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사실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비판언론 대책회의’에 대한 논평(2008.5.29)
‘언론통제’가 이 정부의 ‘소통’ 방식인가?
.................................................................................................................................................
지난 17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정부의 ‘비판언론 대책회의’가 사실로 확인됐다. 27일 발행된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은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라는 대책회의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한겨레21’의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대책회의’에서는 ‘가판신문 점검’, ‘인터넷 조기대응반’ 등 보다 치밀한 ‘비판언론 대책’도 논의됐다.
앞서 경향신문은 5월 9일 청와대 관계자와 정부 부처 대변인 등이 ‘언론대책회의’를 열어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파문에 대한 언론의 논조를 분류하고, 이에 대한 조직적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향신문 등 쇠고기 파문에 비판적 논조를 견지해온 일부 언론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부 광고 배정 등에서 차별적 대응을 검토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신재민 문화부 차관은 “국가적 사안에 대해 협조가 안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각 부처별로 알아서 지혜롭게 대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의 보도 후 문화부는 ‘경향신문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국무총리 실장이 참석한 바가 없”으며 신 차관도 “특정 언론 논조를 비판하거나 언급한 바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정부 광고의 차별적 편성’에 대해서도 “정부차원의 지침이나 가이드는 없으며,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천명한 바 있으며, 이날 회의에서도 부처의 자율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어떠한 지시나 의견 제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중표 실장이 아닌 조원동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이 참석한 것 외에는 경향신문 보도는 모두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조중표 실장이 참석했다’고 쓴 부분에 대해서도 경향신문은 곧바로 ‘조원동 실장이 참석했다’고 정정보도했지만 문화부는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까지 신청하는 등 낯 두꺼운 행각을 벌였다. 문화부는 또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회의록을 공개하면 될 것 아니냐’는 경향신문 기자의 요구에 대해 ‘회의록은 없다’고 발뺌까지 했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비판 언론 대책회의’의 정식 명칭은 ‘부처 대변인회의’었고,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에는 당시 회의에서 신 차관 등이 한 발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른바 ‘정부 광고 운영 방안’은 ‘주요 논의사항’에 포함돼 있는데, ‘언론·정부 공동(협찬)행사 활성화’, ‘특정 언론 대상 정부 광고 및 기고 금지 조치 해제 이후 운영상 문제점’ 등이 ‘부처 협조사항 논의’라는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특정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거론됐다”는 경향·한겨레21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또 신 차관의 ‘말씀자료’에는 “(미 쇠고기 수입 관련)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1차적으로 문화부 홍보지원국에서 인터넷상의 각 부처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해당 부처에 신속히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등의 발언이 나와 있다. 회의 이후 문화부 홍보지원국에는 ‘인터넷 조기대응반(인터넷 사전경보반)’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돼 신 차관의 발언이 실제로 집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박흥신 청와대 언론1비서관 등이 ‘청와대 홍보 관련 지시사항 전달’을 통해 가판 신문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및 신속 대응체계를 논의했다고 한다. ‘가판 신문 모니터링’은 단순히 잘못된 보도에 대응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다. 기사를 빨리 점검해 불리한 기사를 빼거나 수정하도록 압력을 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언론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 때문에 지난 참여정부에서는 가판구독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다시 ‘가판 신문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또 하나의 구시대적인 언론 대응 방식을 부활시키는 일이 된다.
한편 ‘한겨레21’은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라는 자료도 입수해 공개했다. 문화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 12명의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 자료로 활용된 이 문건에는 “(인터넷) 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가능”, “무식한 놈이 편하게 방송하는 법이 대충 한 방향으로 몰아서 우기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방송을 ‘감성적 선동 매체’로, 인터넷을 ‘저급 선동의 공간’으로 규정하면서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는 충격적인 ‘커뮤니케이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자료로 공무원들을 교육시키고 있으니 이명박 정부의 ‘소통’이 잘 될 리가 없다.
언론을 잘 ‘관리’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보겠다는 얄팍한 꼼수가 ‘광우병 정국’을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살펴보라. 가판신문을 모니터하고 댓글을 관리한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비판언론을 통제하려 들기 전에 그들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못마땅한 인터넷 댓글을 삭제하려들지 말고 거기서 민심을 읽어라. 그것이 국민과의 ‘소통’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덧붙여, 집권 3개월 만에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언론대책회의’나 하고 있는 신재민 차관은 즉각 사퇴하라. 수구보수신문 조선일보에서 머리가 굳어 구시대적 언론통제 수법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신 차관은 ‘웹 2.0 시대’의 문화부 차관이 될 능력도, 자격도 없음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시도가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러니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커지는 것이다. <끝>
2008년 5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