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검찰이 정연주 KBS 사장을 출국금지 시켰다.
정연주 사장은 6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올림픽을 참관하고 8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주관하는 각국 정상들과의 오찬에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오찬에는 극소수의 언론사 사장들이 초청받았으며, 한국에서는 정 사장이 유일하게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의 기습적인 출국금지 조치로 정 사장의 중국 방문은 무산되었다.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서라면 외교적 결례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미 언론계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8월 초 KBS 장악’ 시나리오가 파다했다. 감사원의 KBS 감사 결과 발표, 검찰의 정 사장 기소, KBS 이사회의 정 사장 ‘사퇴 권고’ 등의 과정이 예상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 정 사장의 베이징 방문을 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우리는 ‘설마 이명박 정부가 그런 무리수를 쓸 것인가’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우리의 기대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집념은 이제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가 정 사장의 베이징 방문이 무산된 정치적 배경을 모를 리 없다. 국민으로서 부끄럽고 부끄럽다.
오늘(5일) 감사원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KBS 감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감사 결과는 ‘정 사장의 개인 비리는 없으나 부실 경영 및 인사, 조직관리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가 ‘부실 경영’을 이유로 KBS 이사회나 대통령에게 정 사장의 해임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감사원 발표 직후 7일 KBS 이사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검찰의 정 사장 출국금지는 ‘감사원 발표-검찰 기소-정 사장 해임’의 과정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 검찰이 정 사장을 연행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방송장악에 몸이 달아 염치고 체면이고 다 던져버린 모습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검찰과 감사원을 동원해 끝내 ‘정연주 축출, KBS 장악’을 밀어붙인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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