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삼성 이건희 회장 특검 출석’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8.4.4)
해도 너무한 중앙일보의 ‘삼성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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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 회장이 수사 기관에 출석하는 것은 지난 95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이후 13년 만이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이 국내 최대 재벌그룹의 총수라는 점, 그동안 삼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핵심에 있으면서도 처벌은커녕 조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의 출석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후 2시경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이 회장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고 한다. 또 ‘글로벌 기업 삼성이 범죄집단처럼 인식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범죄집단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렇게) 옮긴 여러분들이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언론들의 삼성 관련 보도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이 회장의 불만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오늘 이 회장의 특검 출석을 보도한 주요 신문들의 보도태도만 봐도 그의 주장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미 삼성에 ‘찍힌’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가 이 회장의 출석 사실을 비중있게, 상세히 다뤘을 뿐이다. 이번에도 삼성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부자신문들은 이 회장의 특검 출석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의제를 축소하려는 중앙일보의 노력은 노골적이었다.
중앙일보는 12면에 이 회장 출석 소식을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전했다. 바로 아래에는 <“삼성수사 파장 최소화를” 예총, 특검에 청원서 제출>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이건희 회장 출석 소식을 다룬 기사의 2/3 분량으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특검 장기화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 위축을 막기 위해 삼성 특검의 파장을 최소화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지난 2일 특검팀에 제출했다는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1면에 <삼성특검, 이건희 회장 오늘 소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으나 중앙일보보다 더 적은 분량의 스트레이트로 다룬 채,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당연히 이 회장 소환의 의미나 전망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동아일보는 18면에 ‘국가원로들이 삼성의 불법에 대한 처벌을 최소화하라’고 주장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국가원로들 “삼성특검 조기종결” 청원>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강영훈 전 국무총리,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국가원로들이 3일 ‘삼성특별검사 종결촉구 국가원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국가원로’들은 “특검의 무차별 압수수색과 사장단의 줄소환은 유례가 없다”며 “불법적인 문제는 법적 절차에 따라 국가 경제에 피해가 없도록 일벌백계로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이 회장의 특검 출석을 10면에서 다뤘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보면 동아·중앙일보 보다는 자세하게 다뤘다. <13년 만에… 이건희 회장 오늘 소환>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이 회장이 조사 받게 되는 주요 내용, 형사 처벌 여부에 대한 전망 등을 담았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모두 1면에 이 회장의 출석 소식을 전하고 각각 3면과 8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신문은 3면에 <이건희 회장 조사, 고발장 접수 ‘7년 10개월’만에…>, <‘의혹의 몸통’ 이번엔 처벌될까>, <삼성 “솔직히 피하고 싶었다” 시민단체 “용두사미 안된다”>는 등의 기사를 싣고 이 회장의 핵심 혐의, 처벌 가능성, 시민단체들의 반응 등을 자세히 다뤘다.
경향신문은 8면에 <‘삼성 3대의혹’ 지시여부 수사 초점>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 회장에 대한 주요 수사 내용과 전망, ‘면죄부 수사’에 대한 우려 등을 담았다. 또 같은 면에 <홍라희 관장 ‘무협의 가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이 회장의 아내인 홍씨가 무혐의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홍씨 수사가 ‘구색 갖추기’라는 일각의 비판을 담았다.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소극적으로 보도하는 부자신문들, 특히 ‘삼성 감싸기’에 앞장서는 중앙일보의 보도를 거듭 접하며 과연 이런 신문을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또 부자신문들의 ‘엄호’를 받으면서도 ‘언론 탓’을 하는 이 회장의 태도를 보면서 재벌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신문사의 사주들이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일보를 비롯한 부자신문, 족벌신문들의 기자들이 이 시점에서 한번 쯤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무엇을 위해 기자가 되었으며, 지금 누구를 위해 기사를 쓰고 있는가? <끝>
2008년 4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