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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신문·방송보도 논평(2008.4.14)
등록 2013.09.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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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쇠고기 수입보다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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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중단됐던 한-미 쇠고기 협상이 총선이 끝난 이틀만인 11일 재개됐다. ‘한미동맹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방했던 새 정부의 태도 때문인지, 최근 들어 미국의 요구사항이 부쩍 많아졌다. 방위비 분담률과 주한미군기지 이전비용,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문제 등을 비롯해 쇠고기 전면개방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넓고 수위도 높다. 특히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미국 측의 압박은 거세다.
지난 해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를 비롯한 현행 위생조건상 수입 금지 품목이 발견된 것은 10여 건 이상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 쇠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상식적인 조치였으며, 앞으로도 미국의 ‘심각하고 총체적인 수출 검역 부실’에 대한 확실한 개선이 입증되기 전에는 현행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조금이라도 완화해선 안 된다.
그러나 지금 재개된 한-미 쇠고기 협상은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한·미FTA 체결을 빌미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미국의 오만한 태도도 문제지만,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여기는 우리 정부의 어리석은 태도 때문이다.
미국 측은 현재 연령과 부위의 제한 없이 모든 쇠고기를 수입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한편, 한발 더 나아가 수출 허가가 취소됐던 미국 내 작업장도 구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동물성 사료 사용 금지 조치를 강화하면, ‘30개월 미만 연령 제한’을 폐지할 수도 있다는 조건부 개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광우병은 대부분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발병돼 왔다는 점에서 연령제한까지 내어주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한 ‘굴욕 협상’이다.

신문, 쇠고기 수입협상에 대해 무관심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언론은 이번 협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이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과정을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로 다루거나 ‘한미 외교’의 주요 부분 중 하나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쇠고기 연령제한 철폐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와 굴욕적인 협상 태도를 비판한 기사는 경향신문의 14일 15면 <미쇠고기 ‘굴욕적 타협’ 가능성>(오관철 기자)이 유일했다. 경향은 기사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굴욕적인 수준의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하며, 원인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데다 한·미 FTA의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 우리 측이 양보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최근 미국 내 광우병에 대한 위험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 측이 기존 입장에서 대폭 후퇴한 타협점을 찾는 것은 “국민건강을 뒷전으로 한 채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무책임한 쇠고기 수입주장 국민 앞에 사죄해야
중앙일보는 협상 시작 다음일인 1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 풀어라> 사설에서 정부가 내놓은 “단계적 수입 확장”에 대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우리 정부가 한사코 쇠고기 시장을 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 “편협한 시각”이라고 몰아세웠다. 또 “위생기준이 엄격한 미국과 일본에서 모두 먹는 미국산 쇠고기가 유독 우리 국민의 건강만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주요 수입국들은 광우병을 이유로 연령 제한을 두는 등 우리보다 까다로운 수입조건을 마련해 놓고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 사설에서 언급한 일본의 경우 현재 특정위험물질(SRM)을 제외한 뼈있는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로 단호하게 연령제한을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만 ‘유독’ 이유없이 ‘안간힘’을 쓰며 수입을 거부하고 있는 양 여론을 호도하는 중앙일보의 사설은 명백한 왜곡이다.
중앙이 미국 쇠고기를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이유는 한미 FTA 비준이다. 중앙은 “쇠고기 문제는 한·미FTA의 성사 여부와 직결돼 있다”며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쇠고기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한미 FTA의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고 강변했다. 미국의 한·미FTA 비준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광우병 위험이 제거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기꺼이 먹어줘야만 한단 말인가?
중앙이 적어도 ‘한국 신문’이라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다룰 때, 광우병의 위험과 우려, 수입위생조건을 수차례 위반한 미국의 전력 등을 먼저 따졌어야 했다. 그러나 이 사설은 광우병이 위험성이 없다는 분명한 근거도 없이 ‘무조건’ 쇠고기 개방을 해야 한다는 우격다짐으로 점철돼 있다. 흡사 미국 축산업계의 대변인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중앙일보는 국민 건강보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만을 내세우며 수입을 노골적으로 지지해왔다. 허술한 검역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던 지난 1월 22일에도 사설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한·미FTA 걸림돌 치워야>에서 같은 논리를 편 바 있다. 당시 중앙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미국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국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황당한 논리까지 전개했다. 중앙일보의 이러한 태도는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건강도 팽개치는 무책임한 행위다.

MBC 11일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 문제있다
방송 3사는 11일 KBS <대폭 개방 가능성>(이수연 기자), MBC <“수입하라” 압박>(강명일 기자) SBS <수입 협상 재개>(김흥수 기자)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지만,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나 상세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3사 모두 연령제한까지 폐지한다는 우리 측의 단계적 폐지안의 문제는 다루지 않은 채, 협상의 진행과정을 전달한 수준에 그쳤다. 특히 MBC 보도는 편집에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MBC는 11일 <“수입하라” 압박>(강명일 기자) 바로 다음에 미 하원이 ‘미-콜롬비아 FTA’ 비준거부 소식을 담은 <한미 FTA 불똥>(이진숙 기자)을 보도했다. 보도는 “미국이 콜롬비아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비준이 미 하원에서 거부당했”다고 전한 뒤, “하반기 대선절차가 본격 가동되면 한미 FTA 비준동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한국과의 쇠고기 협상 문제가 해결될 경우엔, 올 하반기쯤 한미 FTA 비준 동의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압박을 다룬 보도 다음에 이 보도를 배치함으로써 자칫 시청자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적극적으로 보도하라
한미동맹의 허울아래 우리 국민의 당연한 권리가 협상 테이블에서 거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민변이 요구한 검역자료조차 공개하고 있지 않다. 신문은 치료약도 없고 예방도 불가능한 광우병의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심층취재하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미국의 불안전한 검역 시스템과 수차례 신뢰를 져버린 현행 위생조건 위반행위, 지난 해 해외를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는 미국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생명을 잃었던 사건 등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는 많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방송 역시 다르지 않다. 최근 시청자에게 가장 많은 화제가 되고 있는 방송이 소비자 주권 관련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다. 그런데 정작 광우병에 대해서는 2006년 10월 29일 <KBS 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이강택 PD), 2007년 5월 19일 <그것이 알고 싶다> ‘광우병 괴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진실게임’(신용환 PD) 이후로 이렇다 할 심층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부터라도 언론은 ‘한미동맹’이란 ‘콩깍지’에 씌어 국민을 광우병의 위험에 그대로 내던지려는 새 정부의 ‘불도저’식 전면수입개방 추진을 견제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에 대한 주요한 결정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채 이루어진다는 것은 언론의 심각한 직무유기이다. 최소한 국민이 위험성을 알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정확하고 충분하게 보도하길 촉구한다. <끝>
 


2008년 4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