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2월 6-7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08.12.8)
등록 2013.09.24 15:39
조회 322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지상파 방송 보도의 공정성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이른바 ‘땡전뉴스’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지난 9월 8일부터 KBS, MBC, SBS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일일 모니터 브리핑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들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하는지, 수구보수신문들의 의제설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우리 사회 민주적 성숙을 위한 의제설정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등을 집중 모니터 할 예정입니다.

 

12월 6-7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KBS의 ‘대통령형님’ 보도, 스크립트와 실제보도가 왜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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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BS, ‘이상득 문건’ 파문을 단신으로 처리
- 실제 보도와 스크립트 내용은 왜 다른가?

 

5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안경률 사무총장과 함께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향’을 분류해 놓은 문건을 보고 있는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른바 ‘MB개혁입법’ 추진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의 명단인데, 이 중에는 원내대표인 홍준표 의원과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영선 의원 등 당내 지도부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상득 의원은 ‘만사형(兄)통’, ‘상왕정치’라는 말이 나올 만큼 권력 실세로 꼽힌다. 그런 그가 주요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성향분석 문건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러나 KBS와 SBS는 ‘MB의 형님’에 대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KBS가 소극적으로 다뤘다. KBS는 6일과 7일 각각 한 건씩 ‘이상득 문건’을 보도했지만, 모두 단신으로 문건의 내용조차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또 7일 보도에서는 스크립트와 보도된 동영상 내용이 달랐다. 스크립트 내용의 일부가 실제 보도된 동영상에서는 빠져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SBS는 문건 내용과 문건에서 거론된 고승덕 의원 인터뷰, 이상득 의원의 해명을 단순전달 했다. 그나마 MBC가 문건의 내용을 상대적으로 자세하게 전달했다. 또 ‘문건작성 출처와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는 의원들의 인터뷰와 함께 이상득 의원의 행적을 비판했다.

6일 KBS 간추린 단신 <민주당, ‘성향 분석 문건’ 비판>은 제목부터 ‘야당의 공세’라는 틀로 이상득 의원의 문건 파문을 다뤘다. 보도는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문건을 펼쳐본 것과 관련해 민주당 송두영 부대변인은 ‘여당 원내 대표와 상임위원장의 성향까지 보고 받을 정도라면 이상득 의원은 상왕 대표라도 되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득 의원은 측근을 통해 ‘해당 문건은 국회에 들어오는 길에 누군가로부터 전달 받은 것으로 일종의 정보지 같은 것이지 정식 작성된 문건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야당의 비판과 이상득 의원의 ‘해명’을 단순 전달했다.
7일 단신 <‘문건’ 논란 계속> 역시 문건에 대한 홍준표 의원의 반응과 야당의 비판 발언을 짧게 전하는데 그쳤다. 보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에게 전달된 한나라당의 의원 성향분석 문건과 관련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상득 의원이 읽은 문건은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발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고, 부성현 민노당 부대변인은 이 의원이 대통령을 대신해 한나라당을 신탁통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단순 전달했다.
그런데, 이 보도는 KBS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스크립트와 차이가 있었다. 홍준표 원내대표의 발언부분에서 “당무에 관한 것은 당 대표와 사무총장의 소관이라며 언급을 회피하고”라는 부분이 빠졌으며,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의 발언에서도 “정권의 상왕으로 불리는 (이상득 의원)”이라는 부분이 빠졌다.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빠진 부분은 이상득 의원의 ‘월권’을 지적하는 내용이며, 최 대변인의 발언에서 빠진 부분은 이상득 의원의 월권을 비꼬는 표현이다.
‘대통령 형님’에게 불리한 대목이 데스크를 거치면서 삭제된 것은 아닌지, 이제 KBS는 단신보도에서조차 정권 실세에 불리한 내용을 다룰 수 없게 된 것인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SBS는 이상득 의원 문건 파문을 KBS보다는 자세히 보도했으나 문건 내용과 고승덕 의원 인터뷰, 이상득 의원의 해명 등을 단순전달 하는데 그쳤다.
6일 <‘동향문건’ 논란>(김용태 기자)은 “‘개혁입법 추진 난항 실태’라는 제목이 달린 이 문건에는 현 정부의 개혁법안이 야당의 저항이 아닌 한나라당내 이견으로 처리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고 적혀있다”며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고승덕 의원 절대 반대, 박종희 의원 소극반대 등 한나라당내 의원들의 성향까지 분류해 놓았다”, “또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 홍준표 원내대표가 소극적 태도를 견지해 고승덕 의원의 저항이 노골화 되고 있다는 대목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실명이 거론된 의원들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다면서 불쾌하다는 반응”이라며 “산업은행 민영화는 제가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정부법안이 산은 입장만을 대변한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입장에서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고승덕 의원 인터뷰를 실었다. 보도는 “문건의 출처를 놓고 당내에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돌자 이상득 의원 측은 ‘점심식사를 하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문건’이라면서 당에서 만든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전하는데 그쳤다.

MBC <‘성향보고서’ 파문>(이정신 기자)은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정부 추진 법안들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읽고 있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며 “해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야당은 상왕정치라고 비난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이 문건을 확대해보니 ‘금융선진화와 규제개혁을 위한 입법안이 야당이 아닌 여당내 이견으로 처리가 어렵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고승덕 이진복 박종희 의원이 반대하고 있고, 홍준표 원내대표의 소극적 태도로 의원들의 저항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일러바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장 해당 의원들은 이런 문건을 작성한 주체와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이 온갖 방해공작을 펼치려고 노력하는데 그 일환 중에 하나가 아니겠는가”라는 고승덕 의원의 인터뷰와 “국회의원의 역할을 무시한 반민주적 판단이 들어갔기에 문건 작성한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김영선 의원 인터뷰를 실었다.
보도는 “이상득 의원 측은 출처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피한 채, 점심 먹고 나오다 누군가가 건넨 정보지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여권 최고 실세인 대통령의 형이 동료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받아보고 있는 게 드러난 거여서 ‘만사형통’ 논란에 이어 ‘상왕정치’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꼬집었다.<끝>

 



2008년 12월 8일

(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