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2008년 제11차(통합22차) 민언련 정기총회 성명서(208.4.23)
등록 2013.09.2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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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수호와 언론공공성 실현을 위해 매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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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사회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신장, 언론민주화를 위해 싸워왔다. 그 사이 한국 사회는 독재를 종식시키고, 두 번의 ‘민주정부’를 탄생시키는 등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왔지만 여전히 실질적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할 일이 많다.
아직 갈 길이 먼 개혁진보진영에게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민주화 세력’의 부진은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또 독재정권의 폭압에 맞섰던 기개와 각오를 되살려 ‘과거 회귀’에 맞서고 민주주의의 성과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가치의 부재’와 기대 이하의 ‘무능함’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함은 물론 교육, 의료 등 사회 모든 영역에 천박한 경쟁 논리를 들이대면서 민주화의 성과를 흔들고 있다. 또 경제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하기는커녕 ‘물가안정’과 ‘경기부양’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21세기 성장 동력을 찾지는 못할망정 19세기형 토목공사에 불과한 ‘대운하’를 밀어붙이는가 하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수사로 재벌만 배불리는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대외 정책도 엉망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어렵게 진전시켜 온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의 무지와 경거망동으로 두 달도 못되어 파탄에 이르렀으며, ‘21세기 전략동맹’이라는 미명 아래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패권전략에 완전히 복속될 위기에 처했다. 또 검역주권을 포기하는 미국 쇠고기 완전 개방에 합의해 놓고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며 국민에게 광우병이 우려되는 소를 권하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백골단의 부활과 학원 내 정치사찰 시도, 집회 결사의 자유 위축은 이명박 정부가 70·80년대의 사고방식으로 2000년대를 운영하겠다는 ‘의식의 지체’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언론 영역에서도 ‘암운’은 드리우고 있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강행, 위원 5명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한 두 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된 기형적인 구조, 여야 공히 ‘방송 공공성 마인드’를 고려하지 않은 위원 추천 등등 방통위원회는 출발부터 우려를 낳고 있다. 여당은 KBS 2TV와 MBC 민영화, 신문방송 교차소유 허용 등 방송 공공성과 여론 다양성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도를 숨기지 않았으며,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에게 색깔론과 정치공세를 펴며 퇴진을 압박했다. 또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하자마자 ‘신문고시 재검토’ 운운하며 시민사회가 그나마 일궈온 신문시장 정상화 방안마저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비판신문’을 자처하던 수구보수신문들은 순식간에 ‘친정부 신문’이 되어 이명박 정부의 치명적인 잘못을 비호하고, 기득권 세력과 부자들의 이익만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른바 ‘보수단체’들도 정부 여당의 언론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의회, 지자체, 언론, 재벌 등등 한국 사회에서 권력을 갖고 있고,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집단 어디도 개혁진보진영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여기에 서민 대중은 ‘민주화 세력’과 이명박 정부 모두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총선 투표율 46%는 마음 둘 곳 없는 민심의 처지와 그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국민들에게 더욱 치열한 ‘경쟁 논리’를 강요함으로써 공익과 미래지향적 가치를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어려운 조건에서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개혁진보진영의 성과는 적지 않다. 그러나 국민이 개혁진보세력에 대한 실망감을 보이고 있는 지금, 개혁진보진영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냉정하게 성찰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언론운동 분야에서 민언련에게 주어진 과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민주주의 수호’와 ‘언론공공성 수호’라는 과제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실천할 것이다. 또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는 일이 국민의 삶에 왜 중요한지, 수구보수신문들의 주장이 왜 잘못되었는지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더욱 매진 할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잡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만이 민주주의의 성과를 지키고, 언론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민언련은 언론운동에 대한 헌신성과 사회진보에 대한 우직한 신념으로 어려운 시절을 헤쳐 나왔다. 그리고 어려울수록 흔들리지 않는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언련의 저력이 되었다. 오늘 우리는, 어려웠던 시절에 민언련을 지키고 언론 민주화와 사회진보를 일궈온 선배들의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우직한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끝>

 

2008년 4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