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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신문의 사노련 사건 보도에 대한 논평(2008.8.29)
등록 2013.09.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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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사노련 체포’는 1면기사 ‘영장기각’은 단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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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목)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관련자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사노련이 국가의 존립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점에 대한 (경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사노련을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노련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한 경찰의 행태에 제동을 건 것이다.
사노련은 올해 2월말 갓 출범한 이후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활동을 펼친 적이 없어 국민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단체다. 조직의 입장과 강령, 활동 내용도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했는데, 특히 구소련·동유럽·중국·북한 등에 존재한 현실 사회주의 체제는 타도해야 할 대상로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오세철 명예교수는 자신이 이런 사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학자이며, 북한에 대한 비판적 태도 때문에 독재정권 아래서도 국가보안법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찰은 뜬금없이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 혐의로 오세철 명예교수 등 사노련의 주요 활동가들을 긴급 체포함으로써 ‘공안정국 조성’을 위해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조선·중앙일보는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작심한 듯 구닥다리 ‘조직사건’을 일으킨 경찰의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사건을 단순 보도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27일 10면 기사 <‘국보법 위반’ 오세철교수 등 7명 체포>에서 “前정권서 용인한 체제부정, 법대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는 경찰의 입장과 “북한에도 반대하는 입장인데 마르크스, 사회주의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잡아가나”라는 사노련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중앙일보도 27일 10면 기사 <오세철 교수 보안법 위반 체포>에서 “사노련이 사회주의 이념의 노동자당 결성을 목표로 한 ‘이적단체’”라는 경찰 관계자의 언급을 받아쓴 후, “부르주아 행정, 의회, 사법기구를 폐지하고 이 전체를 함께 관할하는 소비에트 유형의 노동자 직접 민주주의 기관으로 대체한다”는 투쟁목표를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28일 ‘탈북자 간첩’과 관련한 사설에서 “경찰에 적발된 연세대 교수가 포함된 사노련 사건 등이 헌법이 규정한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차제에 국가보안법 일부 조항에 대한 개정작업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라며 이명박 정권이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무리한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동아일보는 조선·중앙일보의 ‘단순 보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노련이 사회주의 혁명을 당장에라도 일으킬 수 있는 대단한 조직인 양 과장하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27일 1면에 <오세철 연대 명예교수 국보법 위반 혐의 체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12면에는 <자본주의 철폐-노동자국가 건설… 사회주의 혁명 공공연하게 주장>이라는 박스기사를 실었다. 이 박스기사에서 동아일보는 사노련이 “자본주의체제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면서 사노련 사건이 “그 동안 방치돼 왔던 극렬좌파단체 수사 신호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28일 밤 11시 30분 사노련 사건 관련자 7명 전원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조중동은 모두 이 소식을 29일자 단신 기사로 간단히 보도했다. 특히 사노련 사건을 1면에 실으면서 경찰에 힘을 실어주었던 동아일보의 관련 기사가 제일 분량이 적었다. 동아일보는 사노련이 마치 국가를 뒤흔드는 엄청난 조직인 양 과장해놓고 정작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기각된 사실은 애써 축소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한편 한겨레, 경향신문은 사노련 사건의 발생 직후부터 경찰이 신 공안 드라이브에 편승한 ‘코드 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점을 자세하게 분석하며 보도했다. 한겨레는 28일 3면 전체를 털어 사노련 사건이 되살아난 ‘국가보안법 망령’에 의해 ‘사상의 자유’가 탄압받는 사건이라고 비판하는 기획 기사를 실었다. 또한 사노련 관련자 구속영장 전원 기각 소식도 29일 1면에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28일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공안수사>라는 사설을 통해 “북한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면서, “사상적 신념에 따른 사회주의 운동을 철 지난 국가보안법을 걸어 처벌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신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사노련 관련자 영장 기각 기사도 29일 1면에 실어 보도했다.
사실 경찰이 사노련 관계자들을 긴급체포까지 해가며 호들갑을 떤 것은 ‘공안정국 조성 카드’로도 실패작이라 할 수 있다. 사노련의 주장을 국가보안법에 적용시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사노련이 국민들에게 ‘안보 위기감’을 불러일으킬만한 현실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노련의 존재는 민주화 된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다양한 사상과 가치를 용인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민의 변화된 인식을 따라잡지 못한 채 구시대적인 국가보안법의 칼을 빼들고 나선 경찰의 행태는 이명박 정권이나 조중동이 먼저 뜯어 말려야 할 일이다. 우리는 조선·중앙일보가 경찰의 사노련 관계자 체포 소식을 ‘단순보도’로 처리한 이유도 경찰의 행태가 그들의 관점에서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조선·중앙은 사노련 사건을 통한 ‘공안정국 조성’ 시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경찰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지도 않은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무작정 경찰에 힘을 실어 주며 ‘공안정국 조성’ 시도에 부화뇌동했다. 항간에 “사악한 조선, 교활한 중앙, 무식한 동아”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노련 사건 보도를 통해 이런 말이 왜 나오는지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구시대적인 ‘공안정국 조성’ 시도는 이명박 정권의 무능함을 드러낼 뿐이다. 군사독재정권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즐겨 쓰던 수단 말고는 국정 운영의 총체적 난맥과 실정(失政)을 모면할 방법이 없다는 것 아닌가.
바닥을 기는 지지율과 경제 악화 등 각종 악재에 부딪힌 이명박 정권이 국민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해 ‘공안정국 조성’에 집착하는 것은 ‘친 이명박 신문’ 조중동에게도 망신거리다. 조선·중앙은 자신들이 만든 정권을 ‘배후조종’하려면 제대로 하라. ‘공안정국 조성’ 시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이명박 정권과 ‘친 이명박 신문’들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현명한 처사다.
또 앞뒤 가리지 않고 이명박 정권의 공안정국 조성 시도를 ‘고무·찬양’하는 동아일보는 최소한 눈치라도 살피는 ‘센스’를 갖기 바란다. <끝>



2008년 8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