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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쇠고기 발언’ 관련 주요 신문 사설에 대한 논평(2008.4.22)
등록 2013.09.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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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건강 팽개치고 '미국퍼주기'만 거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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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방미일정을 마치고 일본을 방문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해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것”, “우리만 미국 고기를 안 먹겠다고 결심할 수 있느냐, 그런 얘기는 정치논리”라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대통령는 “우리가 고기를 사는 입장이니까 맘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 “낙농업 하시는 분들, 소 키우시는 분들 보상을 하면 숫자가 적으니까 또 될 것이고, 도시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는 거는 그렇다”는 말도 했다.
이런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많은 국민들이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반발하는 본질적 이유를 왜곡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삶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우선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 쇠고기를 수입할 경우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1단계로 30개월 미만 소에서 생산된 뼈 포함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2단계로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교차오염 방지를 위해 권고한 강화된 사료조치를 공포할 경우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도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광우병은 소의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광우병 의 99%가 30개월 이상 소에서 발견된다. 이 때문에 ‘30개월 미만 소’는 광우병 우려를 덜기 위한 마지노선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보다 더 엄격하게 20개월 미만의 소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또 소의 뼈는 광우병 위험 물질의 우려가 높은 부위다. 뼈와 내장까지 먹는 우리의 식습관을 고려할 때 뼈를 포함한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한다면 광우병에 대한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만 미국 쇠고기를 안 먹을 수 없다’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수입 식품의 검역을 까다롭게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광우병의 우려가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허술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나라는 다 먹는데 우리만 안 먹겠다는 거냐’고 다그칠 일이 아니다. 또 ‘맘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는 식의 주장은 무책임의 극치다. 식품 안전을 개개인이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면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런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사실 왜곡과 물타기로 힘을 실어주었다.
22일 중앙일보는 사설 <쇠고기 협상, 정치선동 대상 아니다>에서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에 대한 반발을 ‘정치선동’으로 몰아붙였다.
사설은 이번 쇠고기 수입 개방이 “시장을 새로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광우병 발병으로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문제가 됐던 위생기준을 충족함에 따라 수입중단 조치를 해제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국은 현행 검역 기준을 누차 위반했고 수입 과정에서 광우병 위험부위인 등뼈가 두 번이나 나와 검역중단 상태에 이르렀다. 얼마 전에는 병들어 죽어가는 소에게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해가며 도살장으로 끌고 가는 미국의 소 도축장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던진 바 있다. 또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로 분류한 것이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100%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축산농가의 보호도 필요하지만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소비자들의 권리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말과 한 치도 다르지 않는 무책임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을 비판하는 정치권 등에 대해 “쇠고기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중단하고, 국익 차원에서 한·미 FTA 비준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데 적극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건강이라는 측면은 아예 무시하고 ‘축산농가의 경쟁력 강화’만을 다루었다.
22일 사설 <축산농가 스스로 경쟁력 키워야 ‘미국 소’ 이긴다>에서 동아일보는 “영세 농가의 좁은 시설에서 사료를 먹여 키우는 소로는 미국 기업농이 방목하거나 건초로 키우는 소와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며 국내 축산농가들이 기업농화, 전업화하지 않으면 “미국 소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설은 축산의 ‘기업화’를 주장하면서도 소규모 축산 농가들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과 배려도 없다. 오히려 2001년 쇠고기 수입개방 당시 농민단체들의 우려와 달리 “그 후 쇠고기 가격은 상향 안정됐고 소득이 증가했다”고 주장하거나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품질과 안전을 강화한 쇠고기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공허한 원론만 늘어놓았다.

반면,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국민건강권을 정치논리로 폄하해서야>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검역 시스템에 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역기준 완화가 적절했느냐가 비판의 초점”이라며 수입제한 주장을 정치논리 때문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에 대해 “안정성에 대한 의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을 확대하고 먹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이 대통령의 부적절한 ‘쇠고기 발언’>에서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은 자신의 말로 상처 받은 낙농·축산업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또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낙농·축산업자들에게 ‘이러저러한 대책을 내놓겠다’고는 못할망정 ‘숫자가 적으니 희생해도 된다’는 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대통령의 할 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사망했다.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한국이 더 이상 인간광우병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난 19일 울산에서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환자가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도 인간광우병에 대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한미 FTA를 체결해달라며 국민의 건강 주권을 미국에 내맡긴 정부, 이런 정부와 한 목소리를 내며 광우병 우려 쇠고기를 ‘값싸고 질 좋다’거나 ‘국익을 위해 감수하라’는 언론은 우리나라 정부, 우리나라 언론이라 할 수 없다. ‘경제 논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광우병 우려 소를 국민에게 먹이려는 이명박 정부와 수구보수신문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끝>
 


2008년 4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