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경제5단체의 삼성특검 조기종결 요구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
‘족벌의 힘’ 보여준 중앙일보의 ‘삼성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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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특검 장기화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과 국가경제 불안을 걱정하는 경제계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삼성 특검은 조속히 마무리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해당기업과 협력업체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특검의 장기화는 기업 경영전반에 심각한 차질을 준다’, ‘특검은 삼성의 협력업체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특검은 국가경제의 활력회복과 대외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그 동안 삼성 측은 증거인멸, 관계자 해외도피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특검 수사를 방해했다. 따라서 ‘특검의 장기화’가 기업경영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특검이 짧은 시간에 의혹을 깨끗하게 풀 수 있도록 ‘삼성의 적극적인 수사협조’를 촉구하는 것이 순리다.
물론 경제5단체가 이런 주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위기’ 운운하며 대놓고 ‘삼성 감싸기’에 나선 행태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금 삼성은 특검 조사 중에도 어려움을 겪기는커녕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로부터 각종 ‘선물셋트’를 받고 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단계적으로 높여 장기적으로 소유제한을 없애겠다는 등의 ‘금산분리 3단계 완화방침’을 보고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연내 법개정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만일 이 방침대로 금산분리가 폐지된다면 가장 이익을 볼 집단이 바로 ‘삼성’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게다가 경제5단체의 입장 발표 바로 전날 한승수 국무총리는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때 특검기간이 연장됐으니 연장된 기간 안에 종결되기를 바란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경제5단체의 ‘삼성 특검 연장 반대’ 주장이 나오자 일부 족벌신문들도 ‘삼성 감싸기’에 ‘한마음’으로 나섰다.
특히 중앙일보는 경제5단체의 주장을 4월 2일 1면에 <경제5단체 “삼성 특검 빨리 마무리를”>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삼성 감싸기’에 급급해 뉴스 가치 판단 능력을 잃은 듯 하다. 중앙일보는 또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이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누나인 홍라희 씨가 ‘비자금 미술품’ 의혹을 조사받기 위해 2일 특검에 소환되는 사실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삼성과 ‘사돈’ 관계인 동아일보는 2면에 <경제5단체 “삼성특검 빨리 끝내야” 시한연장 반대 성명>을 싣고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가 삼성 특별검사 수사의 조기 마무리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반면 삼성비자금 문제에 있어서 중앙·동아일보와 ‘차별화 전략’을 써 온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다른 논조를 보였다.
사설 <삼성 특검, 재수사의 불씨 남겨선 안 된다>에서 조선일보는 “한 총리와 경제5단체 주문대로 삼성 수사를 지금 이 단계에서 마무리 지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며 “고통이 크긴 하지만 이참에 삼성 의혹에 확실한 매듭을 지어야 삼성도 ‘의혹의 10년’을 졸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썼다.
경제단체들이 삼성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을 주장한 데 대해서도, 올 들어 원화 환율이 크게 오른 덕분에 수출 대기업들의 경영실적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삼성 협력업체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면 그걸 들어 특검 탓을 하기보다도 삼성의 협력업체 대책에 무슨 문제가 있지 않나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사설 <앞뒤 안 맞는 삼성특검 조기 종결론>에서 경제5단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제5단체가 들고 나온 경제위기론에 대해 한겨레는 “지금의 경기침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삼성특검 탓이라고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SK와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들며 “기업비리 수사가 경영 투명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주장했다.
한승수 총리 발언과 관련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의전 총리’가 유독 삼성특검의 조기 종결을 언급한 것도 볼썽사납다”며 “누구보다 앞장서 법질서를 지켜야 할 총리가 불법행위를 조장하려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현장에서’라는 기자칼럼도 “그동안 재계는 재벌 총수와 관련된 불법 행위가 탄로날 때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들어 수사에 어깃장을 놓곤 했다”며 “지금은 재계가 ‘삼성 응원단’으로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아야 할 때”라고 경제단체들의 처신을 꼬집었다.
한편 경향신문은 16면 <경제5단체 “삼성 특검 재연장 반대”>에서 경제단체들의 성명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에 대해 경실련은 성명을 발표하고 경제5단체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반론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정치-경제-언론 권력이 한 목소리로 ‘삼성 감싸기’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특검이 얼마나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경제단체들의 염치없는 삼성 두둔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신문의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부끄럽게 만든다. 중앙일보는 독자를 위한 신문인가, 아니면 친인척을 위한 신문인가. <끝>
2008년 4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