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6월 26·27일 촛불집회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2008.6.28)
방송3사, ‘기계적 균형’ 말고 ‘공안정국 비판’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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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의 촛불집회 관련 보도가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다.
26일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고시의 관보 게재를 강행하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수 만 명의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고 경찰은 ‘색소 물대포’, ‘최루 물대포’ 운운하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이 부상을 입었고, 전경이 시민의 손가락을 이로 물어 손가락이 절단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태 악화의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정권에게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수백 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이명박 정권을 향해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알맹이 없는 ‘추가협상’으로 국민을 기만했고, 공권력을 동원한 언론탄압, 무자비한 시위 진압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방송3사는 이명박 정권의 공안정국 조성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기는커녕 틀에 박힌 단순한 집회 소식, 혹은 ‘시위대의 폭력’과 ‘경찰의 폭력’을 나란히 놓고 ‘기계적 균형’ 맞추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위대 가운데 극히 일부가 폭력적인 경향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압도적 다수의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비폭력’을 호소하며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제되지 않는 군중 가운데 일부가 폭력적인 경향을 보인 것과 지휘체계에 따라 움직이는 공권력의 폭력을 똑같이 다루는 것은 부당하다. 특히 공권력이 평화시위를 벌이는 시민들까지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마땅하다.
‘손가락 절단’ 사건, 방송3사 모두 가볍게 처리
26일 새벽 한 시민이 전경에게 물려 손가락이 절단된 사건을 방송3사는 모두 무성의하게 다뤘는데, MBC가 특히 심각했다.
SBS는 26일 <밤새 시위…충돌>에서 “양측의 충돌과정에서 시위대 가운데 한 명이 전경에게 물려 손가락 끝마디 일부가 잘리는 등, 시민 백여 명과 경찰 80여 명이 다쳤습니다”라고 짧게 전했다. 전경이 시민의 손가락을 물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정도다.
KBS는 <충돌 130명 연행>에서 피해자 조 모씨의 인터뷰를 담았지만 손가락이 절단된 직접적인 원인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MBC는 <충돌...130명 연행>에서 “53살 조 모 씨가 손가락이 잘리는 등 시민과 경찰 160여 명이 다친 걸로 추산됩니다”라고만 전했다. 경찰이 시민의 손가락을 물어 절단시킨 사건이 이 정도로 간단하게 다룰 일인지 묻고 싶다.
‘기계적 균형’에 빠진 촛불시위 보도
한편 26일 방송3사는 방송시각 현재 촛불시위대의 모습을 담은 보도 1건, 전날의 대량 연행과 부상 등을 담은 보도를 1건씩 방송했다. 여기에 더해 SBS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주장과 경찰 측 주장을 각각 한 꼭지씩 다뤘고, KBS는 이 내용을 한 꼭지로 담아 보도했다.
SBS는 <과잉진압>에서 “12살짜리 초등학생과 81살 노인, 현역 국회의원까지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면서 제대로 경고방송도 하지 않았다고 대책회의 측은 비난했습니다. 현행 집시법은 자진 해산하라는 경고 방송을 세 번 이상한 뒤에야 직접 해산에 나설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책회의는 또 경찰이 물대포도 경찰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고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대책위의 주장을 전했다.
현행 집시법 규정을 ‘대책위의 주장’으로만 전달한 것은 유감스럽다. 집시법의 관련 규정을 살펴보고, 경찰의 연행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따져볼 수 있지 않나? 이어진 보도 <“허용한계 넘었다”>는 경찰의 ‘해명’을 전했는데, 이 역시 경찰의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KBS도 <‘과잉 진압 논란’>에서 시민단체의 주장과 경찰의 주장을 나란히 ‘소개’하는 데 그쳤다. 이 보도는 “사용을 자제하겠다던 물대포를 한달 만에 다시 동원하고 닥치는 대로 시위대를 연행하며 경찰의 과잉 진압이 본격화됐다는 게 시민단체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대가 거리 진출을 시도하며 경찰 버스를 파손하는 등 불법을 저질러 물리력 사용이 불가피했다고 맞섭니다”라고 기자멘트하고 “자신들이 폭력적이면서 정당한 공권력을 폭력적이라고 매도합니다”라는 명영수 경비과장의 인터뷰를 차례로 전했다.
‘80년대식 강경진압’, 무비판적 전달
방송3사는 경찰이 독재정권 뺨치는 시위 진압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도 무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26일 어청수 경찰청장은 “어떨 땐 80년대식 강경진압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 (대책회의가) 80년대식을 몰라서 그렇지”라는 망언을 했다. 이어 27일 서울지방경찰청 한진희 청장은 물대포에 색소를 섞어 “거리시위 현장뿐 아니라 인근 지역과 지하철, 버스 등에서 옷에 색소가 묻은 시민 등을 추적 검거하는 등 기존의 해산 위주 진압방식을 검거 위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 타격대 가운데 3분의 1은 방패를 들지 않고 운동화를 신는 등 간편한 차림으로 운영할 것”이며 “이들을 활용해 폭력 시위자들을 현장에서 추적하고 검거할 방침”이고 “필요하면 색소를 맞은 시위자는 집에까지 찾아가서라도 전부 다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대포에 최루액을 섞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방송3사는 사복체포조, 최루액 사용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짚어주지 않았다. 그동안 광우병 관련 보도에서 가장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MBC도 경찰의 강경진압 방침에 대해 아무런 지적이 없었으며, 경찰과 시민단체의 주장을 각각 <강경대응>, <강력반발>로 전하는데 그쳤다.
KBS도 <“최루액 사용” “반발”>에서 경찰 방침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나열했다.
SBS 역시 <체포영장 강력대응>에서 내일부터 색소를 탄 물대포를 쏘겠다는 경찰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고, 촛불집회 현장을 보도하는 <반발‥긴장고조>에서 광우병 대책회의의 반발을 전했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국민의 분노를 구시대적인 공안 탄압으로 잠재워보겠다는 것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언론 소비자운동에 대한 탄압,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라는 초유의 언론 탄압 등은 이명박 정부가 신공안정국을 만들어가는 핵심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시도를 막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수 십 년 후퇴할 것이며 언론계는 그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우리는 방송3사가 이러한 큰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촛불집회와 경찰의 강경진압을 ‘기계적 균형’에 맞춰 보도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쇠고기 정국’에서 우리는 방송이 제 역할을 하는 한, 국민은 정권의 기만과 수구신문의 거짓말에 속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방송3사가 ‘정권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의 위기를 제대로 보도해주기 바란다. 그래야 국민이 정권으로부터 방송을 지켜줄 수 있다. <끝>
2008년 6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