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국민일보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재산 의혹 기사 누락’에 대한 민언련 논평
청와대, ‘국민일보 외압’의 실상을 밝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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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재산 형성 의혹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취재하고도 편집국장을 비롯한 일부 간부들의 반대로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29일 국민일보 노조가 ‘온라인 노보’를 통해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노조에 따르면 “국민일보 사건팀은 28일 춘천 현지 취재를 통해 이 대변인이 배우자가 외국에 있다고 거짓으로 기재한 위임장을 토대로 농업경영계획서를 대리 제출했고 이를 근거로 춘천 농지를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대변인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 취재 내용대로라면 이 대변인은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취득해 농지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농지를 사기위해 거짓 위임장까지 만든 것이다. 이 대변인의 농지법 위반은 이미 보도된 바 있지만 거짓 위임장 부분은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다.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 후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취재 내용은 당연히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민일보가 ‘단독보도’한만큼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노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변재윤 편집국장은 “첫째 기사가 안 된다고 판단했고, 둘째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이동관 대변인이 “변 국장과 사회부장에게 몇 차례나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도 국민일보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의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후속 기사를 준비해 놓고도 조민제 사장의 지시로 기사화하지 못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문제가 확산되어 결국 일주일 늦게 해당 기사가 실리고, 편집국장과 편집인이 보직사퇴 하는 선에게 일단락되었다.
당시 조 사장은 끝까지 ‘외압설’을 부인했지만 이명박 당선자 측이 외압을 통해 기사를 막은 게 아니냐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물의를 빚어진 지 두 달여 만에 또 다시 ‘정권의 외압에 의한 기사 누락 의혹’이 불거진 것을 보며 이명박 정부 아래 권언관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대변인 관련 기사를 싣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 안된다”고 판단했다는 국민일보 편집국장의 ‘해명’에 주목한다. 국민적 관심사를 ‘단독보도’ 할 수 있는데도 기사를 싣는 것보다 싣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가? 어떤 형태로든 ‘외압’이 없었다면 고위 공직자에 대한 보도 여부를 기사 가치 외의 다른 기준으로 저울질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변재윤 편집국장이 이 대변인의 기사를 실었을 때 어떤 측면에서 국민일보에 “이익이 안된다”고 판단한 것인지 묻고 싶다.
신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이익’은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일일 것이다. 국민일보가 지금이라도 해당 기사를 보도하는 것만이 ‘권언유착’을 우려하고 있는 독자들의 의혹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아울러 이 논란의 핵심에 있는 이동관 대변인에게 촉구한다.
국민일보에 대한 외압 여부를 명명백백 밝히고 즉각 공직에서 사퇴하라.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 대변인은 고위 공직자의 자격을 잃었다. 이제 여기에 더해 언론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농지법 위반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정권과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빼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 대변인과 청와대가 이 일을 어물쩍 넘기려든다면 이명박 정부 인사에 대한 불신을 넘어 ‘언론통제 정부’, ‘권언유착 회귀 정부’라는 비난까지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부당한 기사 누락과 외압 의혹에 맞서고 있는 국민일보 노조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에게 지지의 뜻을 밝히며, 다른 언론들에게도 당부한다. 권력의 부당한 외압을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비판해 주기 바란다.
우리는 국민일보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외압 의혹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국민일보만의 문제인지 우려하게 된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다른 언론사에서도 권력의 ‘외압’과 그에 따른 편집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로 정부와 유착 관계를 맺고 있는 언론사는 없는가 등등의 걱정이다.
권력의 외압을 거부하고 편집권을 지키는 것은 언론자유의 ‘기본’이다.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정부를 향해 이 ‘기본’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현장의 언론인들이 언론인 정신을 가다듬고 권력을 감시, 견제하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싸워서 얻어낸 언론 민주화의 성과들이 하나씩 무너질 것이다.
국민일보에 대한 외압 의혹을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 언론정책을 감시, 견제해주기 바란다. <끝>
2008년 4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