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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2013.7.23)
등록 2013.09.25 12:18
조회 835
 
방송3사·조중동, ‘희망버스 죽이기’에 나서
- 현대차 사측의 불법행태 침묵·노동자 잇단 죽음 외면
 
 
 
 
7월 23일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병승․천의봉 씨가 현대차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281일이 되는 날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에 들어간 것은 현대차 사측의 ‘불법파견’ 때문이다. 앞서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하고 있다고 판정했으며, 3년 전인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은 최병승 씨가 낸 소송에서 최 씨는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2012년 재상고심에서도 “사내하청도 근로자파견에 해당해 2년 이상 일한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최종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곧 최 씨와 동일한 유형의 노동자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노동부와 법원이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제동을 걸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판결을 내렸으나 현대차는 노동부와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기는커녕 오히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해고하며 탄압하고 있다. 또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일부를 ‘신규채용’하는 꼼수를 벌이며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신규채용은 ‘불법파견’이라는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 뿐 아니라 사측에 구미에 맞게 ‘일부’를 ‘선별’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불법파견 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노동자가 철탑 농성에 돌입한지 10개월이 다 되도록 현대차 사측은 이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에는 검찰이 현대차의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공전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검찰은 7개월째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검찰이 침묵하는 사이 올해 4월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단기 계약직으로 전환 뒤 해고된 공모 씨가 자살하는가하면, 7월에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박정식 사무장이 자택에서 목을 매는 등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에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10달 가까이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최병승․천의봉 씨의 투쟁을 연대‧응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4000여명이 ‘3차 희망버스’에 올랐다.
 
 
 
■ 조중동, ‘폭력시위 엄단’ 목소리 높여…“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조 탓”?

22-23일 주요일간지는 ‘3차 희망버스’ 소식을 다뤘는데 차이를 보였다.
조중동은 ‘죽봉 폭력시위’(조선), ‘조직적 죽봉시위’(중앙) 등의 표현을 써가며 시위대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비정규직 양산 문제의 책임을 ‘민주노총 산하 대기업 정규직 노조 탓’으로 돌렸고, 동아일보는 자사종편인 <채널A>기자가 시위대에게 ‘집단폭행 당했다’는 기사를 비중 있게 실으며 ‘시위대를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노동부와 법원의 ‘불법파견’ 판정을 무시한 채 법위에 군림하고 있는 현대차 사측의 태도와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검찰을 지적하는 내용은 없었다. 또 ‘법과 정의’를 요구하며 목숨을 걸고 9개월 간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도 외면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현대차 사측과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충돌을 경찰이 ‘방관’했다고 지적하는 한편, ‘격한 대립’의 원인으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두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데다 16일 새벽 현대차 경비용역들이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의 고 박정식 사무장의 분향소를 철거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을 꼽았다. 경향신문은 ‘현대차 희망버스 동행기’를 실어 참여자의 관점에서 보도했으며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주요하게 전했다. 또 재계가 일제히 희망버스의 ‘폭력성’만을 부각하고, 검찰이 호응하며 ‘관련자 전원구속수사’등의 방침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현대차 불법파견 수사에는 무성의한 검찰이, 공안몰이로 사건을 어물쩍 넘기려하냐’며 검찰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러한 언론사의 보도차이는 비단 양일(22일~23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최병승․천의봉 씨가 송전탑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난해 10월 18일부터 현재까지 주요일간지의 보도건수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현대차 비정규직과 관련해 한겨레신문 99건, 경향신문 120건을 다룬 것에 비해, 조중동은 18건(조선), 20건(중앙), 12건(동아)의 보도를 내는 데 그쳤다.<표1참조>
 
 

이 기간 동안 주요일간지들의 보도내용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지난해 10월 최병승․천의봉 씨가 고공농성을 벌이기 위해 송전탑에 올라간 때부터 ‘송전탑 상황’이나 현대차의 불법적인 사내하청 문제와 관련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 노사간 충분한 대화, 정규직 노조의 전향적 자세 등 해결방법을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또 대선 이후 벌어진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원과 촉탁직의 죽음 등을 다루면서 현대차 사측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노동자들의 죽음은 외면하고 보도하지 않았다. 이들이 다룬 10-20여건의 보도는 대선주자들이 농성장을 방문했을 때 겨우 언급되거나,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을 정규직 노조로 책임을 떠넘기는 내용이었다. 또 비정규직 노조가 백악관에 탄원서를 올렸다며 “노조가 인권 문제도 아닌 개별적인 노동문제를 미국에 묻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고 힐난하거나(중앙), ‘불법행위를 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동아)며 현대차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 방송3사, ‘폭력’ 방점…원인이 된 ‘현대차 불법경영’ 함구
 
 
 
 
 
 
방송3사의 보도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송3사는 21일 ‘3차 희망버스’ 관련 소식을 각 1건씩 다뤘으나, 하나같이 ‘폭력사태’를 전하는 데 치중했다. 또 희망버스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해설을 달아 희망버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심기에 치중했다. 반면 희망버스가 현대차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촉구했다’는 한 마디로 짤막하게 전했을 뿐이다. 또 현장에서 사측이 무리하게 진압을 시도해 시민은 물론 ‘취재기자’까지 폭행당한 사실도 함구했다.

KBS <폭력사태…100여 명 부상>(박선자 기자/21일)
KBS <‘희망버스 집회’ 불법시위자 조사>(간추린단신/22일)
MBC <‘격렬한 충돌’‥갈등 깊어져>(최지호 기자/21일)
MBC <희망버스 폭력 엄단>(최지호 기자/22일)
SBS <‘희망버스’ 울산 충돌..140명 다쳐>(이정환 기자/21일)

KBS와 MBC는 보도를 각각 14번째, 13번째로 후반 배치했으며, 제목부터 “폭력사태”, “격렬한 충동”을 부각시키고 앵커멘트도 “폭력사태로 얼룩졌다”고 강조하는 등 시종일관 ‘폭력’에 방점을 찍었다.
또한 폭력사태의 책임마저 시위대에 몰았다. KBS <폭력사태…100여 명 부상>는 리포트 첫 장면부터 “집회 참가자들이 철제 울타리를 뜯어내고 진입을 시도하자 희뿌연 소화기 분말이 사방으로 퍼졌다”, “현대차 측은 물대포로 집회 참가자들을 막았다”며 시종일관 사측과 경찰이 집회참가자의 폭력을 막기 위해 대응한 것으로 그렸다. 또한 보도 말미 현대차 측의 ‘폭력사태 유감 표시’ 입장을 전한 뒤, “희망버스의 울산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로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현대차 노사 간의 대화에도 큰 진전을 없을 것”이라며 희망버스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암시했다.
MBC <‘격렬한 충돌’‥갈등 깊어져>도 “시위 참가자들이 어젯밤 무단으로 현대차 공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폭력사태로 얼룩졌다”는 앵커멘트로 ‘폭력’을 부각시켰을 뿐 아니라, 폭력사태의 책임을 시위자에게 돌렸다. 리포트 첫 장면도 “공장 철제 울타리를 뜯어내며 물리적으로 회사 진입을 시도했다”며 충돌 장면을 내보낸 뒤, “현대차 사측도 맞대응에 나섰다”며 폭력시위에 대항한 것으로 묘사했다. 또한 보도 말미 “전국에서 모인 희망버스 집회가 폭력사태로 변질되면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라며 희망버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극대화하는 해석을 달았다.

다음날인 22일, 경찰이 희망버스 참가자에 대해 ‘폭력사태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자 KBS는 단신 1건, MBC는 15번째로 1건의 보도를 냈는데, 여전히 ‘폭력’의 책임을 시위 참가자에 두는 해석을 달았다. KBS <‘희망버스 집회’ 불법시위자 조사>는 경찰의 강경대응 방침에 이어 “검찰도 흉기를 쓰거나 돌을 던진 사람은 즉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MBC <희망버스 폭력 엄단>는 “쇠파이프와 대나무 막대기를 든 희망버스 시위대가 현대차 공장 무단 진입을 위해 담장 철거를 시도”했다며 충돌 장면을 재부각한 뒤, “반사회적 불법적 행위다”는 현대차 측 입장과,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하겠다”는 경찰의 방침을 나란히 내보냈다.

SBS는 21일 관련 보도 <‘희망버스’ 울산 충돌..140명 다쳐>를 6번째로 배치하고, 폭력사태에 대해 사측, 경찰, 희망버스 참가자 등의 입장을 기계적 균형에 맞추려고 시도해 차이를 보이는 듯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 진단과 현장에서 벌어진 현대차 경영진의 취재 방해는 함구했다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
 
 
- ‘비정규직 철폐’ 고공농성 280일…방송3사, 보도시늉에 그쳐

사태의 원인을 진단하고 올바른 해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언론보도 기본이다. 그러나 ‘폭력’만 부각한 방송3사의 보도는 결과적으로 사태의 원인이 된 ‘정몽구 회장’의 불법적 경영방식과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기형적 노동구조의 문제,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치며 송전탑에서 목숨을 걸고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자 2인의 절박함마저 외면하는 등 보도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했다.
그간 방송3사의 보도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해소 문제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현대차 철탑농성이 시작된 지난 2012년 10월 18일부터 2013년 7월 22일까지 280일 동안 보도된 방송3사 메인뉴스의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관련 보도를 살펴본 결과, KBS 일반 5건-단신 2건, MBC 일반 5건, SBS 일반 3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앞서 언급했듯 ‘폭력사태’에 방점을 찍거나, ‘고공농성’ 현장을 짤막하게 중계하거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했다’는 정도의 표면적인 언급에 그쳤다. <끝>
 
 
 

 

 
2013년 7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