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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제 사장에 의한 국민일보 박미석 내정자 논문표절 의혹 기사 누락’ 관련 논평(2008.2.26)
등록 2013.09.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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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편집권 침해, 전말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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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의 ‘제자논문 표절의혹’을 단독 보도했던 국민일보의 후속기사가 경영진에 의해 삭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 단체는 지난해 ‘시사저널 사태’에 이어 또 다시 경영진에 의한 편집권 침해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21일에는 고발특종, 22일에는 후속보도 없이 해명만 다룬 보도


국민일보는 지난 21일 1면 <박미석, 제작논문 표절의혹>과 3면 <60여 곳에 판박이 문장…제목·결론 엇비슷> 두면에 걸쳐 ▲제목과 연구 목적이 비슷 ▲너무 많은 동일 또는 유사 문장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조사방법 ▲표 6개중 4개가 유사 ▲결론도 비슷 ▲제자 논문 문장 중복 의혹을 중심으로 박 수석내정자의 논문표절에 대해 집중보도 했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뜻밖에도 22일에는 자사 단독 보도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후속기사를 싣지 않았으며, 오히려 <박미석 수석 내정자 논문 표절의혹 파장/인수위 “결정적 결격사유 안돼” 이 당선인 측 “검증 시스템 점검 필요”>기사에서 박 내정자의 해명과 인수위·이 당선인 측의 입장을 주로 다룬 기사를 내보냈다.
22일 국민일보 노동조합은 홈페이지 ‘온라인 대자보’를 통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국민일보 정치부는 22일자 신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박 내정자의 반론을 재반박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는 후속 기사를 준비했으나 이 기사는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의 지시로 끝내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외부 압력 여부와 관계없이 명백한 편집권 침해


더욱이 국민일보 노조는 ‘온라인 대자보’를 통해 이명박 당선자 측과 순복음교회 측에서 21일 조민제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후속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24일 조민제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해당 기사 보류는 전적으로 자신의 개인적 양심과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으로 당선자 측의 요청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만약 이명박 당선자나 순복음교회 측의 압력이 있었다는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거대권력이 언론사의 독립적인 편집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중대한 사태이다. 또한 조 사장의 해명대로 외부의 압력이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조 사장 자신이 지시를 내려 기사 게재를 막은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는 명백한 편집권 침해 사태이다. 언론사 경영진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편집권을 침해하는 것 역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신문사 사장이 기자들의 특종 보도를 막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조 사장의 해명은 더욱 황당하다. 기사를 보류시킨 이유에 대해 조 사장은 ‘논문표절 의혹 보도는 국민일보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해명’을 22일 노조에 전해왔다고 한다. 노조에서도 지적했듯이 그렇다면 과거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나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 당시 국민일보는 어째서 ‘국민일보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보도를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조 사장의 ‘해명’이 오히려 당선자 측이나 순복음교회가 ‘압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박미석 청와대 수석 내정자 외에도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는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자진 사퇴를 했고,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들의 의혹들도 속속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증해야 할 언론들이 적지 않게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본연의 임무인 검증에 충실히 임해 ‘특종’을 한 국민일보의 보도는 돋보였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경영진이 앞장서서 그 후속보도를 막아버려 자신이 이룩한 특종을 무산시키고, 나아가 스스로 저널리즘 기관임을 부정해버린 것이다.
본연의 기능을 포기하고 언론자유를 무참히 짓밟는 경영진의 이러한 편집권 침해 행위는 반드시 종식되어야 한다. 조민제 사장은 이번 편집권 침해사태에 대해 스스로 전말을 공개하고 책임을 져야한다. 아울러 자신의 지시로 ‘보류’된 후속기사를 지금이라도 당장 게재해야 한다. 국민일보가 이번 사태를 딛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언론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끝>

 


2008년 2월 26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