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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자 명단 공개’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설에 대한 논평(2008.5.2)
등록 2013.09.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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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신문’ 조선일보의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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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에 실릴 대상자 4776명을 공개했다. 친일청산을 왜곡된 논리로 폄훼해온 수구보수신문들은 이번 명단 발표에 대해서도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4월 30일과 5월 1일에 걸쳐 관련 사설을 실었다. 이들 신문이 친일명단 발표를 비난하는 논리는 몇 가지로 요약되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주장은 ‘친일 불가피론’이라고 표현 할 수 있겠다. 즉,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사람은 누구나 친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했던 사람들을 탓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가 1일 사설 <일제하 조선인의 삶을 친일·반일의 잣대로만 잴 순 없다>를 통해 집중적으로 이런 논리를 폈다. 조선일보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6년 세월을 이 땅에서 살아온 조선인 대부분의 삶은 친일과 반일의 이분법으로 나누기에는 너무나 복잡다단하다”며 이번 명단 발표에 포함된 홍난파, 현상윤을 예로 들었다.
조선일보의 주장에 따르면 홍난파는 “일제의 강요에 의해 몇 편의 군가(軍歌)를 작곡”했을 뿐이고, 중앙고보 교장이었던 현상윤도 “강요에 밀려 학병(學兵) 지원 격려 연설을 몇 번하고 그런 내용의 글 몇 편을 집필했다는 기록”을 남겼을 뿐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어쩔 수 없는 친일’을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독립된 나라 대한민국에서 마음 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가 잘난 듯이 뽐내며 홍난파에게 친일파라는 딱지를 붙여도 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나아가 “이번 친일명단을 발표한 사람들이 그 엄혹했던 식민지 시대를 살아보고 자신을 대할 때는 서릿발 같이,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대하라는 ‘지기추상 대인춘풍’의 마음자리를 지닌 사람들이었다면 차마 이러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꾸짖기까지 했다.
그러나 ‘남에게 너그럽고 스스로에게 엄하라’는 가르침이 가장 필요한 집단은 바로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부끄러운 친일의 역사를 갖고 있는 신문이다. 그 친일의 내용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 일제의 제국주의 기념일마다 일장기를 제호 위에 실어 기념했으며, 조선 젊은이들을 향해 일제의 침략 전쟁에 나가 총알받이가 되라고 선동하고, 독립운동가를 흉악한 범죄자로 취급했다. 어디 이 뿐인가. 조선인은 ‘일본의 신민으로서 의무와 성의를 다해야 한다’면서 ‘국방헌금 모금운동’까지 벌였다.
자칭 1등신문 조선일보가 ‘지기추상 대인춘풍’의 마음자리를 조금이라도 지닌 신문이라면 최소한 자신들의 친일 행각에 대해서만큼은 ‘서릿발 같이’ 평가하고 반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반성은커녕 온갖 궤변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했으며, 나아가 친일청산을 위해 나선 사람들을 꾸짖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과거청산의 과정에서 정치인과 관료 뿐 아니라 지식인과 언론인, 예술가 등이 청산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들이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갖는 사회 지도층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들은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모든 조선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언론, 예술, 교육 등 분야에서 활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없다고 호도한다. 그러나 힘없는 민초들이 일상에서 일제의 명령을 거스르지 못하고 사는 것과 사회적 발언권을 가진 사회 지도층이 일제의 식민지배와 침략 정책을 선전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친일인명사전’은 일제시대를 살아내며 저항하지 못했던 힘없는 조선 민중들을 청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제의 수탈 정책에 부역하고 침략전쟁을 성전(聖戰)으로 미화하며 조선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힘 있고 영향력 있던 관료, 언론인, 교육자, 예술가 등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자는 것이다. 그들의 ‘공(功)’만 보지 말고 ‘과(過)’도 함께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까지 나서 ‘과(過)만 보지말고 공(功)도 봐야 한다’느니 ‘과거를 의도적으로 후벼파는 것은 미래를 향하는 발길을 혼란스럽게 한다’느니 하는 주장을 펴며 친일명단 발표를 왜곡하고 있다. 여기에 수구보수신문들까지 일제히 나서 힘을 실어주고 있으니 이런 현실 자체가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회의 안타까운 단면이다.
우리는 조선일보와 표현만 조금 다른 중앙일보의 주장이나, 조선일보 보다 표현만 좀 더 거친 동아일보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고 싶지 않다. 다만 국민의 힘으로 진행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지지하고 도와줄 수 없다면 최소한 왜곡은 하지 않는 예의를 갖춰주기 바란다. 진실과 정의를 원하는 국민의 소박한 바람을 앞장서 왜곡하는 대통령과 여당대표, 수구보수신문들이야말로 ‘국민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끝>

 

2008년 5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