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한 편의 ‘코미디’를 연출했다. 진 씨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감사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우리 단체 상임대표를 지낸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을 문제 삼았다.
진 씨가 문제 삼은 내용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진 씨는 최민희 전 부위원장이 방송위원회 재직 시절 우리 단체와 언론노조 간부들을 만나 업무추진비를 쓴 것을 두고 “중립성과 공정성 면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며 도덕적 해이”라면서 대단한 의혹이라도 밝힌 양 호들갑을 떨었다. 이 과정에서 진 씨는 우리 단체와 언론노조를 “친노”로 낙인찍기도 했다.
우리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진성호 씨가 아직도 국회의원이 무엇하는 자리인지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과거 정권 흠집내기’, ‘반대 세력 흠집내기’라는 한나라당의 국감 전략에 충성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쓴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둘 다 아니라면 진성호 씨는 국회의원이 되어 무척 한가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전직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의 정상적인 업무추진을 국정감사장에 들고 나와서 ‘밥 먹은 대상이 친노라서 문제’라는 따위의 공세를 펼 수 있겠는가?
진성호 씨에게 몇 가지 당부한다.
첫째, 진 씨는 ‘조선일보 기자’ 시절 몸에 밴 악습을 빨리 잊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친노’로 낙인찍고, 그들의 뒤를 캐면서 억지로 문제를 만들어내 비방하는 악습을 말한다. 적어도 이런 일을 국민의 세금으로 할 수는 없다. 굳이 이런 일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조선일보 기자’로 돌아가 조선일보사의 월급을 받으면서 하라.
둘째, 진 씨야말로 편파적인 시각을 버리고 ‘공정한 태도’로 국감을 해주기 바란다.
지금 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시중 씨는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온갖 물의를 빚고 있다. 현직 방통위원장의 숱한 문제들을 놔두고 전직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 따지는 것이 정상인가?
게다가 업무추진비 문제에 있어 최시중 씨는 구 방송위원장의 3배가 넘는 월평균 1천여 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고, 사용처의 3분의 2가 최고급 호텔이라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최시중 씨는 방통위원장에 취임하기도 전에 726만원의 판공비를 썼다고 한다. 우리는 진성호 씨가 최시중 씨를 비롯한 현직 방통위원들의 업무추진비 내역도 꼼꼼하게 분석해 누구와 어디서 밥을 먹었는지, 같이 밥을 먹은 사람들이 진 씨가 주장하는 방송통신위원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어긋남이 없는 사람들인지도 꼭 따져주기 바란다.
셋째, 우리 단체 출신 인사들과 우리 단체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을 좀 끊어주기 바란다.
진성호 씨를 비롯해 한나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은 우리 단체와 우리 단체 출신인사들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그 관심 또한 우리 단체나 우리 단체 출신 인사들이 제시하는 합리적 제안, 정책 대안이 아니라 ‘무슨 꼬투리 잡을 일이 없나’ 하는 데 쏠려 있다.
이런 불필요한 관심은 역설적으로 우리 단체에 대한 위상만 높이는 격이다. 최민희 전 부위원장에 대한 꼬투리잡기만 해도 그렇다. 방송위 부위원장이 시민단체와 언론노조 등을 만나 언론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는게 도대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최시중 씨처럼 청와대나 열심히 드나들고 언론장악 대책을 논의하는 비밀 회동이나 해야 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성호 씨가 최민희 부위원장에 대해 얼마나 흠잡을 것이 없었으면 같이 밥 먹은 사람들의 이념이나 따졌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지나친 관심을 두고 세상은 ‘스토킹’이라 부른다. 우리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민단체 스토커’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단체는 시민언론단체로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할 것이니, 한나라당 의원들도 불필요한 관심을 거두고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에나 매진해주기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