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박 대통령의 ‘역사 왜곡은 교육현장 탓’ 발언에 대한 조중동 보도 모니터(2013.6.18)박 대통령이 언급한 설문은 지난 11일 서울신문 <위기의 한국사 교육>이라는 기획기사에 실린 것이다. 고교생 506명을 대상으로 ‘한국전쟁은 북침인가, 남침인가?’라는 질문을 전자메일로 보냈고, 응답학생 69%가 ‘북침’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침’(北侵)이라는 용어 해석이 없어, 대다수 학생들이 ‘북침’을 ‘북쪽을 침략했다’가 아니라 ‘북한이 침략했다’로 해석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서울신문 기사는 ‘북침’ 표현 외에도 민주화, 친일청산 등 제대로 배우지 못해 생긴 교육현장의 현실을 짚으면서 역사교육을 다시 세우기 위한 대안을 찾자는 취지의 기사였다. 때문에 서울신문은 “(학생들이) 북침과 남침이라는 용어를 헛갈리거나 전쟁의 발발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을 실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기사의 다른 맥락이나 예시를 생략한 채 고교생의 69%가 북침이라고 한 것은 ‘편향된 교사의 교육 탓’으로 몰아세우며 대책마련까지 요구하고 나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을 단순한 ‘해프닝’이나 ‘실수’라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수구보수진영은 기존 역사 교과서가 모두 ‘좌편향’적이라는 주장을 반복한 바 있으며, 지난 달에는 뉴라이트 계열의 주장을 담은 역사교과서가 교과서 검정심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과서 왜곡 논란 뿐 아니라 백년전쟁 등 역사 이념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정부까지 합세해 수구보수진영의 입맛에 따라 역사왜곡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 대통령님의 부적절한 발언은 학교 현장에 대한 몰이해와 불통의 표현”이라고 지적하면서 “입맛에 맞는 설문에 휘둘려 현장의 역사교육문제를 왜곡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질타했다. 또한 전교조는 박 대통령이 “최근 종편의 5·18 역사왜곡과 역사왜곡에 앞장섰던 일부 보수인사들의 교과서 집필에는 눈감으면서 헤프닝 수준의 설문결과를 놓고 한국전쟁에는 발끈”한다며 박 대통령의 이중적인 모습을 꼬집기도 했다.
18일 조중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는 등 관련 발언을 적극 띄우면서 ‘교육현장 때리기’에 합세했다.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를 1면에 배치했으며, 동아일보는 ‘편향적 역사교육이 문제’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을 지적하기는커녕 ‘블루유니온’이라는 단체의 설문까지 인용해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업을 받는다”며 박 대통령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마저 보였다.
<朴대통령 “고교생 69%가 6·25를 북침으로 알다니… 우리 역사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조선, 4면)
<“6·25가 북침? 역사 왜곡 바로잡아야”>(중앙, 1면)
<朴대통령 “역사는 민족의 혼… 왜곡 교육 묵과할 수 없다”>(동아, 4면)
조선일보는 4면 제목을 <朴대통령 “고교생 69%가 6·25를 북침으로 알다니… 우리 역사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라고 뽑으며, 학생들이 6·25를 북침으로 알고 있는 것은 역사교육 때문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부각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1면에 <“6·25가 북침? 역사 왜곡 바로잡아야”>를 싣고,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6·25전쟁 관련 설문조사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부각했다. 한편, 중앙은 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서울신문이 ‘북침’과 ‘남침’이라는 용어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지 않아 학생들이 단어의 뜻을 모르고 ‘북침’을 선택했을 수 있다고 얘기한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4면 <朴대통령 “역사는 민족의 혼… 왜곡 교육 묵과할 수 없다”>에서 “박 대통령의 언급은 부실한 역사 교육과 함께 일부 교사가 왜곡된 역사관을 전파하는 등의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블루유니온이라는 단체가 내놓은 ‘선동·편향수업 신고센터 접수자료’ 내용을 덧붙이며 ‘역사교육이 문제’라는 박 대통령 발언에 힘을 실었다. 반면, “북침의 뜻을 혼동한 학생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들며 박 대통령이 이를 교육 현장의 문제로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은 일각의 주장으로 치부했다. <끝>
2013년 6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