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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민주당 돈봉투 의혹’ 키웠던 조중동, 찔리지도 않는 모양
‘민주당 돈봉투 의혹’ 키웠던 조중동, 찔리지도 않는 모양
■ ‘망신살’ 뻗친 검찰, 조중동은 ‘남의 일’?
<조선> “검찰, 실수 인정 수사 종결”
<중앙> “검찰 수사 난항”
<동아> “검찰, 돈봉투 수사 계속”
새누리당(옛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김경협 민주당 부천 원미갑 예비후보의 금품 살포 의혹 수사를 무혐의로 종결한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김 씨의 주장과 관련자들의 진술 및 과학적 분석 내용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한 결과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배포했다는 김 씨의 주장에 수긍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던 지난 1월 19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이 열린 서초구 교육문화회관 내 화장실에서 대의원을 상대로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KBS 보도가 나오자 검찰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집권 여당과 청와대가 연루된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수사를 미적대던 검찰이 민주당 돈봉투 의혹에는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검찰은 KBS 보도 바로 다음 날인 20일 교육문화회관을 압수수색해서 CCTV를 확보했고, 31일에는 ‘돈봉투 살포 용의자’로 특정한 김경협 예비후보의 선거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하고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유일한 증거였던 ‘화장실 돈봉투 살포’ CCTV 화면은 ‘화장실’이 아니라 ‘화장실 간판이 보이는 로비’에서 공개적으로 봉투를 주고받는 장면이었고, 건넨 봉투도 돈봉투가 아니라 ‘출판기념회 초대장’이었으며, 봉투를 건넨 시간도 이미 예비경선 투표가 끝난 시간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가 ‘헛다리 짚기’로 종결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민주당은 검찰의 억지 수사가 ‘부러진 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누리꾼들은 ‘김경협 예비후보를 검찰이 전국적으로 홍보해 준 거냐’고 비꼬았다. 일부 정치 신인들 사이에서는 ‘나도 수사해서 지명도 좀 높여 달라’는 농담이 나돌 지경이 되었다. 검찰은 돈봉투 사건을 ‘여야의 문제’로 몰아가려고 무리하게 수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3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무리한 수사로 망신을 자초한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검찰의 ‘오발탄’>(한겨레, 6면/3일)
<검찰, 이상득 의원 압수수색부터 하라>(한겨레, 사설/3일)
한겨레신문은 6면 기사 <검찰의 ‘오발탄’>에서 검찰이 김경협 민주당 예비후보에 대한 내사를 종결했다고 전하면서 “검찰로선 적잖이 체면을 구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기사는 검찰이 압수수색 이틀 만에 ‘오조준’이었음을 자인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 검찰은 “한나라당 쪽과의 기계적 형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야권의 항변을 반박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사설 <검찰, 이상득 의원 압수수색부터 하라>에서는 민주통합당 돈봉투 의혹 수사에서 나타난 ‘저돌성’이 잇따른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는 왜 발휘되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민주당 돈봉투” 이틀 뒤 “무혐의” 무리했던 검찰>(경향, 12면/3일)
<한상대 검찰총장은 김경협씨에게 사과해야>(경향, 사설/3일)
경향신문도 6면 기사 <“민주당 돈봉투” 이틀 뒤 “무혐의” 무리했던 검찰>에서 김경협 씨 사건의 무혐의 종결에 대해 검찰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사와 ‘기계적 균형’에 집착해 무리하게 공개 수사에 나섰다 망신을 자초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번 일이 ‘예고된 참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면서 ‘수사의 유일한 근거이자 단서’인 CCTV 녹화 기록만 가지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섣부른 대응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종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오판을 인정하고 내사를 종결한 점은 그나마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사설 <한상대 검찰총장은 김경협씨에게 사과해야>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정치적 수사를 비판했다. 사설은 그 동안 검찰에 기소된 야권 인사들이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검찰 수사에 비판 여론이 높았지만 검찰은 사과하거나 책임지기는커녕 법원에 화살을 돌렸고 부실·표적 수사의 장본인들은 승승장구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더 늦기 전에 끝냈으니 다행”이라고 하기엔 당사자의 피해가 너무 크므로 “한상대 검찰총장은 김경협씨에게 사과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조중동은 3일 ‘검찰이 민주당 돈봉투 의혹을 종결했다’는 사실을 보도했지만 그동안 검찰의 성급한 판단을 기정사실인 양 보도하면서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을 ‘물타기’했던 자신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도 없었다.
<검찰의 野 화장실 돈봉투 의혹 수사 헛발질>(조선, 10면/3일)
조선일보는 10면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이틀 만에 실수를 인정하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검찰이 김경협 민주당 예비후보가 들고 있던 봉투에 “돈이 아닌 김 씨의 출판기념회 초대장”이 들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민주통합당의 다른 사람이 돈봉투를 뿌렸는지 여부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에 민주당도 함께 엮어서 여야 모두의 문제로 다뤘다. 지난 1월 21일 5면 기사 <화장실 돈봉투의 ‘돈’字도 안 꺼낸 민주당>에서는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예비경선장의 화장실 돈봉투 의혹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고 질타했다. 기사는 돈봉투 거래 장소와 시기가 상당히 구체적인데도 민주당은 진상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돈봉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검찰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며, 민주당이 의혹을 덮고 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 주던 조선일보는 막상 사건이 무혐의 종결로 끝나자 마지못해 겨우 보도한 것이다.
<민주당 돈봉투 아닌 출판회 초청장 … 망신 당한 검찰>(중앙, 3면/3일)
중앙일보는 3면 기사에서 “검찰의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돈봉투 의혹 사건 수사가 출발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면서 검찰 수사가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사는 검찰의 내사 종결 선언으로 민주당 돈봉투 의혹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며,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팀의 ‘성급한 공론화’를 비판하는 법조계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제대로 비판하지는 않고, 성급하게 공론화해서 수사가 난관에 부딪히고 검찰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중앙일보도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민주당 돈봉투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계속해 왔다. 1월 28일 사설 <민주당, 돈봉투 수사에 협조하라>에서는 민주당이 “자기네 돈봉투 문제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입도 다물고 있다”며 “민주당도 한나라당만큼 의혹을 사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검찰이 야당을 탄압한다’는 구호로 정치 공세를 펼 생각이라면 “돈봉투 문제를 덮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렇게 얼마 전까지 민주당을 공격하는 목소리를 높였던 중앙일보는 사건이 검찰의 내사 종결로 끝났는데도 자신들의 그릇된 보도를 반성하기는커녕 검찰의 입장을 감싸는 듯한 모습이다.
<‘부러진 檢’>(동아, 1면/3일)
동아일보는 1면 기사 <‘부러진 檢’>에서 검찰이 민주통합당 돈봉투 살포 혐의를 받던 김경협 예비후보에 대한 내사 종결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한 김경협 씨와 민주당 대변인의 주장을 전하는 한편, ‘민주당 돈봉투 의혹 수사는 계속할 것’이라는 검찰의 입장을 보도하면서 CCTV 판독 결과 “누군가가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라고 보도했다.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여전히 ‘민주당 돈봉투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는 내용이다.
동아일보도 그동안 민주당 돈봉투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는 듯이 보도해 왔다. 김경협 씨 사무실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다음 날인 지난 1일 동아일보는 5면에 <검찰 ‘민주당 돈봉투’ 열자마자… 진실게임 공방 속으로>라는 기사를 실었다. 당시 기사는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금품 선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검찰이 자신감을 보였다’,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음을 내비쳤다’ 등의 언급을 통해 김경협 씨가 곧 처벌이라도 받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끝>
2012년 2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