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오세훈 서울시장의 뉴타운 발언과 헛공약 논란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논평(2008.4.15)
MBC·경향신문 ‘뉴타운 보도’ 돋보였다
- 언론들은 ‘거짓말’된 뉴타운 공약, 제대로 따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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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절대 뉴타운 추가 지정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8대 총선에서 여야의 많은 후보들이 ‘뉴타운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이 되었는데, 정작 뉴타운 건설의 책임자인 서울시장은 ‘더 이상 뉴타운을 안 하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결국 책임지지도 못할 공약을 번지르르하게 내놓은 서울지역 국회의원 당선자의 상당수가 유권자를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선거 시기 한나라당의 적지 않은 후보들이 ‘오 시장에게서 약속을 받았다’며 ‘여당 프리미엄’을 안고 헛공약을 남발했음에도 별 말없던 오 시장이 선거가 끝나자 ‘그런 약속 한 적 없다’고 뒤늦게 ‘발뺌’하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뉴타운 공약을 남발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이나,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내놓는 후보자들을 방조함으로써 사실상 ‘관권선거’를 한 오세훈 시장이나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사안의 엄중함에도 이를 제대로 다루는 언론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오 시장의 발언이 전해진 뒤 MBC와 경향신문의 보도가 돋보였다.
특히 MBC는 14일 ‘뉴스데스크’ 시작과 함께 연속 3건으로 뉴타운 공약 논란을 보도했다. 이 가운데는 3분40여초 동안 뉴타운 추가 지정과 관련한 오세훈 시장의 명확한 입장을 따지는 인터뷰도 있었다. MBC는 첫 보도 <“뉴타운 추가지정 없다”>에서 “서울지역에서 총선 여당 압승을 이끌었던 뉴타운 공약은 선거 닷새 만에 거짓으로 확인됐다”며 ‘뉴타운 추가지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 보도에서 MBC는 오 시장이 “지난달 ‘총선 이후 경제 상황이 허락하면 뉴타운을 10개 이하로 최소화해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 시장 안정’과 ‘1~3차 뉴타운 가시화 이후’를 조건으로 뉴타운 추가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오 시장 입장에 대해 “2차 뉴타운 지구 12곳중 절반, 3차 뉴타운 지구 11곳 중에는 단 한 군데도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했다”, “통상 재개발 계획 수립부터 사업시행 인가까지 2년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오세훈 시장 임기 내에 뉴타운 지구 추가지정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라고 여당의 뉴타운 공약이 실현될 수 없음을 꼼꼼히 지적했다.
이어진 오 시장 인터뷰 보도 <“나는 얘기한 적 없다”>에서도 “이 문제가 원체 중요한 만큼 오세훈 시장의 명확한 입장을 들어보겠다”며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오 시장과 얘기가 끝났다’고 말한 정몽준 의원과 “어떻게 접촉”을 했는지, 선거 기간 여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에 대해 “내 진위와 다르다는 얘기를 하시는 게 맞지 않았냐?” 등 오 시장의 책임을 따졌다.
세 번째 보도 <결국 없던 일로‥>에서도 MBC는 오 시장의 말과 달리 선거 기간 후보들이 뉴타운을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을 ‘거짓말’이라며 “이럴 때는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보도에서 MBC는 “서울지역 후보들은, 흑석 장위 상계 행신 수색 신길 시흥 등 무려 29개의 뉴타운 공약을 쏟아냈다”며 “뉴타운 공약에 목을 맨 건, 야당후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야가 경쟁적으로 공약했지만, 역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원을 은근히 자랑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힘을 받는 건 당연했다”며 정치권의 ‘관권선거 논란’을 다루고 “결국 남은 건, 뉴타운 기대감에 표를 던진 서울시민들의 상실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의 보도도 눈에 띠었다. 경향신문 15일 1면 <뉴타운 선거 끝나자 공약(空約)>에서 오 시장의 발언을 전하며 “이로써 4·9 총선 때 뉴타운 추가 지정 및 확대를 내세운 서울시내 26개 선거구 후보들은 헛 공약을 한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오 시장이 지난 총선 기간 중 뉴타운 추가 지정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적절 처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며 오 시장이 3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에 뉴타운을 10개 이하로 최소화해 추가 지정하겠다”고 말한 내용을 소개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공약(空約)이 된 뉴타운과 오 시장의 책임>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은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한 결정적 배경의 하나로 꼽힌다”며 “그런데 뉴타운 추가 지정을 안 하는 게 서울시 방침이라면, 여당 후보의 말을 믿고 찍어준 유권자들은 두 번 속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오 시장에 대해 “선거 때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다가 이제 와서 부인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을 우롱한 것”이라며 “위조 공약을 내건 정치인과 위조된 공약임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은 서울시장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칼럼 <‘총선타운’으로 끝난 뉴타운>에서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뉴타운이 한나라당 총선 승리의 ‘미다스 손’으로 작용한 셈”이라며 “뉴타운 공약으로 이겼으니 그에 따른 부담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MBC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은 오 시장 발언과 관련된 ‘뉴타운 논란’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뉴타운 추가 지정 당분간 없다”는 오 시장의 발언을 단신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오 시장 “뉴타운 추가 지정 안해”/총선 후보들 공약 ‘空約’ 될수도>에서 오 시장의 발언 내용과 함께 “총선을 앞두고 봇물처럼 쏟아졌던 여야 후보의 뉴타운 유치 공약(公約)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空約)이 될 공산이 커졌다”는 간단한 지적에 머물렀다. 특히 이들은 선거 때 모호한 입장을 취했던 오 시장과 여기에 큰 도움을 받은 한나라당에 대해 전혀 비판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오 시장 “뉴타운 안한다” 못 박아>에서 “오 시장은 지난 선거 운동 기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여, 한나라당이 오 시장의 묵인 아래 ‘뉴타운 사업’을 선거에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며 오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겨레의 경우 오 시장 발언 이후 보도는 한 건에 불과했지만, 선거 기간 중 <유력후보들 너도나도 ‘뉴타운 헛공약’>(4월 7일)에서 서울 지역 출마 후보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 “지지율 1~2위 후보 가운데 23%가 새 뉴타운 지정이나 기존 뉴타운 확대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며 “이들의 뉴타운 공약은 뉴타운 지정 권한이 있는 서울시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헛공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방송의 경우 14일 SBS는 <‘뉴타운 공약’ 결국 말잔치?>에서 “여당 후보들 너도 나도 내놓았던 뉴타운 공약이 결국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며 “확실한 대책도 없이 분홍빛 개발 공약만 남발한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의 불신과 외면을 키우게 될 것이란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오 시장이 보인 애매모호한 입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비판을 인용하는 데 그쳤다.
같은 날 KBS는 “뉴타운 추가 지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오 시장의 발언 내용을 단신으로만 다뤘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 대단히 소홀한 보도 태도였다.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유권자들을 또 한 번 좌절시킨다. 헛된 공약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여 당선된 사람들과 오 시장은 유권자들에게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한편 선거 시기 공약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언론들도 책임이 있다. 언론들은 지금이라도 선거 시기 뉴타운을 유권자에게 약속한 당선자들과 이들의 공약이 공약(空約)이 될 줄 알면서도 방조한 오 시장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끝>
2008년 4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