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이건희 삼성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삼성 쇄신안 관련 방송 3사 보도’에 대한 논평(2008.4.24)
MBC ‘삼성 보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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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삼성이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건희 회장의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퇴진, 이재용 씨의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직 사퇴 및 해외 근무, 조세포탈 혐의가 드러난 차명계좌 일부 사회 공헌, 점진적 순환출자 구조 해소, 은행업 진출 포기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건희 회장과 그의 ‘가신’이라 할 이학수·김인주 씨가 퇴진한다는 점에서 “예상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쇄신안 역시 삼성 문제의 핵심이라 할 ‘경영권 승계 문제’는 피해갔다. 이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이재용 씨가 돌아와 이건희 회장과 같은 황제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건희 일가의 황제경영 체제를 뒷받침하던 순환출자 구조 문제도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에 그쳤다.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쇄신안에 대해 “반성 없는 눈속임”이라고 비판하고 특검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무엇을 위한 특검이었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검에 의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삼성이 어떤 쇄신안을 내놓을 것인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방송사들은 22일 메인뉴스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사과와 쇄신안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MBC는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 사과 장면을 보여주며 모두 20건의 관련보도를 내보냈다. KBS 11건, SBS 9건에 비해 두 배에 달했다. 23일에는 3사가 각각 4건의 관련보도를 냈다.
보도 내용에서도 MBC가 가장 충실했다. 22일 MBC는 쇄신안의 주요 내용과 한계를 하나하나 독립된 꼭지로 다루며 자세하게 전달했으며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비해 KBS와 SBS는 삼성 쇄신안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치중했는데, SBS의 경우는 삼성측 입장에 비중을 두고 쇄신안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MBC는 쇄신안에 빠져있는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22일 <‘삼성 경영권’ 어디로?>에서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았지만 대주주의 지위는 그대로이고 이재용 전무의 지분도 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홍은주 논설위원의 해설에서 “이재용 씨를 중심으로 하는 삼성의 후계구도 자체는 변할 것이 없다. 경영에 있어서도 이 회장의 막후 영향력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핵심을 지적했다.
이에 비해 KBS의 같은 날 보도 <후계구도 여전>은 “현재의 경영승계 구도에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는 정도만 지적했고,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것으로 평가됐던 이재용 전무는 또다시 수년간 경영수업을 더 받아야 하게 됐다”고 전망하는데 그쳤다. 다만 23일 <막후 힘 여전할 듯>에서 “(이건희 회장은) ‘은둔의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막후에서 주로 활동해온 탓에 당장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크게 바뀔 것이 없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라며 “이재용 전무가 국민들의 비난을 피해 일정기간 해외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뒤 경영권 승계를 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점도 이회장이 삼성에 대한 영향력의 끈을 놓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SBS는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삼성의 경영 쇄신안에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며 미흡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며 ‘진보’와 ‘보수’의 입장차이로 접근했을 뿐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없었다. 23일 <‘승계’ 명분 쌓기 주력>에서도 이재용 씨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시민단체와 재계의 입장차이로 다뤘다.
삼성의 쇄신안이 순환출자 구조 개선에 왜 미흡한지에 대해서도 MBC는 꼼꼼하게 지적했다.
삼성은 쇄신안에서 “순환출자 문제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언뜻 ‘스스로 4~5년 안에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읽히지만 실상은 다르다. 2006년 개정된 금산법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의 5% 초과 보유분에 대해 2012년까지 ‘자발적’으로 처분해야 한다. 법에 따라 당연히 처분해야 할 지분을 매각하는 데 새삼스럽게 ‘쇄신안’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MBC는 22일 <“순환출자 고리 끊겠다”>에서 “삼성카드는 현재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오는 2012년까지 에버랜드 지분을 26% 가운데 21%를 팔아야 할 처지”라고 밝혔다. 이어 김진방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현행법대로라면 처분 안 하면 강제처분 된다. 그래서 이건 해야 되는 것이니까 하는 것이지 무엇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MBC는 23일 <안하나 못하나?>에서도 “순환출자와 지주회사,어떤 차이가 있고 또 왜 삼성은 당장 지주회사로 갈 수 없다고 한 건지 좀 복잡하지만 차근차근 설명하겠다”며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미루는 데 ‘명분’이 없음을 지적했다. 나아가 “삼성은 시간을 두고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를 지켜보면서 생명, 증권 같은 금융업 어느쪽도 버리지 않고 지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삼성의 의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반면 KBS와 SBS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5년 내 매각’이 어떤 의미인지 지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지배 구조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미완의 개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와 관련한 비판의 핵심이었던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정도의 간단한 지적에 그쳤다.
MBC는 삼성의 쇄신안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비판을 비롯해 경제단체 반응,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 반응, 삼성 측 반응, 여야 정치권 반응, 외신반응 등을 다양하게 전달해 이번 쇄신안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높였다.
반면 SBS는 MBC보다 보도량이 적었을 뿐 아니라 보도내용에서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22일 첫 보도 <삼성그룹 회장 전격 퇴진>에서부터 “문제가 된 차명재산은 모두 공익을 위해 쓰겠다고 발표했다”며 사실과 다르게 삼성의 발표를 ‘과대포장’했다. 이는 SBS가 다른 보도에서 “이 돈의 사용목적을 곧바로 ‘공익’이나 ‘사회환원’으로 연결 짓지는 말아 달라”고 한 삼성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한 것과도 모순된다.
또 타방송사들이 전략기획실의 역할에 대해 “삼성 특검에서도 드러났듯이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왔고, 그룹 수뇌부의 계열사 통제에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MBC), “편법 승계작업 등 각종 불법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돼 온 곳”(KBS)이라며 비판적으로 지적한 것에 비해, SBS는 재계가 ‘삼성 전략기획실 해체’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22일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에서 전략기획실의 기능에 별다른 비판 없이 “수조 원대의 투자가 수반되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 사장단 회의의 의사 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며 재계의 우려에 비중을 두고 보도했다.
SBS는 또 23일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의 기자회견을 보도한 <“진정성 믿을 수 없다”>에서 “오늘 기자회견장에는 60대 노인이 나타나 김용철 변호사에게 절을 하는가 하면, 보수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장 앞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불태우는 등 삼성 사태를 보는 우리 사회의 양 극단적인 모습이 연출됐다”며 삼성문제를 ‘공방’ 차원으로 다뤘다.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사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비록 특검수사로 ‘면죄부’를 받았지만 삼성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이번 쇄신안은 삼성의 핵심 문제인 황제경영 체제를 개선하는 데 미흡하다. 삼성이 진정한 쇄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따라서 방송들은 삼성의 변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그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것이 삼성을 진정한 ‘글로벌 기업’, ‘한국의 대표브랜드’로 만들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삼성의 쇄신안을 다룬 MBC의 심층보도 노력이 앞으로의 삼성 보도에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KBS와 SBS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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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