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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 관련 20일 주요신문 사설에 대한 논평(2008.6.20)
등록 2013.09.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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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30개월’에 가두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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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9일)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쇠고기 협상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자세는 낮췄지만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광우병특정위험물질 금지’와 ‘검역주권 확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반면 ‘재협상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했다. 대운하에 대해서는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조건을 달았고, 인사쇄신의 구체적인 내용도 없었다.

20일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는 <‘변화 의지’ 읽기 어려운 이 대통령 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두고 “재협상이 어려운 이유만 길게 해명할 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가협상에서 담아낼 것인지를 설명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금지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아직 불투명하다”며 “이런 정도로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면, 이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대운하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태도에선 한발짝 진전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란 단서를 단 것은, 나중에라도 상황이 바뀌면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며 “이래선 이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믿음을 갖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대국민사과만으론 민심 돌릴 수 없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은 한·미간 쇠고기 협상 타결을 미리 상정한 듯한 회견 택일이나 절차도 어설프거니와 내용도 알맹이 없는 사과 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이 회견이 “정부 스스로 사실상의 재협상이라고 밝힌 추가 협상의 와중에서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과날짜부터 잡았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견이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축적에 주력한 인상을 준다”며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서둘러 쇠고기 협상을 매듭지을 당시와 유사한 정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내놓고 칭찬하는 <중앙>,<동아> ‘이제 끝났다’는 <조선>
반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대통령의 회견을 추켜세웠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새 출발 다짐을 지켜보자>에서 대통령의 “자책”과 “반성”, “새 출발”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각자의 욕구는 담아두고 대통령의 새 출발을 지켜볼 때다”, “대통령을 무작정 흔들면 나라가 흔들린다”고 주장했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재협상은 국익을 위협하기 때문에 추가협상을 택했다고 했다”며 “대통령의 말대로 대통령과 미국 정부를 일단 믿어야 한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비롯한 시위대는 이제는 촛불시위와 도로 불법점거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인사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았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대통령은 가스·물·전기·건강보험은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확인했다”며 높게 평가하더니 “하지만 대통령은 민영화가 필요한 부부문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돌파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민영화 정책을 부추겼다.
중앙일보가 대통령의 발언에 칭찬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비판을 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회견은 몇 가지 중요한 허점도 남겼다”며 “무법 상황을 방치한 자신의 무책임을 사죄하고 공권력 확립을 약속했어야 한다”, “불법 도로 점거, 경찰에 대한 폭력, 언론사와 광고주에 대한 공격 등 민주사회를 위협한 언행을 엄중히 지적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중앙일보와 다름없는 주장을 폈다.
이날 사설 <다시 시작하겠다는 대통령 지켜보자>에서 동아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경우에도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국민의 식탁에 오르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대운하사업도 국민이 대운하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내각과 청와대 인선을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하고,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다짐했다”며 “그동안 표출된 민의(民意)를 수용한 셈”이라고 추켜세웠다.
동아일보 역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으나 엉뚱하기는 중앙일보와 마찬가지였다. “촛불시위 이후 무너질 대로 무너진 법치(法治)를 바로 세우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 없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며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유감을 나타낸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이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보면서 따질 것은 따지되, 도울 것은 도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보며>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중앙, 동아일보와 달리 조선일보는 내놓고 대통령의 회견을 칭찬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표현한 반성의 마음을 구구절절 늘어놓더니 몇 가지 충고를 하면서 ‘앞으로 잘하라’고 정리했다. 이 사설만 보면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고 앞으로 대통령이 마음먹은 대로 실천하면 되는 듯하다. 중앙, 동아일보보다 더 교묘한 ‘이명박 구하기’였다. 물론 쇠고기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해법’이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어제 기자회견은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 자율규제’만 실현되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호도했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전혀 지적하지 않고, 대통령의 사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새출발 하겠다니 지켜보자’, ‘불법시위 엄단하라’는 등의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광우병특정위험물질 금지’와 ‘검역주권 확보’가 보장되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열 번 백번 사과한들 쇠고기의 안전성이 보장되겠는가. 국민들을 ‘30개월 프레임’에 가둬놓고 대단한 결단이라도 한 듯 생색을 내는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의 행태가 국민을 또 한번 분노케 한다.<끝>

 

2008년 6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