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송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 관련 동아일보 사설에 대한 논평(2008.7.28)
동아일보, 이명박 정부에 운명을 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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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500여개 시민사회단체, 정당이 참여한 ‘방송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이 발족했다. YTN을 비롯한 언론사와 언론유관 단체에 대한 잇따른 낙하산 인사, MBC 에 대한 상식을 벗어난 탄압, KBS 장악을 위한 초법적인 ‘정연주 축출 시도’, 누리꾼들의 소비자운동 탄압 등등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를 보다못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이 이념과 정파를 떠나 공동대응 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그러자 동아일보가 발끈하며 28일 사설을 통해 범국민행동을 음해하고 나섰다. 사설의 제목은 <좌파정권 단물 빨던 ‘정연주의 친구들’>. 동아일보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저급한 제목이다. 사설은 근거도 없이 범국민행동의 “핵심”이 민주당, 참여연대, 민언련이라고 지목하더니, 참여연대와 민언련을 “좌파정권의 단물 빨던 정연주의 친구들”로 몰았다.
동아일보, ‘성유보·정동익 기자’가 누군지 잊었나?
특히 범국민행동의 성유보 상임운영위원장과 범국민행동에 참여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의 정동익 위원장을 “좌파정권의 관변인사”로 지목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성유보, 정동익 두 인사에 대해 이런 비난을 퍼부은 동아일보는 가히 인면수심이다. 성유보, 정동익 씨가 누구인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해직기자들이다. 75년 박정희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언론자유를 외쳤다는 이유로 동아일보는 성유보, 정동익 씨를 비롯한 130여명의 기자와 PD를 쫓아냈다.
성유보, 정동익 씨는 30대 청년 시절 동아일보에서 쫓겨나 ‘재야의 언론인’으로 언론자유를 위해 싸웠고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명망을 쌓아왔다. 참여정부 시절 이들이 각각 방송위원과 공사의 감사를 맡은 것이 권력의 양지라도 쫓은 양 동아일보가 호도하는 것은 참으로 파렴치하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 정권 실세를 배출하고, 이명박 정권의 언론통제를 합리화하는 동아일보야말로 ‘정권으로부터 단물을 기대하는 집단’, ‘최시중·이동관의 친구들’ 아닌가?
무지하고 악의적인 참여연대 공격
참여연대에 대한 음해도 옹색하기 짝이 없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참여연대는 정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운영되는 시민단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10년 동안 참여연대 전·현직 임원 416명 중 36%인 150명이 청와대와 정부기관에 진출했다”며 참여연대를 관변단체처럼 몰아가려는 시도 역시 악의적인 정치공세로 드러난 바 있다.
동아일보가 인용한 자료는 연세대 유석춘 교수 등이 자유기업원의 용역을 받아 2006년에 발표한 보고서로 보인다. 당시 이 보고서는 참여연대와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들을 ‘주요 임원’으로 규정하고, 각종 정부 위원회의 자문위원, 고문까지 ‘정부기관 진출’에 포함시켜 수치를 부풀림으로써 참여연대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숫자 부풀리기’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시민사회가 제안한 정책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정부 위원회 등에 참여한 것을 두고 정권과의 유착이라도 되는 양 주장하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 운영의 기본인 공치(협치)에 대한 무지의 소치다.
정부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게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각계의 참여와 이해를 모아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거버넌스’(governance, ‘공치’ 또는 ‘협치’)의 개념으로 확립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모양이다. 같은 잣대로 재벌 등 기업이나 학계는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도 사실관계부터 따져보고 ‘권력유착’ 운운하길 바란다.
동아일보 등은 걸핏하면 ‘어느 단체 출신의 인사가 참여정부에 몇 명이나 들어갔으니 이 단체가 관변단체다’라는 식의 주장을 편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지난 참여정부 시절 주요 정책에 있어 누구보다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를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방송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나선 시민단체를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동아일보야말로 ‘이명박 시대 관변언론’의 전형이다.
노 전 대통령 ‘임명권’ 발언 ‘임면권’으로 왜곡하기도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는 KBS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실까지 왜곡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KBS 사장으로 자신의 후보시절 언론고문이었던 서동구씨를 임명했다. 그러나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내세워 서씨의 사장 임명을 반대했고, 결국 서씨는 KBS 사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KBS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한 인사가 정연주씨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28일 사설을 통해 서씨가 KBS 사장을 사퇴하자 “노 대통령이 국회 국정연설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KBS 사장 임면권(任免權)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유감을 나타낸 뒤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출신의 정연주 씨를 새 사장으로 내세웠다”고 썼다. 노 대통령이 서동구 씨를 대신해 정연주 사장을 밀어붙인 양 교묘하게 상황을 호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노 대통령의 국정연설 자료를 보면 ‘대통령에게 KBS 사장에 대한 임면권이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임명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노 대통령이 ‘KBS 사장에 대한 면직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
백번 양보해 동아일보가 정연주 씨를 노무현 대통령의 ‘낙하산’이라고 비판하려면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도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씨의 방송통신위원회 인사를 반대해야 마땅하며, 언론계에 쏟아지는 ‘이명박 낙하산’, 이 대통령 측근의 KBS 사장설 등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 ‘정연주 사장이 낙하산이니 이명박 정부도 낙하산 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당키나 한가?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언론이기를 포기한 듯하다. 동아일보가 ‘언론’의 외피를 쓰고 있다면, 다른 모든 의제에서 이명박 정부를 편들더라도, 방송장악 시도만큼은 “안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것마저 포기했다.
동아일보가 정권의 방송 장악까지 옹호하면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명박 정권이 천년만년 권세를 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2008년 동아일보가 보여준 정권 부역의 행태를 역사와 국민이 기억할 것이다. 동아일보와 동아일보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안쓰럽다. <끝>
2008년 7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