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나우콤 문용식 대표 구속 및 정부 여당의 인터넷관련 행보에 대한 논평(2008.6.18)
이명박 정부, ‘통제 마인드’로는 ‘소통’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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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구본진)가 인터넷방송 ‘아프리카’의 운영사인 나우콤의 문용식 대표를 저작권 침해 방조에 대한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영화인협의회가 웹하드를 통해 영화가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고발을 받고 수사한 결과 나우콤이 운영하고 있는 ‘피디박스’와 ‘클럽박스’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해 구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우콤은 “아프리카에서 촛불집회가 생중계되고 이것이 시위 확산의 기폭제가 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과잉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네티즌들도 ‘아프리카’가 촛불시위 생중계를 통해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을 확산시킨 데 대한 ‘표적수사’가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나우콤과 네티즌들의 이런 반발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그동안 검찰은 저작권 침해 방조 혐의에 대해 주로 불구속 수사를 해왔다. 또 저작권 관련 수사를 할 때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 여부’에 노력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고려되는데, 나우콤은 저작권 침해가 확인될 경우 저작물을 삭제하고 이용자를 제재하는 등 가능한 기술적 보호조치에 노력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우콤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나우콤은 저작권 침해를 부추길 수 있는 ‘업로더 보상’, ‘불법법조장 광고’, ‘불법조장기능’이 없었음에도 대표가 구속된 반면, 다른 3곳의 업체들은 이런 기능이 있었음에도 대표가 구속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니 정부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정부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언행도 ‘인터넷 통제’ 의혹을 키우고 있다.
문 대표가 구속된 16일 한나라당은 인터넷 여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일명 ‘인터넷 사이드카’(여론 민감도 체크프로그램)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 제도는 언론 기사에 일정 개수의 리플이 붙거나 조회수가 갑자기 늘어날 때, 혹은 아고라, 까페 등 인터넷 토론광장에서 부각되는 이슈를 선별해 여론의 흐름을 파악한 후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폭등할 때 일시매매정지를 시키는 제도인 ‘사이드카’ 개념을 인터넷 영역에 끌어온 것은 ‘여론통제’의 발상이 깔려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 17일 한승수 총리는 “사이버 공간에서 근거 없는 비판이 확산되지 않도록 각 부처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는 발언을 했는데, ‘특별한 관심’이 여론 통제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도 17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장관회의에서 “인터넷의 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 인류에게 얼마나 유익하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가를 경험하고 있다”며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인터넷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낸 말이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한나라당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인터넷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부 여당이 구시대적인 ‘통제 마인드’로 인터넷을 접근하는 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누리꾼들의 불신과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나우콤 문 대표에 대한 구속 소식, 한나라당의 이른바 ‘인터넷 사이드카’ 추진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라. ‘소통’을 하겠다는 정부가 자꾸 ‘통제’를 말하고 있으니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토론하면서 여론을 만들어간다.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에 ‘대책’을 세우고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누리꾼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이명박 정부가 파국을 피하는 길이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시대의 버림을 받는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무모한 ‘통제’가 저항만 키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6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