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통심의위의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 게시물 위법결정에 대한 논평(2008.7.2)
정권 눈치나 보는 위원들은 방통심의위를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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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 이하 방통심의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포털 ‘다음’에 올라온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 관련 게시물 80건 가운데 58건이 위법이라며 ‘삭제권고’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방통심의위의 결정이 조중동을 살리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방통심의위는 58건의 게시물이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제7조4호와 제8조4호 마목에 해당돼 위법조치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7조 4호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규정은 그 적용범위가 매우 모호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 제8조4호 마목 ‘기타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심의규정이 이렇게 포괄적이라면 방통심의위는 심의규정을 지극히 조심스럽게 적용해야 마땅하다. 방송과 통신을 심의하는 근본 목적은 ‘규제’ 자체가 아니다. 심의의 궁극적인 목표는 방송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위법의 근거를 명백하게 제시할 수 없다면 위법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방통심의위는 애매한 심의규정을 근거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제약하는 결정을 내려놓고 그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문제가 된 58건의 글이 어떤 ‘범죄’나 ‘위법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것인지, 네티즌들이 불매운동에 나설 ‘정당한 권한’을 가졌는지 못가졌는지, 이들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했다면 누구의 어떤 권리를 침해했는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방통심의위는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고, 심의 대상이 된 게시물 80건도 공개하지 않았다. 방통심의위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다”며 추후 사업자들에게 삭제여부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에 따라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하면서 추후에 다시 게시물 삭제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애매한 근거로 ‘위법’ 결정을 내렸는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보며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설치법)의 개정 필요성을 거듭 확인하게 되었다.
방통위설치법 18조 1항은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 및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기 위해 방통심의위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방통심의위 구성은 도저히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구조다. 위원 9명 가운데 3인은 대통령이 직접 위촉하고, 3인은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한 사람, 나머지 3인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을 대통령이 위촉한다. 친여당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대통령이 심의위원 1/3을 직접 위촉하도록 만든 것은 정치적 독립성의 포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방통위설치법 개정 운동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방통심의위는 이번 결정으로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에 제동을 걸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통제와 억압은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활동은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누리꾼들은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온라인 망명’을 통해 자유롭게 정보를 유통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했다. 국내 포털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통제한다고 해서 누리꾼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방통심의위의 결정이 실효성이 없는 것이라 해도 방통심의위의 정치적 행보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이미 누리꾼들은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통제 시도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운동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누리꾼들과 연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아울러 방통심의위 위원들에게 촉구한다. 심의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정권의 이해에 따라 규제를 남발하는 사람은 방통심의위 위원 자격이 없다. 심의에 대한 철학 없이 정권의 눈치나 살피는 사람들은 당장 방통심의위를 떠나라.<끝>
2008년 7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