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발언과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논평(2008.7.30)
여권의 ‘방송장악 망언’, 제대로 비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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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 인사들의 ‘방송장악 망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나섰다. 29일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 자리에서 홍 원내대표는 “KBS (정연주) 사장의 경우 소환장을 2~3번 발부했으면 법에 따라 체포영장이 발부돼야 하고, MBC ‘PD수첩’도 자료 제출을 하지 않으면 압수수색에 들어가야 한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여론과 방송사 눈치를 보면서 무슨 공권력을 집행하겠다고 덤비느냐”는 등의 망언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5개월, 우리 사회는 총제적인 난국을 맞고 있다. 정치, 경제, 외교 등등 각 분야에서 이명박 정부는 무능함을 드러내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직 방송장악과 여론통제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며,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할 집권여당은 오히려 ‘더 강경한 탄압’을 부추기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통신위원장, 감사원, 검찰까지 동원해 KBS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또 방송프로그램의 왜곡 여부를 검찰이 전담반까지 구성해 수사하는 ‘희대의 코미디’는 이명박 정부가 여론통제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500여 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 정당, 네티즌단체들이 범국민적인 연대기구까지 결성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거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정권의 방송장악을 위해 정치검찰 노릇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나 주고 있으니 국민을 향한 ‘언론통제 선포’나 다름없다.
이러한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국정운영에 대한 충정이라도 밝힌 듯이 보도했다. 30일 중앙일보는 <홍준표 “왜 정권교체 했는지 답답">에서 홍 원내대표가 “‘울분’을 토했다”, “작심한 듯 청와대와 내각, 공권력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KBS사장 체포영장 발부되고 MBC PD수첩 압수수색해야”>에서 홍 원내대표가 “검찰의 ‘눈치 보기 수사’를 질책했다”거나 “힐난했다”고 표현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광우병 파문 언론탓” 단독 원구성 시사>에서 KBS, MBC에 대한 검찰수사를 비판한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한 뒤, “검찰 수사의 지침을 제시하고, 압박한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PD수첩에 대한 검찰 중간수사 발표를 다룬 <검찰 “PD수첩 왜곡보도”기소 방침>에서 홍 원내대표가 “‘자료제출 요구를 안 들으면 압수수색영장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하는 등 공개적으로 검찰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한편 29일 방송에서도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룬 보도를 찾기 어렵다.
KBS <정상회담 뒤 경질>와 MBC <한목소리로 ‘경질’>에서 “앞장서야 할 주체들이자기 한 몸 보신을 위해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내답게 당당하게 책임지는 풍토가 없다”라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녹취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보도는 독도 문제를 놓고 외교라인에 대한 여야의 질타를 다룬 것이다. 홍 원내대표가 방송장악을 부추긴 데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29일 “왜 정권을 교체했는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들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 했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언론을 통제해 독재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는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권력과 언론통제에 기댄 ‘일사 분란한 국정운영’, ‘반대 여론 없는 국정운영’을 시도하면 할수록 국민의 반발과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와 잇따르는 여권 인사들의 망언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들에게도 거듭 촉구한다. 지금까지 언론이 누려왔던 자유는 민주화 과정에서 국민들이 흘린 피의 대가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지금, 정권의 방송장악과 언론통제 시도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라. 그것이 언론자유를 가져다 준 국민에게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끝>
2008년 7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