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방송3사, ‘천신일 의혹’에는 소극적
1. KBS·SBS, 법원의 ‘미네르바 석방’ 의미 제대로 다루지 않아
20일 누리꾼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법원은 검찰 주장과 달리 박씨가 ‘허위 사실’이라고 인식하고 글을 개제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예견됐던,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경제를 전망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누리꾼을 잡아 가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이명박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이 얼마나 반민주적인 것인지 거듭 확인되었다.
그러나 KBS와 SBS는 ‘미네르바’ 구속의 문제점, 법원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
KBS는 15번째 꼭지로 ‘미네르바’ 석방소식을 다뤘으며 보도내용에서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도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을 앵커멘트부터 강조하고, 검찰의 주장과 법원의 판결을 나열했다.
SBS는 법원의 판결로 ‘검찰 수사가 무리하다는 비판에 힘이 쏠리게 됐다’고 평가했지만, 보도 앞부분에 “미네르바의 비관적인 경제 전망에 금융 시장이 크게 출렁거리자 정치권에서조차 수사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검찰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MBC는 사문화된 전기통신기본법이 적용된 점을 꼬집고,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했다.
KBS 15번째 꼭지 <“무죄”…석방>(최영윤 기자)은 법원의 무죄판결 내용을 전했다.
<표현의 자유는?>(정윤섭 기자)에서는 앵커멘트부터 “구속 영장을 발부하고도 무죄 선고를 내린 법원.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상급심으로 옮겨가면서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공방’으로 몰았다.
보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국가가 억압해서는 안되지만, 박 씨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파급력을 키웠다며 형사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검찰의 주장과 “누구나 글을 올려 토론하는 인터넷에서, 짧은 박 씨의 글이 긴박한 영향을 미쳤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법원의 판결을 나열했다. 이어 당시 상황에 대한 해석도 “정부의 외환 업무가 중단된 적이 없고 달러 매수 금지 공문을 보내지도 않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실제로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고 있었고, 정부가 달러 매수 자제를 요청한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는 검찰과 법원의 주장을 각각 나열했다.
보도는 “인터넷 상에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을 갖고 기소를 한 것 자체가 코미디”라는 송호창 변호사의 인터뷰를 싣긴 했지만, “구속 영장을 발부하고도 무죄 선고를 내린 법원,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힌 검찰, 미네르바를 둘러싼 논란은 상급심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거듭 거론하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쳤다.
SBS는 5번째 꼭지 <무죄 선고..석방>(최고운 기자)에서 법원의 판결 내용을 전했다.
이어 <무리한 수사 논란>(정성엽 기자)은 ‘미네르바’ 수사를 거론한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의 질문과 김경한 법무장관의 답변 장면을 다시 보여주며 “미네르바의 비관적인 경제 전망에 금융 시장이 크게 출렁거리자 정치권에서조차 수사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언급해 검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검찰은 수사의 공익성을 강조했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보복성 수사라며 맞섰다”며 “법원이 오늘(20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엄격히 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검찰의 수사가 무리한 것이라는 비판에 힘이 쏠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또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 정부의 인터넷 규제 정책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네티즌들은 무죄 판결에 환영한다는 옹호 입장이 많았지만 법원의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MBC 4번째 꼭지 <미네르바 무죄>(이정은 기자)에서 법원의 판결내용을 전했다.
<‘표현의 자유’ 옹호>(김연국 기자)에서는 검찰이 ‘미네르바’에게 적용한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해 “만든 지 27년이 지나도록 사실상 사문화돼있던 이 조항이 작년 촛불시위를 계기로 갑자기 부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의 이 같은 법 적용은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온 ‘사이버 모욕죄’, ‘인터넷 실명제’와 함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빚은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왔다”며 법원의 판결이 “‘공익’을 내세워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또 “애초부터 검찰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며 송호창 변호사의 비판을 싣고, 인터넷에서도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보다는 무죄 판결을 환영하고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이 훨씬 많았다”고 전했다.
2. KBS, 이명박 대통령 ‘자전거 예찬론’ 적극 보도
20일 이명박 대통령은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자전거는 녹색성장의 동반자”라며 전국을 잇는 자전거 도로 건설, 자전거 산업 육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자전거 예찬론’과 달리 정부의 자전거 산업육성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조차 21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전거도로 사업과 관련해 “추경예산에 적합한 사업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사업비가 제대로 계산이 안된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추경예산으로 자전거시설 확충을 위한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 수립에 25억원,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 345억원, 자전거 타기 실천대회에 5억원 등 총 475억원을 편성했다. 국회예산처에서도 2009년 추경예산 분석 보고서에서 예산 과다 편성 사례로 100억원대의 자전거사업 육성 예산을 꼽았으며, 1Km 당 4억원을 책정한 자전거도로 시범사업비(375억원)에 대해서도 예산편성이 과다하고 녹색사업과 맞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KBS 라디오PD들은 20일 선거기간동안 대통령의 일방적 라디오 연설을 방송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며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KBS와 SBS는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KBS는 고부가가치 자전거 시장을 일본이 독점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과 정부의 ‘첨단 자전거’ 산업 지원 정책을 연결시켜 적극 보도했다.
SBS는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내용을 단순 전달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영상으로 전했다.
KBS <‘첨단 자전거’ 지원>(은준수 기자)은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소개하며 “2백만 원이 넘는 고급제품이지만 일제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며 이에 맞서 “정부는 국산 하이브리드 자전거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정부가 네비게이션 자전거 등 고부가가치 자전거 생산도 돕기로 했다며 “우선 부품 단지 등을 만들어 기술 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자전거 산업을 녹색 성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며 “녹색기술과 결부된 미래형 핵심기술을 개발해서 고부가 가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생산해서 우리도 쓰고 수출도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는 라디오 연설 내용을 전해 정부 정책과 라디오 연설 내용을 연결시켜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SBS는 단신 <“자전거로 녹색혁명”>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복원시켜야 한다”, “오는 2012년까지 전국에 2,000km에 이르는 자전거길이 만들어진다”, “우리도 하루빨리 ‘고부가 가치’의 자전거를 생산해야 한다”는 라디오 연설 내용을 전하며, 영상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을 비췄다.
3. 방송3사, ‘MB 측근 천신일 회장’ 의혹 제대로 보도 안 해
20일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7월 휴가기간에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고 폭로했다. 최 의원은 천 회장이 대통령과 휴가를 보낸 시기가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연차 회장의 사돈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 함께 이른바 ‘박연차 구명 대책회의’를 가진 직후라며 “당시는 금강산 피격사건과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국가가 매우 혼란스러웠던 상황인데, 이 대통령이 민간인인 천 회장을 만난 배경과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현재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천 회장이 대통령 선거 경선 당시 박 회장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은 것, 이명박 후보가 천 회장에게 빌려서 냈던 ‘특별당비’ 30억의 출처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에서도 천 회장에 대한 의혹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KBS는 단신으로 최 의원의 폭로내용과 청와대의 해명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SBS도 민주당의 의혹제기와 한나라당·청와대의 반론을 나열했다.
MBC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KBS 단신 <휴가 동행 공방>은 최재성 의원이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청해대 여름 휴가 때, 박연차 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천신일 회장과 동행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그 배경을 추궁했다”고 전한 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여러 지인이 휴가에 함께 했고, 일부는 부인과 함께 참석했다면서 대통령의 개인 휴가 일정까지 정쟁으로 몰아 안타깝다고 반박했다”고 나열했다.
SBS <측근 의혹 공방>(박병일 기자)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천 회장의 ‘30억 특별당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고, 최재성 의원은 이 대통령이 천 회장과 휴가를 함께 보낸 의혹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청와대가 “당시 천 회장뿐 아니라 다른 지인들도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 “대통령의 개인 휴가까지 정쟁으로 몰아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반박을 싣고, “이른바 30억 원 대납설에 대해 일단 천 회장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가 이 대통령 소유 건물로 담보물을 교체하고 채무도 변제했다며 선거용 모략을 중단하라”는 한나라당의 반론을 전했다. <끝>
2009년 4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