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뉴스 후> '교회시리즈' 방영분 관련 논평(2008.2.19)
등록 2013.09.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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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후> 할 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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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지난 14일 ‘MBC <뉴스 후>는 한국교회 폄훼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MBC <뉴스 후>가 최근 잇달아 방영한 ‘세금 안내는(?) 사람들 Ⅰ,Ⅱ’(1월 26일, 2월 9일 방영)와 ‘투명한 재정, 언제쯤이나’(2월 16일 방영)가 같은 소재를 ‘재탕·삼탕’하여 한국 교회를 폄훼했다는 주장이다. 한기총은 지난 14일과 15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한겨레> 등 중앙일간지에 성명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광고에는 16일 예정된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송할 때에는 ‘MBC 시청 거부 운동’, ‘MBC에서 방송되는 광고 제품 불매 운동’, ‘규탄 집회’, ‘법적 대응’ 등을 벌이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그런데 MBC는 16일 예정대로 ‘투명한 재정 언제쯤이나…’(기획 임태성, 취재 이재훈)를 방영했다.
우리 단체가 MBC <뉴스 후> 세 편의 방영분을 꼼꼼하게 모니터한 결과, 한국교회를 의도적으로 폄훼하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한기총의 주장과는 달리, 일부 종교인과 집단의 부도덕한 행태, 그릇된 관행을 심층적으로 고발한 좋은 프로그램으로 평가됐다.


한국 교회 폐부 드러낸 <뉴스 후>
<뉴스 후>는 ‘세금 안내는(?) 사람들 Ⅰ,Ⅱ’(1월 26일, 2월 9일)을 통해 관행적인 종교인 면세문제를 시작으로 일부 대형 교회와 사찰들의 불투명한 재정 운용 문제점들을 꼬집었다. ‘세금 안내는 사람들’ 시리즈는 종교단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서 규모를 확장하는 ‘미션대출’의 문제점과 함께 일부 교회와 사찰 등이 종교시설을 부당한 방법으로 매매하거나 실리를 챙기는 등의 행태를 고발했다. 또 일부 종교인들이 교회나 사찰을 사유화하거나 세습하는 실체도 드러냈다.
3번째 시리즈인 2월 16일 ‘투명한 재정, 언제쯤이나’에서는 대형교회에서 중소교회로 번진 부의 세습, 일부 교회의 불투명한 재정·자정능력 상실 등의 문제를 꼬집었다. 이 방영분은 방송이 나간 후 순복음교회 등 일부 교회가 재정의 투명화 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움직임도 함께 보여줬다.


<뉴스 후>는 일부 종교단체들의 잘못된 관행만을 비판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종교인들의 면세를 당연한 것으로 집행하고 있는 국세청, 재정경제부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관행을 비판하고,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관련법을 재정비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눈치 보기 행태를 지적했다.
또한 <뉴스 후>는 교회의 투명한 활동내역과 회계 공개를 주장하고, 나아가 합당한 소득세 신고를 권유했다. 주민들과 주차장 함께 쓰기와 같은 소소한 공익적 실천을 당부하는 것까지 한국 교회의 긍정적 발전에 대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그간 성역으로 존재했던 종교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문제를 조명한 <뉴스 후>의 보도가 사실을 근거로 한 종교 내부의 자성과 정화운동의 시초를 제공했다고 판단한다. 이는 시사프로그램 본연의 성격인 고발과 제언에 충실한 것으로 한국 교회를 폄훼했다는 한기총의 주장과는 달리 탐사저널리즘의 정신을 제대로 보여준 보도였다고 평가한다.


공정성 잃은 국민일보 관련 기사
한편, 종교단체 문제를 더욱 심층적으로 파헤치기는커녕 교회 측의 입장만을 전하며 <뉴스 후> 비판에 힘을 싣는 언론매체도 있었다. 국민일보는 <뉴스 후>의 16일 방영에 앞서 같은 날 22면 <교회 폄훼 프로 수년째 집요하게 방영/ 한기총 “MBC 시청거부운동 강구”>(윤중식·박재찬 기자)를 냈다.
언론이 중립과 비판의 견지를 잃지 않아야 함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국민일보가 MBC측에 대한 한 줄의 입장 정리 없이 비판적인 목소리만을 표현한 일부 기독교인들의 주장만을 실은 것은 유감이다. 기사는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교회와 목회자들의 이미지를 크게 왜곡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일보가 기사에서 담고 있는 취재원은 한기총, 한국교회 언론회, 서울신학대 교수,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처 등으로 모두 MBC에 대한 비판적 발언만을 담고 있어, 자칫 한국 교회 전반이 MBC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실제 <뉴스 후>나 다른 언론보도들을 보면, <뉴스 후>가 지적한 내용에 공감하는 취재원들이 많기 때문에 국민일보의 편파성은 두드러져 보인다.
제목 역시 “교회 폄훼 프로를 집요하게 방영”이라고 달아 공정성을 심히 잃었다. 이러한 편협한 기사는 <뉴스 후>가 2월 16일자 방영분에서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에 대해 주요하게 거론한 것을 못마땅해 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비춰진다.


<뉴스 후>, 성역 없는 시사프로그램의 면모를 계속 이어가길
시사프로그램의 목적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침묵이 아니라 적극적 고발과 비평에 있다. 종교도 예외일 수 없다. <뉴스 후>는 종교인들의 ‘변칙세습’, ‘세금회피’, ‘회계부정’ 등을 고발하고, 이상적인 종교의 모습을 제언하기도 했다. 실제 16일 방송분에서 누차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긍정적 변화를 비중있게 보도하며, “참 다행이고 반가운 일이다. 다른 교회들이 바람직한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희망 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비단 이날 방송 뿐만 아니라 이전 두 차례의 방영분에서도 모범이 되는 교회와 목사님들의 사례를 들어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교회에 대해 쓴소리를 듣는 것이 달갑지 않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기총의 부적절한 외압 행사에는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보도가 사실과 무관하거나 근거가 없을 때에는 정정보도 신청을 하거나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피해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를 통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왜곡된 논리로 교인들을 선동해 시청 거부 운동을 한다거나, ‘MBC에서 방송되는 광고 제품 불매 운동’, ‘규탄 집회’ 등의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태다. 특히 한기총이 공공연하게 ‘MBC 민영화’ 등의 협박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으며, 취재진을 ‘좌파’, ‘빨갱이’로 몰아가며 색깔공세를 펴는 것 역시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의 역할을 해야하는 분들의 행동이라고 보기엔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이번 <뉴스 후> 방영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열어 사후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한기총이 정당한 비판에 대해 먼저 수긍하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더불어 기독교 내부에서 자성과 자정운동을 벌이기를 촉구한다. <뉴스 후> 제작진의 말대로 우리사회에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목사님들도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의 교회에서 안주하는 목회자가 아닌, 끊임없이 성도와 사회와 소통하고 좋은 방향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와 종교의 모습을 촉구한다.


MBC <뉴스 후>가 일부 종교인들의 부도덕한 행태와 그릇된 관행들을 지적한 것은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였다. 이는 어떤 부당한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성역없이 사회문제를 고발할 수 있는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이기도 하다. 우리 단체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판 목소리를 사라지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제작진의 열정과 책임 있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부적절한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뉴스 후>가 앞으로도 우리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문제들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한다. <끝>


 

2008년 2월 1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