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언론재단 노조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등록 2013.09.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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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의 ‘과열’인가, 정권의 ‘요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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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 10시부터 100분간 진행되는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이하 <대통령과의 대화>)를 지상파 방송3사(KBS, MBC, SBS)와 케이블 보도전문 채널(YTN, MBN) 2곳이 동시 생중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이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 3사와 보도전문 채널이 동시에 이를 생중계 하는 것은 ‘전파낭비’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대통령과의 대화>를 굳이 5개 채널이 동시 생중계해야 하는 합리적 근거가 무엇인가?
우리는 KBS가 제작하는 이번 ‘대통령과의 대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5개 채널이 동시 생중계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인가 아니면 방송사들이 ‘자발적으로’ 중계에 나선 것인가?
‘5개 채널 동시 생중계’는 해당 방송사들은 물론 이명박 정부에게도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다. 황금 시청시간대인 10시에 지상파 방송 3곳으로도 모자라 보도전문채널에까지 똑같은 내용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시청자들을 짜증스럽게 만들 것이며, ‘시청권 침해’라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이 방송장악 시도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5개 방송사가 일제히 <대통령과의 대화>를 생중계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 지금이라도 생중계는 제작을 맡은 KBS에 맡기고 나머지 방송사들은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대통령과의 대화>는 준비 과정에서 KBS 제작진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장미란 선수와 이용대 선수를 출연시켜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촛불집회’ 주제와 관련한 지정 토론자를 ‘촛불 집회를 진압한 전경’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다행히 제작진의 거부로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지만 청와대의 구시대적 발상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스타의 인기에 편승해보겠다는 발상, 복무 중인 전경을 불러내 촛불집회를 비판해보겠다는 발상은 국민의 의식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구시대적 발상을 제작진에게 요구한 것도 문제다.
우리는 청와대가 <대통령과의 대화>를 여는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점검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인가 아니면 국정운영의 실패를 ‘변명’하고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정권 홍보의 자리인가? 방송 매체를 이용해 알맹이 없는 말잔치로 정권 홍보나 해볼 생각이라면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 국민들은 이미 거듭되는 정부 여당의 변명과 자화자찬에 지쳐있다. 지금 민심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으로 수습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대통령과의 대화>는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뜻을 따르려는 진정성있는 자리가 될 때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끝>



2008년 9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