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이명박 차기정부 내각구성 발표’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8.2.22)
서슬 퍼렇던 조·중·동의 인사검증 칼날,
이명박 정부에서는 녹슬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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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13부처 장관과 국무위원 후보 2명의 조각 명단 발표를 강행했다. 이 날 발표한 차기정부의 내각 구성은 해당 부서에 대한 전문성 여부보다도 당선자의 ‘코드인사’ 이거나 특정 지역과 대학에 편중되어 있고, 그동안 극단적인 활동을 보여줬던 보수인사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한승수 총리 후보에 대해서도 ▲영국 요크대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경력 허위 기재 ▲후보자와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 ▲스톡옵션 등 일부 재산을 신고에서 누락 의혹 ▲80년 국보위 참여 경력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등 인사검증의 필요성이 각별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장관 후보 중에서도 발표와 동시에 우려와 비판을 받고 있는 이가 적지 않다. 김도연 교육부 장관 후보는 엘리트 중심의 교육관을 가지고 고교 평준화 제도를 비판해왔던 것이 논란이 되고 있으며,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는 북한과 대화를 부정하며 북한 붕괴를 주장하는 극단적인 대북 강경론자로 앞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인 이윤호 전경련 부회장, 여성부 장관 후보 이춘호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노동부 장관 후보 이영희 인하대 교수, 환경부 장관 후보 박은경 대한 YWCA연합회장도 해당부서의 장관으로 부적격하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무위원 후보들에 대한 인사의 적절성을 누구보다 앞서 살펴야 할 언론들은 그저 인수위와 당선자 측의 발표만을 앵무새처럼 전할 뿐, 인물 검증과 자격 검증, 도덕성 검증 등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주요 내각개편이 있을 때마다 ‘검증’에 올인 하고 ‘코드 인사’ 운운하며 공격해, 적지 않은 인물들을 ‘낙마’시킨 바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이번 이명박 정부의 내각 구성에 대해서는 의혹과 논란은 외면한 채 띄워주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조·중·동 국무위원 후보 검증 외면하나?
5개 일간지의 국무위원 후보와 관련된 기사를 분석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 |
단순보도 |
분석보도 |
논란처리보도 |
검증보도 |
프로필·인터뷰기사 |
합계 |
한겨레 |
1 |
1 |
3 |
5 |
15 |
25 |
경향신문 |
4 |
1 |
2 |
3 |
- |
10 |
조선일보 |
2 |
- |
1 |
- |
15 |
18 |
중앙일보 |
2 |
2 |
1 |
- |
3 |
8 |
동아일보 |
2 |
1 |
2 |
- |
14 |
19 |
모니터 기간: 2008. 2. 19-20
<표 1> 5개 일간지의 후보검증 관련 보도
조선일보는 총 25건의 기사 중 단순보도 2건과 논란처리보도 1건을 내보내고 나머지는 장관 후보들의 프로필을 소개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한 총리 후보의 의혹과 관련해서는 19일 2면 <한승수 총리후보 경력 논란>에서 ‘논란’ 정도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20일에는 3면 전체를 통해 ‘정부개편 결렬로 혼란한 대한민국’을 ‘타이틀’ 내세워 ‘이명박 정부 파행 운영’을 우려했지만 정작 어쩌면 이명박 정부 운영 자체를 ‘파행’으로 이끌어갈지도 모를 ‘문제 인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총 8건의 기사를 내보냈지만 역시 검증보도 없이 단순보도 2건, 프로필 소개 기사 3건, 분석보도 2건에 그쳤다.
19일 4, 5면에 걸쳐 ‘이명박 내각 발표 강행’이라는 타이틀로 이번 인사를 분석 했지만 ‘실무 능력· 경륜 중시’, ‘ 지역·학교 등 안배’라는 식의 긍정보도로 일관했다. 같은 날 5면 <과학계 역풍에 CEO총장 대신 공대 학장 낙점>에서도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부동산 투기로 제외된 사실은 후반에 짧게 언급한 데 그친 반면, “과학기술계의 강력한 요구로 과학계 인사가 발탁됐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20일 <새 정부는 ‘가방 끈’ 길어진 이순(耳順)내각>에서도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 내각의 성격을 비교했지만, 역시 의혹이 있는 인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같은 날 <‘햇별’ 대신 ‘응달’?…주목받는 남주홍>에서는 남주홍 내정자에 대해 ‘극단적인 대북관’을 가졌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남 내정자의 대북관을 ‘소신’으로 포장했다. 중앙은 같은 날 <한승수 ‘까칠한 청문회’ 예고>에서 한 총리 후보에 대해 ‘개발지역 투기 의혹’ 제기한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을 실어 보도하긴 했지만 “한 후보자 인준동의안 처리마저 난관에 부닥친다면 새 정부의 출범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두둔하는 데 비중을 뒀다.
동아일보 또한 14건의 프로필 소개 기사를 제외한 5건의 기사 중에 단순보도 2건, 분석보도 1건, 논란처리 보도 2건을 내보냈다.
동아는 19일 <교육장관 어윤대 김도연 뒤집기, 왜?>에서 “검증과정에서 어 전 총장가족의 부동산 문제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하고 같은 날 <한승수 총리 후보자 ‘영국 대학 교수 경력’ 논란> 등에서도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13∼16대 총선 공보물에 밝혔던 ‘영국 요크대 및 케임브리지대 교수’ 경력이 과장됐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단순하게 ‘언급’하는 수준이었으며 대부분 ‘논란’ 정도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한겨레·경향, 의혹 검증 보도 돋보여
반면 한겨레는 총 25건의 보도 중 단순보도 1건, 분석기사 1건, 논란처리 보도 3건, 프로필 인터뷰 기사 15건와 함께 검증보도가 5건이나 있어 조·중·동과는 단연 비교되었다.
한겨레는 19일 <어윤대씨 ‘땅투기 의혹’ 교육장관 내정자 교체>에서 자체 취재를 통해 어 전 고려대 총장의 부인이 위장전입 농지 4천여평을 사들였다는 사실을 밝혔냈고, <어윤대씨 발표 몇시간 남겨두고 ‘미끌’…“검증 시스템 문제”>에서도 “인수위 주변에선 어 전 총장이 내정 단계에서 막바지에 낙마한 것을 두고 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남주홍 국무위원 후보논란- 평소 ‘북 체제붕괴’ 주장 “6·15는 대남 공작 문서”>에서는 남 내정자에 대한 ‘적격’ 논란을 자세히 보도했고, <유인촌, 호남 출신?>에서도 지금까지 자신의 고향을 서울로 내세웠던 유 내정자에 대해 “이 당선인 쪽이 새 정부의 첫 조각에 호남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고자 유 후보자의 출신지를 무리하게 호남으로 연결시킨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또 <“한승수 총리후보 경력 허위 기재”>에서는 한 총리후보와 관련해 영국에서의 활동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제기를 다뤘다.
한겨레는 20일에도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이어가, <‘극단적 통일-교육관’ 새 국무위원 2명 적임 논란>에서 김도연 내정자에 대해 “효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수재 중심의 교육관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고, 남 내정자에 대해서도 “북한과 대화해야 할 남 후보는 북한 붕괴론자이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 총리후보 가족 부동산투기”>에서 서갑원 통합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며 한 총리 후보에 대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경향신문 또한 단순보도 4건, 분석보도 1건, 논란처리보도 2건과 함께 검증보도를 3건 내는 등 보수신문들과는 차별성을 확연히 드러냈다.
19일 <60대·영남·보수색…관료 교수 반반>에서 ‘이순 내각’, ‘여전한 지역·대학 편중’, ‘관료 아니면 교수’, ‘더욱 짙어진 보수색’ 등으로 이번 내각 후보자들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어 <전경련 출신 이윤호 ‘기업정책 관장’>에서는 문제가 제기된 인사들의 부적격 사항을 지적했고, <부동산 투기의혹 등 ‘검증’ 걸렸나-교육 ‘어윤대→김도연’ 급선회>에서도 어 전총장의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지적이 보도하는 한편 <“학력·성차별, 친배벌 편중인사”>에서는 “코드·학벌차별·성차별·연령차별·친재벌로 특징되는 편중인사”라는 정치권의 비판을 다뤘다.
또 경향은 같은 날 <“대결적 북한관으로는 대북담당 장관에 부적합”>에서 남 내정자에 대해 “6 15 선언은 대남공작문서로 규정하고, 북핵 문제의 근본해법을 북한 체제 변동에서 찾는 그가 장관을 맡는 것 자체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라고 우려한 데 이어, 사설 <‘통일은 없다’의 저자가 통일장관이 되면>에서도 “평화통일을 낭만적 감상주의 정도로 치부하는 인물에게 대북정책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경향은 20일에도 <민주당, 작심한 듯 “투기 의혹” 선공>에서 한승수 총리후보 청문회에서 제기될 의혹과 관련한 쟁점들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보도, 단순 스케치 그친 채 의혹 설명 부족
한편 21일 신문들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국회, 경력·도덕성·자질 검증-민주 “장남, 병역특례 중 244일 해외체류”> 보도에서 한 후보의 도덕성 자질 쟁점을 정리했다. 중앙일보도 <“아들에게 편법 증여”“내 인격을 믿어 달라”>에서 청문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다뤘다. 중앙일보는 <“장관후보감 10명 중 2∼3명꼴 땅투기 의혹 있더라”>에서 “직업에 관계없이 땅 투기 의혹이 있는 사람이 많더라”라는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의 박영준 총괄팀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민주당 “박사과정 밟으며 강의 …교수 맞나” 한승수 “영(英)선 대학서 가르치면 교수로 인정”>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 내용을 보도하면서도 한 총리후보의 해명을 제목에서부터 부각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반면 한겨레는 21일 <“신상 의혹 ‘적극 해명’. 국정방향 ‘두루뭉술’>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되었던 의혹들을 다루며 ‘청문회 풍경’을 비판적으로 보도했고, 경향신문은 3면 전체에 걸쳐 의혹에 대한 쟁점을 분석해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고위 공직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안이었다. 장상·장대환 총리후보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도 부동산 관련 의혹으로 낙마했으며, 이때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도덕성 잣대를 들이대며 여론을 부추겼다. 하지만 보수 신문들은 이번 이명박 내각 인사에는 의혹을 축소하여 보도하거나 검증을 회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이명박 내각 후보들에 대한 도덕성 의혹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새 정부의 출범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며 인사 청문회를 어물쩍 넘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21일 장관 후보자 15명이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청사유서’를 보면, 이들의 평균재산이 39억원에 이르고, 그 가운데는 본인과 배우자의 이름으로 주택을 세 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6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에는 용도가 불분명한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한 경우도 적지 않아 ‘투기 의혹’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또 인사청문회 대상은 아니지만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 내정자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구체적인 실증 자료와 함께 21일 국민일보로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모두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장관 후보자들이 해당 업무에 대한 자질과 전문성이 있는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자격을 검증해야 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지난 정권에 들이대던 날카로운 도덕성의 칼날을 변함없이 이명박 정부에도 들이대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격 있는’ 정부가 구성될 수 있도록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도덕성’이 문제된다고 정부마저 ‘도덕성’ 없는 인사들이 구성된다면 국민들도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끝>
2008년 2월 22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