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C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방송에 대한 논평(2008.2.27)
등록 2013.09.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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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정부 눈치 보나
- 대통령 취임식 날 운하 띄우기 방송하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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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던 2월 25일 MBC가 보도다큐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를 방영했다. 방송은 새 정부의 대표 정책인 운하사업과 서민경제안정, 영어공교육을 주제로 새 정부에 기대를 담은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정확하고 꼼꼼한 분석과 대안제시보다 장밋빛 미래만을 부각시키는 방송은 국민들에게 허황된 기대감만을 갖게 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그간 방송을 통해 문제라고 지적했던 사안에 대해 새 정부 출범 당일 돌연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시청자들을 혼란케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MBC가 방영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중 ‘경부운하는?’(이하 <국민을 섬기겠습니다>)편은 시청자를 당혹스럽게 할 만한 이중적인 프로그램이었다는 질책을 면하기 어렵다.


MBC 시청자 눈 의심케 한 ‘운하찬미’


우리는 지난 19일 MBC <PD수첩>, KBS <추적 60분> ‘경부운하 관련 방영분’에 대한 논평에서 경부운하의 모델이 된 독일 운하의 실증적 검증을 통해 운하사업 추진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상기시킨 MBC「PD수첩」‘심층취재-현지보고, 독일 운하를 가다’(임경식 PD)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PD수첩>은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의 경제적 효과로 내세운 물류운송과 관광부문의 이익이 허상에 불과함을 꼼꼼히 짚어줬다. 운항속도가 인수위 측이 제시한 평균 25km 속도와는 달리 운하 파괴, 기름 과다 소비 등의 문제로 평균 10km 이상의 속력을 내기 어렵다는 사실과 갑문을 통과하는 시간도 만만찮다는 점 등 신속한 물류수송이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관광운하’로서의 효과도 터무니없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0년 이내에 4가구 당 1대 꼴로 요트가 보급되고, 10박 11일의 관광문화가 정착된다”고 주장하지만, MD운하가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운하를 운항한 선주는 “결빙 등을 이유로 동절기에는 운행을 하지 않을뿐더러, 탑승객도 거의 없다”고 말한 것을 내보내며, 관광 사업으로서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류운송수단으로서 관광수단으로서 모두 경제적 효용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섬기겠습니다>에 나오는 독일 운하 운용 현실은 <PD수첩>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웅장하고 장대한 배경음악과 함께 경제기적의 원동력이 된 라인강을 찬미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방영분은 모두 아름다운 장관으로 미화돼 있다. 심지어 독일 운하가 32년이나 걸린 것은 “환경보호논쟁이 거셌기 때문”이라고 표현하여 오히려 건설기간이 길었던 원인을 환경론자의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방송은 미학적으로 설계된 나무 교각 다리 이곳저곳을 보여주고, “이름난 자연보호지역을 관통하고 있지만 심하게 훼손된 흔적 찾아볼 수 없다”며 나아가 운하는 탄소가스의 배출규제가 시급한 독일 정부에게 친환경적 운송수단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관광적인 효과도 <PD수첩>이 언급했던 내용과 달랐다. “깊은 산골에 위치한 마을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며, “유람선 관광은 지역경제에 주요한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고 부각시켰다. 벌크 자제의 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독일의 운하이용 실태는 “자동차나 철도운송의 부담을 줄였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표현됐고, 물 확보로 수력발전까지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방송은 나아가 독일정부가 운임수입의 적자를 보면서도 나라가 예산 적자를 메우며 관리 운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손익계산에 개의치 않는 것은 친환경적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며, 유럽내륙을 연결시킨다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라고 했다. <PD수첩>은 운하에 찬성하는 독일 취재원들을 인터뷰하면서도 운하사업의 비효율성을 담담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지만, 이번 보도 다큐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는 운하에 대한 찬양 일색의 의견만 일방 취합하여 운하 홍보물에 가까운 내용을 방영했다. 운하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시사했던 MBC가 돌연 모든 면에서 운하를 반대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 하고 나선 셈이다.


또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는 물류수송 기능과 상관없이 투기와 관광단지로 사업을 추진하는 건설사들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운하 예정지역 곳곳이 운하를 파기에 적절치 않은 현 상황, 문화재 파손 우려, 광산붕괴 우려, 4년내 완공이라는 허무맹랑한 추진 계획 등 운하사업 계획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환경파괴라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찬반 측의 공방을 전하며, 안병옥 환경운동연합회 사무국장이 “오염물질이 유입”될 위험성이 있다고 발언한 내용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PD수첩>은 취재결과를 바탕으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경우 뱃길이용이 물류수송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이 역시 과거 한진해운과 대한통운이 운용을 한 바 있으나 화주들의 이용률이 낮아 폐지됐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는 “새 정부는 1년 정도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쳐 1년 후 추진한다는 강한 추진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야심차고 거대한 계획한 만큼 반대소리에 귀를 크게 열고 치밀하게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결론지었다. 추진에 힘을 싣는 것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번 MBC 보도다큐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운하 검증 편은 MBC <PD수첩>이 보여줬던 실질적 탐사 노력의 성과를 스스로 져버린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운하 정책에 대해 MBC가 모순된 방향의 방송을 낸 것은 MBC 내부가 바람직한 관점을 공유하는 내부 절차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출범 당일에 운하에 대한 찬미성 보도물을 방영했다는 것은 MBC가 이명박 정부에 눈치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들게 한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대운하, 영어몰입교육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정부조직개편과 인선에서 드러난 허술한 검증시스템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으로 국정운영을 책임질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응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언론이 새 권력에 순응하는 형태로 하루아침에 얼굴을 바꾸는 행태는 훼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보여진다. 우리는 MBC가 공영방송의 책임을 포기하지 않기를 재삼 촉구하는 바이다. <끝>

 


2008년 2월 27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