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2월 첫째주 민언련이 선정한 ‘방송 3사 뉴스 주간 추천보도·유감보도’ (2009.2.19)
우리 단체는 지난 9월 8일부터 KBS, MBC, SBS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일일 모니터 브리핑을 발표해 왔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이 공정한 보도를 하는지, 권력 감시 기능에 충실한지, 비판적 의제설정을 제대로 해 나가는지를 모니터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니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방송3사는 권력 감시와 비판, 의제설정에서 ‘하향평준화’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우리 단체는 방송3사 보도의 문제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적하는 한편, 어려운 방송환경 속에서도 ‘권력감시’에 노력하는 기자들을 격려하고 ‘좋은 보도’를 시청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매주 ‘추천보도·유감보도’를 선정, 발표합니다. |
민언련이 선정한 ‘방송 3사 뉴스 주간 추천보도·유감보도’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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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은 안양에 있는 ‘보건복지 129콜센터’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엄마의 일자리를 찾아달라’며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인천의 한 초등학생과 전화통화를 하고, ‘신빈곤층을 챙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방송3사는 대통령의 ‘콜센터 방문’과 초등생 격려를 적극 보도했다. 그러나 MBC는 대통령의 콜센터 방문보도에 앞서 정부의 서민복지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는 심층보도를 해 차이를 보였다. <심층보도-서민복지 뒷전>(임명현 기자)은 정부의 차상위 계층에 대한 의료급여 혜택 중단과 기초생활수급자 축소를 지적했다. 보도는 그동안 의료급여 혜택을 받아 그나마 약 걱정은 하지 않았던 70세 이 모 할머니 사례를 소개하며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이런 혜택이 내년부터 중단된다고 전했다. 정부가 “차상위 계층 21만 명에 대한 의료급여 혜택을 오는 4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대신 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시켰다”는 것이다. 이어 다른 80세 이 모 할머니의 사례를 통해 하루 하루 살아가기도 힘든 차상위 계층 국민들이 의료보험료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보도는 “차상위 계층 전체로 의료급여를 확대하진 못 할망정 중단한 것이 맞느냐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며 “의료급여의 역할을 오히려 축소시켜서 가난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또 한편으로는 건강보험 제도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정책은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는 한양대 신영전 교수 인터뷰를 실었다. 또 “복지부는 가장 밑바닥 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의 숫자도 줄였다”, “작년과 올해 예산안을 비교해 보면 작년은 159만 6천 명이었는데 올해는 만 명이 줄어들었다”며 “경제가 어려우면 사회적 취약계층은 몇 배의 고통을 당하게 되니까 안전망을 강화하고 확대하려면 수급 계층을 늘려야 되는 것이 정책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 인터뷰를 실었다.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한 ‘불우이웃’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부는 겉으로만 ‘서민’을 내세우면서 실제 정책에 있어서는 서민복지를 축소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방송사들이 대통령의 콜센터 방문, 가락시장 방문과 같은 ‘이벤트’ 취재에 열을 올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저소득층 서민들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복지 정책을 꼼꼼하게 따지는 보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검찰이 경찰의 살인진압을 두둔하기 위해 공권력 진압과정에서 80여명이 사망한 미국 웨이코 사례를 거론하자, KBS가 검찰의 이런 주장을 적극 보도했다. 웨이코 사례는 지난 93년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웨이코에서 종말론을 신봉하는 다윗파 신도들이 FBI와 51일간 대치하며 농성을 벌이던 중 진압작전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80여명이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그러나 웨이코 사건과 용산참사는 적절한 비교대상이 아니다. 당시 미국 경찰은 다윗파 신도들의 불법무기 소지를 단속하려는 요원들이 피살되면서 개입했다고 한다. 또 집단 자살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고, 진압에 앞서 여러 차례 협상이 진행됐으며, 법무장관이 적어도 6일 동안 진압계획을 검토하고 수차례 회의를 거쳐 승인하는 등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경찰의 살인진압과는 엄연히 다른 경우였다. 그런데도 KBS는 미국 사례를 끌어들인 검찰의 주장을 적극 보도하며 경찰의 살인진압을 두둔하는데 힘을 실어 준 것이다. 2일 <‘무혐의’ 가닥…반발>(강민수 기자)은 미국 웨이코 사건으로 시작했다. 보도는 “지난 1993년, 사교 집단의 농성을 미 연방수사국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모두 82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진압 작전을 강행하다 벌어진 참사로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지만 공권력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검찰은 오늘 브리핑에서 경찰 과잉 진압의 책임을 어느 선까지 물을 수 있을지와 관련해 바로 이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의 진압 작전에 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며 ‘경찰 무혐의’를 전망했다. 이어 화재원인이 화염병과 시너가 확실하다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전하고, 유족들의 반발 소식을 보도했다. 공권력의 살인적인 진압으로 국민 6명이 사망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경찰을 감싸며 편파수사로 일관해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감시, 비판하기는커녕 검찰 주장에 힘을 실어 준 KBS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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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