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ABC협회의 조선일보 부수 조작 사건’에 대한 논평(2008.7.10)
등록 2013.09.25 10:59
조회 393

 

 

철저한 진상규명, 투명성 강화가 해법이다
 
.................................................................................................................................................


신문·잡지 등의 발행·유료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기관인 한국ABC협회가 지난 2002년과 2003년 각 한 차례씩 조선일보의 부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발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9일 <경향신문>은 “협회 간부들이 유료부수 조사 팀에 조선일보에 대한 조사 수치를 조작토록 했다”는 한국ABC협회 전 직원 A씨의 폭로와 관련 문건을 단독보도 했다.
ABC협회의 유료부수 조사는 신문사가 먼저 유료부수를 신고하면 신문사의 본사와 지국 가운데 표본추출한 30개 지국을 대상으로 협회가 실제 조사를 벌인 뒤 공식유료 부수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ABC협회는 2003년 5월부터 5개월간 조선일보 지국 30곳을 조사대상으로 4개 조사팀을 보내 2002년 유료부수를 조사했다. 이 결과 조선일보가 신고한 부수의 88.7% 수준인 169만9430부로 나오자 ABC협회 간부들이 “조선일보 신고부수의 90%(172만3115부) 수준에 맞춰야 한다”며 협회 조사 부수보다 5만6000여부 많은 175만6193부로 수치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ABC협회는 이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03년 10월16일 조작된 부수를 조선일보의 유료부수로 최종 공표했다. 이들은 앞서 2002년에도 2001년 유료부수 조사를 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조선일보 유료부수를 부풀렸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ABC협회의 이러한 조작 행위가 당시 ‘조선일보 판매국 실무자’의 부탁을 받아 이뤄졌다는 관계자들의 발언도 보도했다. ABC협회의 전 부국장은 “조선일보는 협회 설립 초창기인 1990년부터 10년간 계속 실사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전관예우 분위기상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했고, 당시 신문부장이었던 김모 사무국장은 “당시 조선일보 실무자가 ABC 협회의 조사결과 부수가 조선일보 신고부수의 80%대에 해당하면 입장이 곤란하다고 해 조사대상 지국의 구독료 미수 현황을 살펴 수치를 조정한 것이지 대대적으로 조작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 협회로서는 단골 고객의 입장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발언했다.

부수조작 과정, 철저하게 진상규명해야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아무리 조선일보가 ‘단골 고객’이라고 하더라도 광고 요금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발행부수를 실무자의 부탁만으로 조작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특히 2002-2003년 당시는 신문사들이 부수 확장을 위한 출혈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국장 살인사건까지 일어날 정도로 신문부수는 민감한 문제였다.
뿐만 아니라 부수조작의 문제는 ‘단골의 편의를 봐주었다’는 해명으로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조선일보는 자사의 발행부수, 유료부수를 ‘독자로부터 신뢰받고 있는 증거’인 양 주장해왔다. 2003년 조선일보는 ABC협회의 ‘2002년 ABC 공사보고서’를 보도하면서 “조선일보가 발행, 유료부수 모두에서 1위로 인증받았다”고 자화자찬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조선일보는 불법경품과 부수조작으로 만들어낸 신문 부수를 내세워 사회적 영향력을 과시한 셈이다.
또 광고주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기업들에게 정확한 신문의 발행부수, 유료부수를 제공돼야 광고 가격을 합리화, 현실화할 수 있다.
ABC협회는 사단법인이지만 국고지원을 받고 문화관광체육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일차적으로 문화부가 나서 조작과정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7월 10일자 경향의 보도에 따르면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 5월중에 ABC협회가 조선일보 부수를 조작하고 경륜자금뿐 아니라 신문발전기금을 유용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제대로 징계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체육부는 조선일보 부수조작건은 감사사항이 아니고 경륜자금 유용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한편 신문발전기금 유용건도 환수조치하는데 그쳐 제대로 감독기능을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문화관광부가 ABC협회의 운영기금 예산승인권 등에 대해 강력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조선일보 유료부수 조작건은 감사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 ABC협회는 문화관광체육부가 사실상 감독하는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이 투입되어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검증하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제 감사원과 국회가 나서 조작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신문발전위 정확한 발행부수, 유료부수 조사 필요
ABC협회를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려운 만큼 신문들의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
2005년 제정된 신문법 제16조(자료의 신고 등) 제1항에 따르면 ‘일간신문을 경영하는 신문사업자’는 △전체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부수 △구독수입과 광고수입을 ‘당해 법인의 결산일로부터 5월 이내에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신문발전위원회는 신문의 정확한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조사하고 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신문들, 특히 조중동은 신문발전위원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경영비밀 요구’, ‘신문 옥죄기’ 등으로 반발해왔다. 그러나 정확한 발행부수, 유가부수 조사를 위해 신문발전위원회의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현재 미신고 사업자에 대해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치고 있는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ABC협회는 지난 2월 26일 신문발행부수 공사가 중단되고 재정에 타격이 있다면서 신문법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미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었던 ABC협회에 대한 기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라졌다. 이제는 ABC협회의 전면적인 개혁이나 대안적인 발행부수공사기관을 설립을 모색해야 할 시점일 것이다.

조선일보, ‘부수 부풀리기’로 ‘1등신문’ 자처했나
그동안 조선일보는 ABC협회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발행부수와 유료부수가 정확하게 공개되는 것을 얼마나 꺼렸는지 알 수 있다.
2005년 조선일보는 ‘2003년 부수인증 공사’ 과정에서 “ABC협회가 공정하지 못한 태도를 취했다”며 부수공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부수를 엄청나게 부풀린 의혹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동아일보도 조선일보와 함께 부수공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ABC협회를 불신했던 조선일보는 2006년 신문발전위원회가 정확한 발행부수, 유가부수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거세게 반발하면서 ABC협회에 힘을 실어주었다.
2006년 신문발전위원회가 신문법에 따라 정확한 발행부수 파악을 위해 2006년 5월 31일까지 신문용지 입출고, 용지 사용량, 잉크 사용량 등을 신고서식에 따라 제출하라고 하자 조선일보는 “정부가 왜 사기업의 ‘경영기밀’을 파악하려 하나”, “경영자료 신고요구로 신문의 목을 조이냐”는 등등 거세게 반발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신문들이 상호 견제하는 상황에서 검증 부수를 자의적으로 왜곡할 여지는 적으며, ABC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표준에 따라 부수를 검증한다”며 신문발전위원회의 부수 검증에 반발하는 ABC협회의 입장을 키워주었다. 그러면서 “신문위가 ABC협회를 배제하고 다른 방법을 찾을 경우, 역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신문유통원이나 언론 관련 시민단체가 선정될 가능성도 있어, 부수 검증 방법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썼다.
이제 부수 조작 사실까지 드러난 만큼 조선일보는 독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정확한 발행부수, 유가부수 조사에 협조해야 마땅하다. 자칭 ‘1등신문’의 실체가 ‘부수 부풀리기’였다는 사실에 독자들은 경악하고 있다.

그동안 신문사들의 진짜 유료부수는 ‘기밀 중의 기밀’로 알려져 왔다. 그만큼 신문의 발행부수와 유료부수가 부풀려져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번 조선일보 부수조작 사건이 신문사 경영의 투명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진상규명에 책임이 있는 기관들은 진상규명에 나서고, 조선일보는 독자에게 사과하고 진상조사에 협조하라. 아울러 조선일보를 비롯한 신문사들은 정확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조사할 수 있도록 신문발전위원회에 성실하게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할 것이다.
발행부수와 유료부수의 투명한 공개는 독자와 광고주만이 아니라 ‘신뢰의 위기’에 빠진 신문업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끝>

 
2008년 7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