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조선일보가 KBS의 대표적인 시사교양프로그램 ‘KBS스페셜’에 대해 “쓰레기” 운운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 스페셜-언론과 권력,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 편에 발끈한 모양이다.
조선일보는 <KBS, 이탈리아 보고 뱉은 침이 제 얼굴에 떨어지다>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사설에서 그야말로 막말 수준의 비난을 쏟아냈다.
“KBS를 이렇게 만든 정연주 전 사장의 복심(腹心)들은 이런 속보이는 쓰레기 프로를 만들려고 국민 세금을 축내며 이탈리아까지 유람(遊覽)을 돌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정 전 사장을 따라 나가 딴 살림을 차려 자기 돈을 써가며 마음껏 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옳다”
제작진들을 “정연주 전 사장의 복심”으로 몰면서 ‘너희들도 KBS를 나가라’고 주장한 것이다. 도대체 ‘KBS 스페셜’이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만들었기에 조선일보가 이렇게까지 격앙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KBS 스페셜’이 매우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언론과 권력,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 역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KBS 스페셜’은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통해 부와 권력, 언론이 한 몸이 되었을 때 민주주의가 어떻게 유린되는지를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보여주었다.
조선일보가 이런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보고난 후 기껏 내놓은 사설이 ‘KBS의 탄핵방송도 편파보도였다’, ‘정연주의 복심들은 KBS를 나가라’는 따위의 정치공세라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조선일보가 ‘KBS 스페셜’을 이토록 비난한 이유는 뻔하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와 신문방송 겸영허용 등 방송구조 개편이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이탈리아와 베를루스코니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복합미디어 그룹’을 꿈꾸며 ‘수구보수 언론의 여론독과점’ 사회를 바라는 조선일보로서는 시청자들이 이탈리아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여기는 상황이 짜증났을 것이다. 그래서 ‘정연주 체제의 KBS도 편파방송했다’는 식의 극히 지엽적이고 왜곡되었을 뿐 아니라 유치한 반론을 편 것이다.
‘KBS 스페셜’을 제대로 한 번만 본다면 조선일보의 오늘 사설이 얼마나 수준 낮은 비난인지, 또 ‘정연주만 쫓아내면 된다’고 생각했을 조선일보가 ‘KBS 스페셜’ 내용에 얼마나 실망하고 긴장했을지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신문의 ‘얼굴’이라 할 사설에서 “쓰레기 프로” 운운했겠는가?
그러나 단언컨대, 조선일보가 ‘KBS 스페셜’을 비난한 일은 아니 한만 못하다. 조선일보의 비이성적 반응은 ‘KBS 스페셜’에 대한 관심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시대 온 국민의 ‘필수 시청 프로그램’의 하나로 ‘KBS 스페셜-언론과 권력,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 편을 시청자들에게 추천한다. ‘민주화를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하고 있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이 알기 쉽게 만들어졌다.
‘KBS 스페셜’을 비롯해 KBS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에게도 당부한다. 수구보수언론들의 비난은 프로그램의 공영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수구보수언론들의 비난에 흔들리지 말고 앞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수준 높은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제공해주기 바란다. 제작진들이 자존심과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영향력에서나 신뢰도에서 조중동은 결코 ‘국민의 방송 KBS’를 이길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