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나훈아 씨 괴담 유포 관련 논평(2008.2.1)
‘나훈아 괴담’ 유포한 언론사·기자, 응분의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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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 가수 나훈아 씨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나훈아 씨는 이 날 자신을 둘러싼 괴소문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밝혔고, 이러한 소문을 만들어내고 확산시킨 언론을 비판하고 질타했다.
지난해 2월 나훈아 씨가 공연장 대관을 취소하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추측성 소문들은 잠적설, 간통설, 중병설, 여배우와의 염문설, 신체훼손설 등으로 번졌으며, 언론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괴소문을 기사화 해 소문을 확산시켰다. 나훈아 씨는 졸지에 환자가 됐고, 여성 편력자에 신체가 훼손된 사람으로까지 취급당했다. 언론에 거론된 여자 연예인들은 기자들의 무책임한 기사에 의해 명예가 훼손되었다. ‘아니면 말고식’의 ‘카더라’ 보도와 황색저널리즘의 극치가 한 개인을 또 다시 매장시킨 사건이다. 괴소문에 대한 반박과 언론에 대한 규탄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쓴 기자와 언론사, 이를 확산시킨 언론들은 이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포츠 조선과 해당 기자들의 사과와 책임 물어야
29일 MBC <PD 수첩>은 <스포츠 조선>이 2007년 2월 20일에 나훈아 잠적설과 관련한 최초 보도인 <나훈아, 활동 중단 잠적 ‘쌓이는 의문’…‘은퇴설-이혼설’>(김인구 기자)를 냈고, 2007년 11월 22일에도 나훈아를 둘러싼 의혹들을 정리하는 <나훈아 잠적 9개월째…중병? 하와이 거주? 꼬리무는 설>(이정혁 기자)을 보도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이에 앞서 월간지 <여성조선>은 작년 4월에 유통된 5월호에서 이니셜을 통해 후배의 아내를 뺏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스포츠 조선>은 12월 27일에는 <[연예가 25시] 중견가수 R씨, 일 조폭 두목 애인 건드려 뭇매>에서 신체훼손설까지 이니셜로 기사화하기에 이르렀다.
이 기사는 <스포츠 조선>의 강일홍 기자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강 기자의 블로그에는 이미 나훈아 씨와 관련된 소문들이 한 편의 소설처럼 연재되어 있었다. 이를 기사화한 것이다. <스포츠 조선> 최만식 기자의 블로그 역시 <연예인 K를 건드렸다가 내시(?)가 된 중견가수>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훈아 씨의 괴소문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괴소문을 처음으로 블로그에 올린 강 기자는 PD수첩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부분은 너무 터무니 없으니까 신문에는 다루지 못하지만, 블로그에는 그런 개인의 의견들은 쓸 수 있다고 판단해서”라고 해명했다. 무책임의 극치이다. 블로그는 일인 미디어라고 볼 수 있다. 하물며 언론사의 기자가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기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글을 써서는 안 된다. 게다가 <스포츠 조선>의 홈페이지는 ‘기자 블러그’ 페이지를 함께 운영해 누구나 접할 수 있다. 따라서 기자들이 개인 의견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리는 기자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해당 언론사 모두 블로그를 악용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해당 기자들과 <스포츠 조선> 측은 나훈아 씨에게 신문지면을 통한 사과나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사과나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스포츠 조선> 측은 이번 일이 사과할 일도, 정정할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는 많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보도를 기본으로 하는 기자들의 필력과 맞닿게 되면 사실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스포츠 조선>은 분명하게 사과하기 바란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을 확대재생산하며 한 사람을 매장시킨 연대책임자인 여타의 스포츠신문사와 인터넷 연예뉴스, 일간지 등 언론사들도 어떤 사과나 정정보도도 하지 않았다. 겨우 국제신문 한 곳에서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 전부였다.
나훈아 씨 선정적 소재로 또다시 우려먹는 ETN
한편 ETN은 신설 프로그램인 <판타지걸 꿈생>에서 이미테이션 가수 너훈아 씨의 활동을 보여주며 그가 기자들 앞에서 “제 거시기가 잘렸다고 합니다. 제가 5분 동안만 보여드리겠습니다”고 말하며 바지 지퍼를 내리는 장면을 예고편으로 내보냈다. 회색 내의를 입은 너훈아 씨에게 기자들은 “보여줘서 고맙습니다”, “평상시에 내복을 입으십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고, 너훈아씨는 “마음이 추워서 입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나훈아 씨가 실제 기자회견 장에서 보여줬던 기자들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희화화시켜 버린 것이다. 너훈아 씨는 “나훈아 씨의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 차마 벗을 수 없었던 그를 대신해 내가 벗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ETN이 나훈아 씨를 위로하기 위해서 이런 내용을 방송했다고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사람을 다시 소재로 사용해 시청률을 올려보겠다는 저열한 발상에 불과하다. ETN을 비롯한 케이블 TV 방송연예 프로그램은 한 개인의 아픔을 소재로 시청률 올리기에 나서는 몰상식하고 선정적인 방송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언론으로부터의 인권침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절실하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공인일수록 기자들의 펜에 의해 당하는 상처의 정도가 깊다. 그만큼 파급력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들의 관심이 높은 연예 관련 뉴스가 선정적으로 흐를 경우, 그 피해는 일파만파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많은 루머가 모인다는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에서 나오는 선정적인 소재들을 그대로 유통시키거나 소문을 모아 ‘카더라’기사를 남발하고 있다.
이렇게 기자들이 나서서 루머를 퍼뜨려 여론을 형성하는 지금의 현실은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검증되지 않은 기사를 작성하고 유포해 개인의 명예를 더럽혔다면 이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법적처벌을 떠나서 기사로 한 개인의 인격을 훼손하는 것은 언론의 무자비한 폭력이다. 故 정다빈 씨나 유니 씨 등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의 고통에는 악성루머도 관련이 있었음을 기자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무책임하고 선정적 기사를 통해 판매 부수와 클릭 수나 높여보겠다는 언론사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하며, 이 문제는 기자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국회,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방송통신 관련 기관과 현업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가 머리를 맞대 언론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 단체는 이미 전 연인에 대한 선정적 기사로 오지호 씨의 인권이 침해당했을 당시, 언론으로 인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과 기자와 제작자에 대한 인권교육 상설화를 촉구한 바 있다.
끝으로 우리 단체는 <스포츠 조선>을 비롯해 나훈아 씨 관련 괴소문을 기사화한 여타의 해당 기자들과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기 바란다. <끝>
2008년 2월 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