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송통신심의위 방송분과특위의 KBS <뉴스9> 심의 관련 논평(2008.7.12)
방통심의위, ‘정권을 위한 심의’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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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방송분과특위는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를 다룬 KBS <뉴스9> 보도가 ‘공정성’에 관한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주의’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16일 전체회의에서 ‘주의’ 결정을 참작해 징계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방통심의위 방송분과특위가 문제 삼은 KBS <뉴스9>의 보도는 5월 21일 <예정에 없는 ‘특감’>, 5월 22일 <내일 ‘특감’ 취소 신청>, 5월 23일 <‘취소’ 심판 제기>, 6월 11일 <‘표적 감사’ 비판 확산> 4꼭지이다. 이 보도들이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방송심의규정 9조 4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예컨대 6월 11일 <‘표적 감사’ 비판 확산>은 “정치적 목적의 표적 감사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KBS 특별감사는 KBS의 존립 근거를 흔든다”는 KBS 측의 성명과 특감을 반대하는 KBS 앞 촛불집회 참가자, 그리고 천정배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방송했지만, 감사원 등의 반론은 소홀히 다뤘다는 지적을 받았다. 소위의 한 위원은 “특감 관련 보도를 하면서 ‘공영방송 장악 의도’ ‘표적감사 비판’ 등의 표현으로 자신의 입장을 지나치게 내세운 것이 문제”라며 징계 건의 사유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방통심의위 방송분과특위의 이 같은 결정은 ‘KBS 특별감사’라는 의제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KBS 특별감사는 ‘감사대상인 KBS와 감사주체인 감사원’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KBS는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는가를 가름하는 국민적 관심 대상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임기가 보장된 KBS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보수단체’들의 국민감사청구가 이뤄졌고, 감사원은 KBS에 대한 정기 감사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감사청구 6일 만에 특별감사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국민들과 시민사회단체, 언론단체, 야당 등은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보수단체’와 특별감사라는 수단을 동원, 정연주 사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려한다고 반발했다.
따라서 KBS가 감사원 특별감사 결정의 타당성, 배경과 의도를 심층 취재하고, 이와 같은 특별감사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따지는 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공영방송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일방의 주장” 운운하며 심의규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영방송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근본 인식을 의심케 한다.
KBS 기자들이 자사가 특별감사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각계에서 쏟아지는 ‘표적특감’의 의혹과 비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정권 눈치보기’로 비판받아야할 일이다. 국민들이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우려하며 촛불까지 든 상황에서 이런 우려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또 국민들과 각계의 우려와 비판을 전달하면서 그때마다 감사원 등의 반론을 담는 것은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기계적 균형’일 뿐이다.
방통심의위 방송분과특위가 문제 삼은 4건의 보도를 살펴보면, 5월 21일 <예정에 없는 ‘특감’>은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정 사실을 보도하면서 ‘표적감사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정도의 기자멘트를 덧붙였다. 당시 감사원 결정에 대해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단체가 ‘표적감사’라며 감사원을 비판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5월 22일 <내일 ‘특감’ 취소 신청>은 KBS가 행정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전한 것이다. 5월 23일 <‘취소’ 심판 제기>는 KBS가 행정심판을 감사원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그날 나온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KBS 특감 비판 발언을 전했다.
6월 11일 <‘표적감사’ 비판 확산>은 촛불집회 시민 인터뷰, 전국언론노조 입장, KBS 노조 부위원장 발언, 통합민주당 의원의 특별감사 중단 촉구 움직임, 천정배 의원 발언과 함께 감사원의 입장을 전했다. 6월 11일은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시작된 날이자,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KBS 앞에서 촛불집회를 시작한 날이다. 특별감사에 대한 쏟아지는 비판과 우려를 전달하고, 방송사 앞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촛불집회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정도 내용의 보도를 놓고, ‘특별감사 찬성 의견’이 ‘특별감사 비판 의견’과 똑같이 다뤄지지 않았다고 문제 삼거나, “‘공영방송 장악 의도’ ‘표적감사 비판’ 등의 표현으로 자신의 입장을 지나치게 내세운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이다. 앞으로 KBS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위기상황에서도 침묵하거나, ‘공영방송 장악 시도 세력’과 ‘공영방송 수호 세력’의 입장을 똑같이 다루라는 말과 다름없다.
우리는 4건의 보도가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방통심의위 방송분과특위의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만약 16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가 4건의 보도에 대해 징계를 내린다면 이는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여론 통제에 이어 정권의 KBS장악 시도에도 들러리섰다’는 사실을 천명하는 셈이다. 방통심의위원들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7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