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3월 25일 동아일보 사설과 배인준 칼럼’에 대한 논평(2008.3.25)
동아의 ‘이명박 구하기’, 정도와 상식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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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취임 한 달째를 맞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국민들은 벌써부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아냥을 자초한 인사파동, ‘이명박 식 프레스 프렌들리’, ‘측근 중의 측근’인 최시중 씨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 ‘친노인사 척결’ ‘좌파인사 축출’을 내세운 임기제 기관장 사퇴 압박 등 이명박 정부가 벌여놓은 일들 때문이다. 여기에 ‘형님공천’ ‘명계남 공천’으로 불리는 한나라당의 공천논란과 권력투쟁에 이르면 이 정부와 여당의 무엇을 믿고 향후 5년을 맡길 것인지 암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만 믿고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던 민심은 급격히 이반되고 있고, 한때 개헌선인 200석 이상까지 가능하리라 여겨졌던 한나라당의 총선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래서인가.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당보’, ‘이명박 캠프 기관지’라는 비난을 받으며 일말의 체면을 모두 던지고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던 동아일보가 이제 ‘이명박 지키기’, ‘한나라당 지키기’ 노력을 눈물겹게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3월 25일 사설과 칼럼에서 동시에 한나라당 구하기에 나섰다. ‘이명박에 속았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기자회견 후 한나라당 내 권력투쟁이 이전투구 양상에 빠져들자 위기의식을 느낀 모양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10년만의 정권교체, 그리고 권력투쟁>에서 현재 한나라당 상황에 대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꾸짖긴 했다. 그러나 이 사설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사설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얻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끌고 갈 동력을 잃게 되는데 경제 살리기인들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정권 재창출도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새 정부가 이제 갓 한 달을 보냈는데 동아일보는 벌써 5년 뒤의 한나라당까지 걱정하고 있다. 선거 시기에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와 5년 후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배인준 논설주간의 칼럼 <이 대통령에게 ‘쓰지만 좋은 약’>도 이 같은 동아일보의 염원이 눈물겨울 정도로 느껴진다. 배 주간 역시 현재 한나라당의 상황을 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전리품처럼 분배하는 과정에서 새 정권 내부의 권력투쟁이 표면화했다”며 “명실상부한 정권교체는 못한 상황에서 정권 내 정적치기에 바쁜 꼴”이라고 지적하긴 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일부일 뿐이다. 칼럼은 “좌파정권 식객(食客)세력은 자기네 10년의 잘못보다 이 정권 3개월의 문제를 더 크게 부각시키는 데 상당히 성공하고 있다”, “국민은 정부가 큰 흐름에서 잘하는 것보다 작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등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을 애써 ‘작은 잘못이 부각된 것’이라고 싸고돌며 ‘국민 탓’을 하고 있다.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여론의 반발을 자초한 이 정부의 내각 인사 파동은 동아일보와 배 주간의 눈에는 “이 대통령 첫 인사의 부분 실패” 정도로 보일 뿐이었다.
또 “정부와 사회 각계에 뿌리내린 다단계 좌파 네트워크가 맞물려 아직도 ‘노명박 정권’이라는 말이 남아있다”, “(국민은) 천둥벌거숭이 같던 노 정권의 좌충우돌에 지쳐 정권을 교체했지만 지난날의 고통은 어느덧 잊고, 새 정권의 허물을 확대해서 본다”며 ‘노무현 탓’, ‘국민 탓’을 하고 있다.
노골적인 여당지지 발언도 나왔다. 배 주간은 “내가 보기에 이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잘 들어선 정부”라며 “내정 및 외교 문제에 상대적으로 안정감 있게 대처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를 지키려는 자세가 분명하다”고 이명박 정부를 추켜세웠다.
최근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이곳저곳에서 앞장 서 설파하고 다니며 오히려 위기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해 선거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경제관료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든 ‘생필품 50개’를 꺼내 혼란을 일으킨 것 등 도저히 ‘내정이 안정감있다’고 보기 어렵다. 배 주간의 눈에만 보이는 ‘안정적 내정’의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
외교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요란스럽게 4강외교를 한다며 특사까지 파견했지만,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명박 정부 한 달 만에 남북관계는 거의 파탄지경으로 빠지고 있지 않나?
‘법치’는 또 어떤가. ‘체포전담반 신설’ 등 법을 내세워 강경일변도로 대응하려는 공권력으로 인해 ‘이러다 5공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인(信認)도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무엇을 근거한 것인지 궁금하다. 현재 한국경제를 두고 ‘제2의 IMF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국가신인도 하락이 우려되고 있는데 배 주간은 도대체 뭘 보고 ‘국제사회의 신인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인가.
배 주간은 “이 대통령이 인재 등용과 정치의 본질에 접근하는 유익한 학습을 했다면, 지난 3개월의 경험은 향후 5년의 성공을 위해 ‘쓰지만 좋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삶은 ‘학습 대상’이 아니다. 감싸기도 정도껏 하라. 오늘 사설의 필자와 배인준 주간은 동아일보 정치부장이었던 이동관 대변인처럼 청와대로 들어갈 요량인가. 흠집을 가리기 위한 억지옹호는 이명박 정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동아일보는 “쓰지만 좋은 약”이 진정 무엇인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끝>
2008년 3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