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12월 16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1.12.16)
등록 2013.09.25 10:45
조회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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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판사․SNS 흔들기‘에 실패한 <조선>, 이번엔 역사교사 맹비난
 
 
 
 
기사 맞습니까?
- <조선> 교사가 “대통령 조롱”했다며 1면에서 호들갑
 
 
 
■ ‘판사·SNS 흔들기’에 실패한 <조선>, 이번엔 역사교사 맹비난
 
 
16일 조선일보가 1면에 <선생님 맞습니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런데 과연 1면 기사로 실을 만큼 뉴스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내용이다. 기사는 한 중학교의 “황당한 국사 시험 문제”를 소개하며 이를 출제한 선생님을 겨냥해 “선생님이 맞느냐”고 비난했다. 조선일보가 비난하며 사진을 실은 시험 문제는 아래와 같다. 

<선생님 맞습니까>(조선, 1면·8면)

이 문제는 2009년 CBS 라디오방송 시사자키라는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인 김용민 씨가 오프닝멘트로 사용한 내용이다. 당시 김 씨는 이 문제의 답이 “이승만”이라면서 “아직까지는”이라는 말을 덧붙여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촌철살인 비판으로 널리 알려졌다. 김 씨는 최근 나꼼수 방송에서도 이런 내용을 말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문제를 낸 교사가 경기도 한 중학교의 역사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이 모씨(32)라며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싸잡아 조롱하려는 목적으로 인용된 발언들을 3학년 국사 시험문제에 예문으로 출제하고 이를 트위터에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교사가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도 그대로 인용했다. 기사는 이 교사가 “09년 5월 시사자키 오프닝멘트를 기말고사에 출제했어요. 분명히 답을 알려줬는데도 이명박이라 쓰는 애들이 있네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전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이 교사와 그가 몸담고 있는 학교의 교감까지 인터뷰해서 이 문제를 따졌다.
기사에 따르면 이 학교 교감은 “시험 문제를 해당 교과 교사들이 공동으로 사전 확인하게 돼 있지만, 이 교사가 그런 문제를 냈다는 사실은 보고받지 못했다. 내일 회의를 열어 징계 여부 등을 논의하겠다”, “이 교사가 전교조 소속은 아니지만, 젊어서인지 (정치와 관련해) 비판적인 발언이 많아 구두로 경고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조선일보는 역사 교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추적해 시험 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뚜렷한 근거 없이 비난한 뒤, 해당 학교 교감을 취재해 사실상 ‘교사 징계’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이 교사를 향해 “선생님 맞느냐”고 비난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불투명하다. ‘나꼼수’에서 나온 발언을 인용했다는 게 문제인지, 출제된 내용이 “대통령들을 조롱”하는 것이기 때문이지 모호하다.
시험에 인용되는 예문 가운데는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이 아닌 것들이 많다. 따라서 방송프로그램에서 나온 내용을 예문으로 뽑았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제시된 예문이 “대통령 조롱”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시각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예문이 ‘역사적 팩트’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출제 교사에 대한 ‘징계’를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다.

뿐만 아니라 이런 내용을 1면 기사로 부풀려 엄청난 문제라도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조선일보의 태도가 과연 상식적인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15일 많은 매체들이 조선일보의 뒤를 쫓아 이 시험문제를 논란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 11월 25일 조선일보는 최은배 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한미FTA 비준 동의안 날치기 비판 발언을 트집잡아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SNS의 ‘부작용’을 부각하고 사법부를 수구기득권의 낡은 시각으로 길들이려는 의도로 시작했던 ‘판사 흔들기’는 실패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뒤 오히려 사법부 내에서는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고 최은배 판사들을 변호하는 판사들이 목소리를 냈고, 시민들은 이들을 응원하고 나섰다. 대법원도최 판사를 징계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중앙·동아일보는 지금까지도 틈만 나면 해당 판사들을 흠집내는 기사들을 끊임없이 올리고 있다.

조선일보가 이번에는 ‘황당 역사시험 문제’라며 한 역사 교사를 ‘징계’로 몰아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파악된다. 한편으로는 공무원들이 SNS를 통해 비판적인 언급을 하는 것을 트집 잡으며 SNS에 대한 규제 분위기를 몰아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적인 교사들을 옥죄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최근 교단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교사들을 교육청 등에 ‘발고’하는 청소년들이 생겨나 ‘이명박 정권의 이념공세가 학생들에게 반인륜적 행태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문제를 내고 이를 트위터에 올렸다’며 교사를 맹비난하고 사회문제로 부풀리는 조선일보의 행태가 이런 분위기를 더 부추기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끝>
 
 
 
2011년 12월 1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