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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웅 특검팀의 삼성 비리 의혹 수사결과’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8.4.18)
등록 2013.09.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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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포기한 특검, 비판 포기한 중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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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삼성의 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특검팀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포함한 전·현직 임원 10명에게 경영권 불법 승계, 차명계좌 관리와 관련한 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를 적용해 전원 불구속 기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특검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1,128억 원을 조세포탈한 혐의를 밝혀냈으면서도 구속하지 않았고, e삼성 주식매각과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발행 등 이재용의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불기소 처분했다. 비자금과 관련해서도 1,199개의 차명계좌를 찾고도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고, 차명계좌가 비자금이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차명 재산이라는 삼성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차명계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차명계좌 없는 사람이 어딨냐는 식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특검이었으니 차명계좌에 관한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렀을 것일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하고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전·현직 고위 간부들에 대해서는 아예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특검은 삼성의 ‘특변(특별 변호사)’라는 세간의 비난처럼 삼성에 면죄부만 주고 끝난 셈이다.

18일 신문들은 일제히 1면 머리기사를 시작으로 삼성특검 결과를 보도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조선일보가 각각 1면에 <99일 특검수사 결국 ‘삼성에 면죄부’>, <“삼성, 경영 승계 조직적 개입 이회장, 배임·조세포탈 혐의”>, <이건희 회장 1128억 조세포탈>이라는 제목으로 삼성의 ‘혐의’에 초점을 맞춰 수사결과를 보도한 반면, 동아일보는 <이 회장 3개 혐의 적용 불구속 기소>로 ‘불구속’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더 나아가 중앙일보는 1면에 <삼성 “쇄신안 다음주 발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특검이 내놓은 초라한 결과조차도 ‘물타기’를 해버렸다.
관련기사도 1면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겨레와 경향, 조선은 수사의 구체적 내용과 문제점 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다.

한겨레는 5면에 걸쳐 삼성특검에서 밝혀진 내용들과 특검수사 내용에 대한 문제 지적을 중심으로 사제단과 시민단체 반응, 삼성 내부쇄신에 대해 보도했다. 사설 <진실 앞에 눈감은 조준웅 삼성특검>에서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에 대해선 제대로 살필 수 없었다면서도, 무혐의 처리”한 것을 질타했다. 구조본 차명계좌 내역과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데 대해서도 “시간과 능력이 부족하다면 검찰로 넘겨 수사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특검에 대해 “수사를 한 흔적이 별로 없다”며 “섣불리 혐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니, 결과적으로 범죄적 관행을 묵인해 준 게 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4면에 걸쳐 특검이 비자금·로비 의혹에 대해 ‘삼성주장 수용’으로 결국 무혐의 처분한 것을 지적하며, 김용철 변호사의 의혹을 중심으로 특검 수사결과를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사설 <솜방망이 단죄로 끝난 삼성특검>에서는 “특검이 과연 시대적 소명에 부응했는지는 의문”이라며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해 ‘의혹은 있으되 증거는 없다’고 서둘러 덮어” 버렸고, “전현직 검찰 인사들을 서면조사하는데 그친 특검은 되레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음을 부각”했다며 비판했다.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이 “삼성 관계자들의 ‘꼬리 자르기식’ 해명과 진술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3면에 걸쳐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비자금 조성 의혹’,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했다. <부실수사 논란/특검 99일, 구속은 한명도 없었?gt;며 특검의 부실수사를 강하게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특검이 무능했나, 삼성이 유능했나>에서도 차명계좌 의혹에 대해 “끝까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는 대신 삼성 말을 듣고 도중에 수사를 포기한 것”이라며 정·관계 로비의혹과 관련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것’을 비판했다. 또 “특검이 자신이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김 변호사의 진술은 그냥 흘려들으면서,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에 대해서는 아예 소환조차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수사결과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1면 <삼성 “쇄신안 다음주 발표”>를 시작으로 <“기업 경영 둘러싼 소모적 논쟁 그만”>, <특검 “김용철 진술 오락가락…신빙성 없어”>, <‘떡값 의혹’ 전·현직 검사들 “오명 벗어 다행…향후 대응 검토할 것”>, <차명 주식은 비자금 아닌 이 회장 재산 결론>, <“홍라희 관장, 행복한 눈물 구입한 적 없다”> 등 2면에 걸쳐 마치 삼성과 관련된 모든 사안이 ‘무혐의’인양 삼성에 불리한 결과는 빼고, 특검팀의 발표내용만을 그대로 전했다. 지금까지 특검수사 과정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그래서 삼성의 기관지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던 중앙일보라 하더라도 특검의 ‘면죄부 주기’ 수사가 끝나자 삼성의 ‘무혐의’를 집중 부각한 것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중앙일보의 사설 <삼성, 특검 짐 벗고 나라경제 살려라>는 더욱 가관이다. 중앙은 조준웅 검사의 발표 내용을 빌어 “삼성의 혐의 대부분이 현실 여건과 법적·제도적 장치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삼성의 혐의를 ‘관행’으로 호도했다. 또한 “일등은 일등이기 때문에 회피할 수 없는 시대적 책무가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우리 기업들이 지고 왔던 역사적 부담을 삼성이 대표로 털고 간다는 점에서 그나마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삼성은 잘못이 없었지만 ‘일등기업’이기 때문에 모든 기업을 대신해 ‘역사적 부담’을 감수했다는 해괴한 논리다. 나아가 삼성이 특검 수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덕분에’ 다른 기업들도 ‘관행’을 용인받게 된 것인 양 호도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사설은 삼성이 “이번 사건에 발목이 잡혀 꼼짝할 수 없었고 국제적으로는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 “이제 삼성은 특검의 짐을 벗어버리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삼성을 두둔했다.

동아는 5면에 걸쳐 보도했으나 <“김용철 변호사 진술 오락가락…떡값 실체는 없었다>, <차명계좌 보유-운용에 엄격한 잣대 적용했다”> 등 별다른 문제 지적 없이 특검 측의 발표내용을 그대로 전하는 데 그쳤다.
사설 <특검 이후의 삼성, 실질적 쇄신으로 답하라>에서도 특검을 통해 그나마 드러난 삼성의 혐의를 비판하기보다 “특검은 1000여 개의 차명계좌로 관리된 4조 5000억의 원이 계열사에서 빼돌린 불법 비자금이 아니라 이 회장의 사재라고 결론지었다”, “삼성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김 변호사의 일부 불분명한 주장과 증거 부족, 의혹 당사자들의 부인 등에 따라 ‘사실 무근’으로 종결 처리됐다”며 삼성에 대해 면죄부를 준 내용만 부각했다. 또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도 없고, 특검을 또 다시 할 수도 없다”며 “국내외 경제 상황도 우리 사회가 삼성문제로 소모적 논란을 거듭해도 좋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며 ‘이제 삼성문제를 덮자’는 주장을 펼쳤다.

이번 특검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삼성그룹은 진정한 ‘일류기업’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재벌권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 경제민주화를 한 걸음 진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특검은 이건희 회장 일가에게 면죄부를 줌으로써 삼성이 건강한 지배구조를 갖춘 일류 기업이 될 수 있는 길을 막았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X-파일, 무노조, 삼성중공업 기름유출 사고 등 지금껏 삼성이 관련된 모든 일들처럼 이번에도 삼성은 한국사회 최고 성역임을 과시했다.
자신이 직접 비자금을 관리했다며 ‘나를 처벌해달라’고 절규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무력화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참담하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누가 삼성의 비리에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며, 불의에 맞서기 위해 희생을 감수할 것인가? 특검은 재벌 권력 앞에 무릎을 꿇어 법과 정의를 무력화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법과 정의가 설 자리를 무너뜨렸고, 도덕불감증의 만연을 부추겼다.
또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이후 삼성의 방패막이가 되길 서슴지 않았던 언론과 ‘언론인’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들은 삼성의 잘못을 비판하고 의혹을 파헤치기는커녕 감싸기에 급급했고,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을 향해 ‘비난을 위한 비난’의 칼날을 마구 휘둘렀다. 특히 특검수사 발표보도까지 중앙일보가 일관되게 보인 노골적인 ‘삼성 감싸기’에서는 일말의 양심을 찾아볼 수 없다. 중앙일보의 기자들은 자신이 ‘언론인’인지 ‘재벌 일가의 고용인’인지 부끄럽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기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녔다면 소속 언론사의 이러한 보도태도를 그냥 묵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후 중앙일보 기자들의 이후 행보를 주시할 것이다. <끝>
 


2008년 4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