은 교학사가 위키백과를 표절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또한 두 신문은 사설을 통해 뉴라이트 교과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경향신문은 2일 사설 <‘편향·왜곡’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를 우려한다>에서 “역사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이는 학문의 자유에 속하는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보편적 헌법 가치를 훼손하며 정파적 목적이 개입된 역사관을 교육의 영역에 허락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적절한 내용과 균형을 잃은 교학사 교과서는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채택 과정에서 잡음과 갈등도 우려된다”면서 “고등학교가 특정한 이념 집단의 역사관을 주입하거나 정권을 홍보하는 시험장이 돼서도 안되지만 이념진영의 역사 전쟁터가 돼서는 더더욱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신문은 4일 사설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검정합격 취소하라>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을 지나치게 미화한 것으로 비판받은 뉴라이트 성향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이 공개된 이후 새로운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국사편찬위원회에 검정합격 취소를 촉구했다. 사설은 교과서의 문제 내용과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이 교과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주요 친일 인사들을 미화하기 위해 출판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그냥 둘 경우 학생들에게 끼칠 영향이 두렵다”고 우려했다.
■ 뉴라이트 교과서, 동아일보 초대 회장 “미화”…동아일보, 뉴라이트 교과서 “감싸기”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5단원 ‘일제 강점과 민족 운동의 전개’는 김성수 동아일보 사주와 장덕수 초대 주필 등 유독 동아일보 관련인물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특별하게 따로 칸을 만들어 ‘미화’하고, ‘띄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두 인물은 친일인명사전에 기재된 친일파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교학사 교과서는 <이야기 한국사-김성수의 광복 직전 동향>(292쪽)에서 동아일보 김성수 사주의 사진과 함께 “일제가 동아일보를 강제 폐간시키자 고향으로 돌아가 광복 때까지 은거하였다”며 창씨개명을 거절하고 작위도 거절했다고 서술했다. 또 1943년 매일신보에 실린 징병 찬성 글에 대해서는 ‘명의도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논란으로 처리하고, 1944년 일본 총리에게 충성 맹세한 것에 대해서는 ‘강압에 의해’라고 감쌌다.
한편 <사료탐구_조선 청년 연합회 결성>(262쪽)에서는 장덕수 초대 주필의 사진과 함께 ‘조선 청년 연합회’ 결성을 주장하는 1920년 장 씨의 글을 실었다. 그러나 장 씨는 일제시대 후기 친일 단체에서 활동하며 “우리들은 어떠한 곤란을 당하더라도 성전완수에 전력을 바치자”라는 강연을 하는 등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양하고 학병 선전·선동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는 이들을 항일인사로 미화한 것이다.
이러한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은 교학사가 동아일보 종편인 <채널A>에 투자한 것이 알려지면서 ‘밀월관계’가 낳은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교학사는 출판사업과 무관한 동아종편에 주식 16만주(8억원)를 취득했다. 당시 교학사의 경영상태가 자기자본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교학사의 무리한 동아종편 주식 취득에 의문이 생긴다.
한편, 지난 2일 동아일보는 사설 <민주당은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자에게 사과해야>에서 뉴라이트 교과서를 적극 감쌌다. 사설은 “이 교과서는 과거 교과서와 달리 남북 분단에서 북한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북한 인권의 참상과 북핵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민주당에게 교과서 집필자들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
2013년 9월 9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