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명박 당선자의 민주노총 간담회 취소 및 GM대우 방문’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8.2.1)
등록 2013.09.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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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선자와 조·중·동, ‘친재벌-반노동’ 부창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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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애초 예정됐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대신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했다. 이 당선자 측은 이석행 위원장이 한미FTA 반대 집회 등을 주도한 혐의로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에 불응하고 있는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만나지 않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반면 GM대우를 방문해서는 “노사가 화합하는 모범적 회사”라고 치켜세우며 “앞으로 파업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졸렬하고 부적절한 이명박 당선자의 ‘친재벌-반노동’ 행보


이명박 당선인 측의 발언과 행태는 우스꽝스럽고 졸렬하다. 선거 과정에서 사실로 밝혀진 위장전입과 자녀 위장취업을 통한 탈세 등의 전력을 가진 이 당선자가 ‘법과 원칙’을 운운한 것도 우스꽝스러우며, ‘경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이 당선자가 경제의 안정과 발전에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노동계를 이처럼 무시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국민화합’을 몸소 실천해야 할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자기 입맛에만 맞는 곳을 찾아다니며 편 가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더구나 GM대우 부평공장을 찾아 ‘노사 화합’을 강조한 이 당선자의 발언들은 지금 상황에서 대단히 부적절하다. GM대우는 2001년 대규모 정리해고에 따른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으며 위기에 처했다가 노사의 노력으로 경영을 정상화하고 해고자들을 복직시킨 바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GM대우를 ‘노사 화합’으로 평가할 지점이 있으나, 반면 현재 GM대우 부평공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는 ‘노사 화합’은커녕 ‘노사 갈등의 대표적 사업장’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심각하다. GM대우에 비정규직 노조가 건설되었지만 원청인 GM대우는 물론 하청업체들은 그 어떤 교섭에도 응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노동자들을 무더기로 해고하는 등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 판결이 나왔음에도 사용자 측은 복직을 시키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이에 항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노무팀과 용역직원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혹독한 겨울 날씨에 고공농성을 벌인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새 정부에 기대를 걸고 매일같이 인수위 앞에서 1인 시위, 기자회견을 이어갔지만 이 당선자 측은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니, 이들을 외면한 채 GM대우 정규직 노동자들과 사측을 만나 ‘노사 화합’을 운운한 것이다.


무엇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명박 당선자가 걸핏하면 노동운동 비하발언을 쏟아내고 친재벌적 행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현안을 풀어나가야 할 새 정부와 노동계가 사사건건 갈등을 빚게 된다면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이 당선자가 아니라 평범한 일반 국민들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한겨레·경향, 이 당선자 행보에 대한 국민적 우려 대변


이 당선자의 소아병적이고 부적절한 행보에 대해 국민적 우려를 대변하며 가장 적절한 지적을 내놓은 것은 한겨레와 경향신문이었다.
한겨레는 1월 30일 사설 <이 당선인, 듣기 좋은 귀만 열건가>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노동 관련 행보가 걱정스럽다”며 “노동자를 대표하는 전국 조직인 민주노총과의 만남은 석연찮은 이유를 내세워 갑자기 취소하고, 대신 그 시각에 단위사업장을 찾아 노사화합을 부르짖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또 “GM대우차 공장은 노사화합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경제성장만 되면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의 눈과 귀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규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을지 모르겠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특히 “더욱 걱정스러운 건, 이런 행보가 본질적으로 편협한 그의 노동관과 맞닿아 있다는 데 있다”며 “앞으로 노정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 그 결정적 요인이 이 당선인 자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따끔한 경고도 덧붙였다.
한겨레는 또 손준현 선임편집기자의 칼럼 ‘한겨레프리즘’ <‘언프렌들리’ 5만 볼트>에서 이 당선자의 행보가 “실상은 노동계를 대화상대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드러낸 셈”이라며 노동전문가가 전무하다시피한 인수위로서는 “노동계에 대해서는 ‘언프렌들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역시 같은 날 사설 <이 당선인, 민주노총에 그렇게 가기 싫었나>에서 이 당선자의 민주노총 간담회 파기에 대해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될 사람의 처사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상식 밖”이라며 “노사정간 협력 및 산업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솔선수범하지는 못할망정 애써 마련된 노조와의 대화마저 외면하는 모습에서 이 당선인의 편향된 노동관이 읽히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특히 “가기 싫지만 가야 할 데도 있고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발걸음을 애써 자제해야 할 곳도 있다”며 “민주노총이 전자에 해당된다면 대선 이후 지금까지 이미 두 번씩이나 방문한 모교인 고려대 교우회는 아마도 후자에 속할 것”이라고 이 당선자의 편향된 행보를 비판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기사에서도 이 당선자의 부적절한 행보에 대한 지적을 꼼꼼하게 이어갔다.
한겨레는 <이 당선인, 민주노총 배제전략 ‘재확인’>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29일 지엠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방문은, 정책간담회 파기를 시작으로 민주노총에 대한 배제 전략을 좀더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며 “노동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갈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노동자의 양보와 협조를 우선 요구하는 차기 정부 노동정책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특히 “이 당선인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우리 사회 최대의 갈등 요인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이렇다할 만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GM대우와 이랜드, KTX 승무원 등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 당선자 측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경향은 재계나 고려대 동창회 등 자신의 입맛에 맞는 집단과의 만남에 집중하는 이 당선자의 편향된 행보에 대한 지적에 비중을 두었다. 경향은 <이 당선인 60번중 소외층 3번 ‘편향 행보’>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당초 민주노총과의 간담회 약속을 파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노동계와 정치권이 ‘이명박식 편가름’이라고 반발하는 등 이당선인이 밝힌 ‘화합형 국정운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또 “이당선인의 ‘편향적’ 행보는 갈수록 도드라지고 있다”며 이 당선자가 대통령 당선 후부터 41일 동안 가진 60회의 일정 가운데 26번이 재계, 사회 각계 지도층, 학연과 대선 당시 지지세력으로 분류될 만한 단체나 인사였던 반면 소수자·약자·서민과 관련된 만남은 3회에 불과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불문’ ‘일’ 최우선>에서는 “노선에서도 화합은 간과되고 경제를 최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로 치우치고 있다”며 “경제우선 원칙에 따라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끔한 지적은커녕, 이 당선자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조·중·동


하지만 이처럼 이 당선자의 행보가 우려스러움에도 조·중·동 보수신문들은 한결같이 ‘법과 원칙’, ‘노사화합’을 강조하며 미화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30일 조선과 중앙, 동아는 각각 <“노사화합 모범 사례… 나의 방문, 판매 도움되길”>, <이 당선인 “노사화합이 경제살리기 해법”>, <민주노총 바람맞던 날 GM대우선 ‘번개 미팅’>에서 이 당선자가 GM대우를 방문하면서 쏟아낸 말들을 크게 부각시켰다. 조선은 “GM대우를 모범 사례로 들어 '선진 노사관계'를 쌓아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고, 동아는 “이날 방문은 투자 유치와 노사화합을 통한 이 당선인의 경제 살리기 해법을 강조하고 법 테두리 내에서 노사문화가 발전해야 한다는 평소 원칙을 분명히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붙였으며, 중앙은 “재계에서 GM대우는 노사 협력→외자 유치→기업 경쟁력 제고→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런 선순환이 새 정부의 최대 과제인 ‘경제 살리기’를 실현하기 위해 이 당선인이 강조하는 이상적인 구조”라고 ‘칭송’을 거듭했다.
조선은 이 당선자의 행보와 비교해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극렬 노동운동’으로 폄훼하며 부정적으로 다뤘다. 조선은 <이당선자 방문 현장, 왜 GM대우인가>에서 “GM대우 부평공장은 옛 대우자동차 시절에는 극렬 노동운동의 대표적 현장”이라며 “결국 노조의 극렬 투쟁은 경영 실패, 외환위기와 맞물려 2000년 회사 부도로 이어졌다”고 보도해 회사 부도의 책임을 노조에 떠넘겼다. 또 <민주노총, 이당선자와 무슨 일이…>에서는 “민주노총은 지난 5년간 불법 파업을 이어왔다”며 “2003년부터 민주노총은 27차례 총파업을 주도했으며, 이 중 불법파업이 25차례”라고 보도해 이 당선자가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간담회를 무산시킨 것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
사설은 더욱 가관이었다. 조선은 사설 <민노총 위원장, 경찰 조사 받는 게 그리 어려운가>에서 “이번 일의 선후를 따져보면 이 위원장이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 게 먼저”라며 “민노총 측이 경찰서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받겠다고 고집하게 되면 ‘특수 신분’으로 대접해 달라는 뜻으로 들린다”고 민주노총을 나무랐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노동계 지도부가 사실상 치외법권을 누리며 공권력을 우습게 여겨 온 것”이라며 “대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대화 마당부터 정상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당장 법적 조치를 받으라고 촉구한 조선이지만, 이 당선자의 부적절한 행보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중앙은 아예 격투 경기를 전망하듯 차기 정부와 노동계의 대결을 조장하고 나섰다. 중앙은 30일 1면에 <이명박·민노총 ‘이랜드 결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이 당선자 측이 “이 위원장이 경찰 출두를 거부하자 ‘법을 지키지 않는 상대와는 대화할 수 없다’며 방문 계획을 취소해 버린 것”을 “선제공격”이라 표현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투쟁 장소로 이랜드를 잡”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며 “이랜드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일전이 불가피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진 5면의 <‘여기서 밀리면 5년 끌려 다닌다’ 몸도 풀기 전 바로 링으로>에서는 “이번 마찰은 새 정부 5년간의 노사관계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라며 “양측은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을 태세”라고 해설을 덧붙였다. 특히 이 기사는 민주노총이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에 주력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며 “동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곳이라는 점을 활용하는 것”, “굳이 매장 점거와 같은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최대한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등 “민주노총으로선 올 한 해 동안 계속될 싸움에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즉 민주노총이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에 나선 이유가 오로지 ‘효과적인 투쟁 전술’적인 측면 때문으로 호도한 것이다.
이는 명백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은 지난 해 7월 비정규직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에 집중해왔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매장점거, 매장봉쇄 등 강도 높은 투쟁은 지난 해 내내 이어졌으며 보수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이랜드 사측이 노조를 탄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하기로 하면서 사태가 불거진 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고 있는 민주노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중앙일보가 ‘여러 가지 포석’, ‘효과’를 운운하는 것은 민주노총을 폄훼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한편 조·중·동 등이 ‘5년 동안 파업하지 않았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발언을 쫓아 GM대우의 노사화합을 강조한 것은 기본적인 사실확인 의무조차 방기한 ‘이명박 코드 신문’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2007년 7월 19일 <너무하는 자동차 임금파업>에서 “GM대우도 지난 16일부터 핵심사업장인 부평공장이 회사출범 이후 첫 부분파업에 들어가는 등 예년보다 파업강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2006년 7월 15일에도 <앗! 차차… GM대우도 파업>에서 “GM대우 노조는 14일 임금 인상을 주장하며 부분파업과 잔업 거부를 단행했다”며 “부평공장을 비롯한 전 공장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것은 2002년 대우자동차가 GM으로 넘어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또한 2006년 7월 20일 <파업에 밀려 3년만에 또 ‘대형사고’>에서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도 파업 몸살을 앓고 있어 자칫하면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국제 자동차업계의 무한경쟁에서 결정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며 “GM대우 역시 14일부터 야간조를 중심으로 하루에 4시간씩 부분파업에 들어가 2200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2006년 7월 15일 <자동차 4사 파업>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처럼 GM대우가 그 동안 ‘무파업’을 이어오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 신문의 과거 기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 당선자가) GM대우의 5년째 무파업과 해고자 복직 조치를 높이 평가했다”(조선), “GM대우는 5년째 무파업을 기록 중인 기업”(중앙), ‘이 당선자는 GM대우가 5년간 무파업으로 노사화합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동아)고 보도한 것은 명백한 허위보도 일뿐만 아니라 ‘파업=사회악(惡)’이라는 사용자의 시각을 그대로 담은 악의적인 왜곡보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명박 당선자가 당선 이후 보이고 있는 ‘친재벌·반노동’ 행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화도 하기 전에 상대방을 자극하고 불신만 조장하는 이 당선자의 태도는 국정책임자의 자세에 한참 못 미친다. 이 당선자의 졸렬하고 어설픈 행보로 인해 앞으로 노-정 관계는 갈등과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는 차후 발생한 노정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손실의 책임이 이 당선자 스스로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아울러 대통령 당선자의 부적절한 행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비판과 지적을 하지 않고 미화하기에 급급했던 보수수구신문들 또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끝>

 


2008년 2월 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