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이병렬 씨 분신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8.5.28)
몸을 바친 저항, 제대로 보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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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전주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와 남원시 수돗물 사유화 반대 활동에 참여했던 이병렬 씨가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며 온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했다. 분신으로 인해 전신에 88%의 화상을 입은 이 씨는 현재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해있으며 위독한 상태다. 우리는 이병렬 씨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울러 우리는 이병렬 씨가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하게 된 상황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5월 2일부터 수만명의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정부의 졸속협상을 비판하고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성난 민심이 거리 행진까지 벌이게 되자 경찰은 폭력진압과 연행으로 대응했다. 군사독재정권을 방불케하는 이명박 정부의 이런 태도가 국민을 분노와 절망에 빠트렸고, 결국 이병렬 씨를 분신으로까지 내몬 것이다.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는 정부를 감싸고, ‘방송탓’, ‘괴담탓’, ‘배후론’을 들먹이며 여론을 호도하려 했던 수구보수신문들 또한 이병렬 씨를 분신으로 내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부가 자신의 잘못을 시정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친이명박 신문’인 수구보수신문들은 오히려 국민 여론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데 앞장섰으며 이병렬 씨의 분신 소식조차 외면하고 있다.
이병렬 씨가 분신한 뒤 조중동 수구보수신문들은 그의 분신 사실과 관련된 기사를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5월 26일 <“청와대로 가자” 구호따라 차도로 우르르>에서 “전북 전주에서는 ‘2MB 탄핵투쟁연대’ 소속 회원인 이모 씨가 25일 오후 6시경 서노송동의 한 백화점에서 ‘쇠고기 반대, 정권 타도’를 외치며 분신을 기도했다”고 딱 한 문장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한편 이병렬 씨의 분신과 관련해서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보도도 실망스럽다. 한겨레는 이 씨가 분신한 다음날 <정신치료 전력 40대 실업자 정부비판 유인물 뿌리다 분신>이라는 단신 기사를 썼다. “이씨가 3년여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경찰의 발표만 듣고 ‘정신치료 전력’이라고 기사 제목을 붙인 것이다. 이 씨가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한 ‘심리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권유에 따라 잠시 받은 것뿐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경찰은 마치 이 씨가 평소 정신병을 앓았던 것처럼 매도해 이 씨 분신을 ‘비정상적인 행위’로 몰아가려 했고, 한겨레조차 이 같은 경찰 입장을 그대로 실어 준 것이다.
‘민주화운동 경력이 없다’는 기사 내용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한 때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한 바 있고, 민주노총 전북지부 평등노조 조합원이기도 했다. 또 한미FTA 반대운동, 한반도 운하 백지화 운동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광우병 대책회의가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한 뒤에야 27일 <“경찰, 분신 이병렬씨 정신병력 과장”>에서 이를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6일 <촛불집회, 거리시위로 격화>에서 이 씨의 분신 사실만 짧게 다루는 데 그쳤다.
우리는 이병렬 씨의 분신에 대해 일말의 양심을 찾을 수 없는 조중동의 보도행태를 규탄한다.
아울러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당부한다. ‘광우병 정국’에서 국민들이 두 신문에 걸고 있는 기대는 크다. 지금까지 두 신문이 제 역할을 다해왔듯 이병렬 씨에 대해서도 충실히 보도해주기 바란다.
<끝>
2008년 5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전북민언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