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추부길 비서관의 ‘사탄의 무리’ 발언 관련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8. 6. 10)
‘사탄 발언’, 논란 아닌 비판 필요하다
.................................................................................................................................................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사탄의 무리’로 빗댄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추 비서관은 지난 5일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마치 모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걸린 것처럼 순수한 학생에게 촛불을 주고, 마치 이 나라 정부가 미국인이 버리는 것을 국민에게 먹이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세력이 거짓으로 이 세상을 움직이고 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며 “이 세상 어떤 정부가 일부 방송과 세력이 주장하는 위험천만한 질병을 국민에게 확산시키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추 비서관은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린다”는 말도 했다.
이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추 비서관은 ‘사탄의 무리’라는 표현은 기도문 마지막에 통상적으로 하는 용어이며, 교회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발언의 앞뒤 흐름을 보면 ‘사탄의 무리’라는 말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일컫는다고 이해할 수 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9일 1면 <이 대통령 “여러 세력 가세” 청 추부길은 “사탄의 무리”>에서 “추 비서관이 ‘사탄의 무리들’이라는 표현을 써 파문이 일고 있다”며 발언 내용을 다뤘다.
이어 3면 <“거짓으로 나라 흔들고 있다”>에서도 추 비서관의 문제 발언과 다른 참모들의 ‘민심 괴리’ 발언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이런 발언들이 “쇠고기 정국의 근본 이유를 성찰하기보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 뿌리박혀 있는 배후를 제거’해 ‘국민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구도자적’ 인식마저 엿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이명박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절망한다>에서 “대통령에게 직언을 서슴지 말아야 할 참모들이나 개신교의 영향력 있는 목사들도 이 대통령의 이같은 현실인식에 압도된 탓인지 얼토당토 않은 색깔론 등으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추 비서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10일 <여적/사탄의 무리>에서도 ‘사탄’은 “어느 쪽이든 지고의 선에 대비되는 극단의 악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라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홍보비서관이 사탄이란 말이 갖는 이 같은 자극적 뉘앙스조차 헤아리지 못한다면 자질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9일 <사탄무리…빨갱이…촛불에 기름 끼얹는 ‘막말’>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청와대 비서관과 보수?기독교계 인사들이 촛불에 기름을 끼얹는 발언들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며 추 비서관의 ‘사탄’ 발언, 김홍도 목사의 ‘빨갱이’ 발언 등을 비판했다.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추 비서관의 발언을 ‘논란’으로 처리했다.
조선일보는 9일 5면 <추부길 비서관 발언 논란>에서 추부길 비서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응, 추 비서관 측의 해명을 함께 다뤘다. 같은 날 사설 <대통령이 말할 때와 들어야 할 때>에서도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각각 같은 날 8면 <“어느 정부가 악의 씨앗 뿌리겠나” 촛불 배후 ‘사탄의 무리’ 발언 논란>, <“사탄의 무리들이 판치지 못하게…”>에서 추 비서관의 발언을 다루며, ‘논란’으로 처리했다.
종교계 지도자를 만난 자리에서 여전히 ‘배후론’을 편 대통령, 국민을 ‘사탄의 무리’로 인식하는 비서관의 언행은 아직도 이명박 정부가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문제가 된 추 비서관의 발언은 단순한 ‘논란’이나 ‘공방’으로 다룰 일이 아니라 ‘정국을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고 이명박 정부의 철저한 인적 쇄신을 촉구해야 한다.
조중동이 공직자들의 계속되는 문제 발언을 ‘논란’으로만 다루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쇄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중동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다. 조중동은 ‘귀한 자식’에게 매를 드는 자세로 이명박 정부 공직자들의 문제발언을 강력히 비판하고 부적격자들의 퇴진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6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