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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스페셜> ‘촛불 한 달, 재협상은 불가능한가’ 편에 대한 논평(2008. 6. 10)
등록 2013.09.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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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 가능성 다룬 < KBS 스페셜>, 시의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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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과 관련해 정부가 ‘재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KBS가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6월 8일 < KBS 스페셜> ‘촛불 한 달, 재협상은 불가능한가’편은 재협상이 왜 가능한지 조목조목 짚었다.

< KBS 스페셜>은 먼저 “미국은 자신들의 국익에 따라 수시로 재협상을 해왔다”며 ‘미국-페루 FTA’를 그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2006년 4월 13일 체결된 ‘미국-페루 FTA’의 경우, 그 두 달 뒤 페루 의회가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음에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재협상을 했다. 그리고 재협상을 통해 미국은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모두 관철시켰다.

한미 FTA도 재협상이 이뤄진 사례로 제시됐다. 지난 해 미국은 노동과 환경 등 7개 분야에서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재협상은 불가하다’고 버티다가 결국 미국의 요구에 밀려 재협상을 했다.

< KBS 스페셜>은 쇠고기 협상의 국내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점도 재협상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쇠고기 수입 협정문에는 “한국 행정절차법에 따라 의견 수렴 기간이 종료(공고 후 20일)된 후 조속히 확정된 규정으로서 공포된다”고 하여 ‘의견수렴기간’을 따로 두고 있다. 이 의견수렴은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의견을 반영한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 KBS 스페셜>은 재협상을 할 경우 미국과 ‘통상마찰’이 빚어지고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것이라는 정부와 수구보수신문들의 주장도 반박했다. 특히 쇠고기는 통상이 아닌 식품안전에 관계된 문제인 만큼 “국민 건강 차원에서라도 재협상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미 쇠고기 수입 중단으로 미국과 통상마찰을 겪은 EU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미국에서 소에게 투여하는 성장호르몬이 인체에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EU는 1989년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 금수조치를 취했고, 미국은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EU에 대해 보복관세 부과 등으로 대응하면서 대규모 무역분쟁이 일어났다.

하지만 EU 국가들은 “우리 소비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호르몬 쇠고기는 벌금을 물더라도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수 조치를 풀지 않았음은 물론 미국을 WTO에 맞제소했다. 비록 미국 소에 투여된 성장호르몬이 ‘위험하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없더라도 위험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한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금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아직도 EU는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 KBS 스페셜>은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자율규제’의 한계도 짚었다. 국내 일부 쇠고기 수입업체에서 ‘자율규제’에 동참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고, 미국 업체들 역시 30개월 이상을 수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약속한다 하더라도 허위로 수출할 경우 아무런 제재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에서 소의 연령을 확인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치아감별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점, 광우병이 발생하거나 SRM이 발견된다하더라도 수입중단을 할 수 없는 점 등 30개월 이상에 대한 수출입규제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은 불교계 대표들을 만나 “우리가 통상국가인데 지금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며 “그런 후유증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이를 모면하기 위해 재협상하겠다고 무책임하게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구보수신문들도 대통령과 같은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들에게 경제를 볼모로 쇠고기 수입을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겁박’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런 ‘겁박의 논리’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 KBS 스페셜>은 ‘재협상이 가능한 근거’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했지만,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했을 때 실제로 “엄청난 문제”가 생길 것인지 따져보는 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과연 미국이 ‘보복관세’나 ‘수입금지 조치’ 등으로 우리를 압박할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그럴 경우 한국은 당하기만 해야 하는 것인지 등등 국민의 ‘경제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내용이 함께 다뤄졌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재협상의 가능성을 둘러싼 국민과 정부·수구보수신문 사이의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는 < KBS 스페셜>의 이번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재협상의 근거를 제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아울러 < KBS 스페셜>을 비롯한 시사교양프로그램과 방송보도들이 정부와 수구보수신문들의 “재협상하면 큰일난다”는 국민 겁박 논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다뤄주기를 기대한다. <끝>
 


2008년 6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