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송 3사의 ‘광복절’ 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2008.8.18)
등록 2013.09.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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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수립’을 ‘건국’으로 바꾼 SBS, 너무 섣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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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거센 반발 여론에도 정부는 올해 광복절 기념행사를 ‘63주년 광복절 및 건국 60주년 중앙경축식’으로 치렀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줄곧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성과만을 강조했다.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단순한 용어 사용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이 되고, 1945년 해방 이후에도 1948년까지 ‘한일합방 조약’이 유효하며 우리에게 주권국가가 없었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건국절’ 추진이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며, 일제 하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고 이승만 정권을 ‘건국영웅’으로 추켜세워 ‘우익세력’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굳이 이런 논란을 벌이지 않더라도 1945년 8월 15일 일제에게 빼앗겼던 국권을 되찾은 만큼 이 날을 ‘광복절’로 기념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1948년 8월 15일을 기념하는 ‘건국절’로 바꿔 ‘광복절’을 지우려는 시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적어도 이명박 정부가 8월 15일을 ‘건국’으로 기념하고자 한다면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 없이 ‘건국 60주년’ 기념행사를 밀어붙였고, 일부 언론들도 이와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상파 방송인 SBS도 11일부터 16일까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연속기획 보도>라는 제목으로 ‘시련과 도전으로 점철된 60년의 의미’, ‘한국 정치 60년의 대장정’, ‘일상생활의 역사’, ‘한국 문화 60년’, ‘대한민국을 빛낸 진정한 영웅’에 대해 다뤘다. 반면 ‘광복절’과 관련해서는 <일본인이 만든 전사자명부 “한국에 대한 사과”>(8/14)만을 다뤘고, ‘건국절’ 추진시도에 대해서도 <‘광복’이냐 ‘건국’이냐…정치권까지 불붙은 갈등>(8/15)에서 논란을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MBC도 11일부터 15일까지 연속기획 <정부 수립 60년 시리즈>를 통해 ‘올림픽’·‘수출’·‘입시’·‘대기업’·‘선거’로 본 60년 등을 다뤘으나 ‘건국 60주년’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MBC에서도 <강제 징용, ‘멀고 먼 보상’>(8/14) 외에는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보도는 없었다. ‘건국절’ 추진시도에 대해서도 <‘광복 60주년’ 광복절 기념식, 여-야 ‘따로따로’>(8/15)에서 간단하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KBS가 <‘독립 유공자’ 선정, 뒤늦은 ‘포상’>(8/11), <광복 63주년, 끝나지 않은 고통>(8/15) 등 두 건의 광복절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여성이 이제야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는 것과 일제 강점기 원폭 피해자들, 야스쿠니 신사에 무단 합사된 한국인과 그 후손들이 아직도 일본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다. KBS는 ‘건국절’ 추진에 대해 <‘건국 60년’ vs ‘광복 63년’…규정 논란>(8/14), <두 동강난 ‘8.15’…여야 따로 행사>(8/15)를 통해 다뤘으나 보도량 자체가 워낙 적었고 보도의 심층성도 부족했다.

방송사들이 이명박 정부의 ‘건국절’ 추진에 대해 그 배경과 의미를 적극적으로 따져보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또 광복절과 관련한 보도는 소홀히 한 채 ‘정부수립 60주년’에 초점을 맞춰 각종 기획보도를 내보낸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SBS가 ‘건국 60주년’ 개념을 그대로 써서 기획보도를 내보낸 것은 지상파 방송으로서 섣부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 해도 ‘역사왜곡’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건국 60주년’이라는 말을 이토록 쉽게 써도 좋은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는 SBS가 굳이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는 ‘건국’의 개념을 방송에서 쓰고자 한다면 그 이전에 진지한 사회적 논의의 과정부터 밟아가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 없이 국경일을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 이렇게 쉽게 편승하는 것은 곤란하다.
SBS가 ‘건국’ 개념을 사용하는 데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할 것을 촉구하며, 아울러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명박 정부의 ‘건국절’ 추진을 심층적, 비판적으로 다뤄줄 것을 당부한다. <끝>

 

 



2008년 8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